100년 동안 장관급 인사만 4명 배출한 ‘호남의 장씨 집안  명문가’

 
-만석꾼 집안 출신으로 독립운동, 6·25전쟁 등 도피가 아닌 참여로 성장
-학자 출신 형제들 공직사회 진출로 적극적인 사회 참여 가풍 이어가

-‘하’자 돌림 학자들도 대거 포진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장하성 교수가 청와대 신임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이후 장하진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돼 장씨 집안은 겹경사를 맞게 됐다. 호남 명문가로 알려진 ‘장씨 집안’은 지난 100년간 독립운동가를 비롯해 공직자, 학자 등을 두루 배출하는 등 사회 참여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특히 이들의 사회 참여적 행위는 늘 정치, 경제, 사회에 관해 두루 소통과 대화를 나누는 가풍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하진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20일 정세균 국회의장으로부터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장 위원장은 지난달 사임한 윤성식 위원장의 후임으로 국회의원 및 국회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재산 등록 심사와 퇴직 공직자들의 취업심사 업무 등을 맡게 된다.

극회 공직자 윤리위원회는 신임 위원장을 포함한 외부 위원 7명과 국회의원 4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되며 장 위원장의 임기는 2018년 7월 13일까지다.

장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다시금 장하진, 장하성 가문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장 위원장은 다름 아닌 장하성 청와대 신임 정책실장의 누나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그는 참여정부에서 초대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냈고 한국 미래발전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하는 등 활발히 사회 활동을 맡아왔다.

 
한국사와 함께하며
주도적 역할


 
이른바 ‘장씨 집안’은 호남에서 손꼽히는 명문가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 100년 동안 장관급 인사만 4명을 배출한 이력이 있다. 3대에 걸쳐 독립운동가, 장관, 국회의원, 교수 등 사회 지도층이 배출됐다.

이들 장씨 집안의 역사는 장 위원장의 증조할아버지 장진섭 씨으로부터 시작된다.

장진섭 씨는 구한말 전남 신안 장산도 일대 염전을 일구며 논밭을 가진 만석꾼 부호다. 그의 아들이자 장 위원장의 할아버지들인 1세대는 독립운동에 몸을 던졌다. 3형제 모두 임시정부와 만주 독립군에서 활약하는 등 독립 운동가로 명성이 높았다.

장 위원장의 큰할아버지인 장병준 씨는 일본 니혼대 법과를 나와 상해 임시정부에서 외무부장을 지냈다. 또 그의 할아버지인 장병상 씨는 서울 보성전문을 거쳐 일본 메이지대를 졸업했고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가 투옥됐다.

셋째 장홍재씨는 1929년 광주학생운동에 참가했다가 일본 경찰에 붙잡혀 고문을 당해 어린 나이에 사망했다. 막내 장홍염 씨는 서울 휘문학교와 중국 베이징국민대학을 나와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했다.

장 위원장의 아버지대인 2세대는 관료와 정치인 학자가 고루 포진했다.

네 형제 모두 서울대 동문으로 1세대가 독립운동을 했다면 2세대는 6·25 참전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아버지 장병상 씨는 아들 4형제를 모두 전쟁터로 보내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독려했다.

이후 장 위원장의 큰아버지인 장정식 씨는 전남대 의대교수로 재작했고 아버지인 장충식 씨는 한국은행을 다니다 도의원을 지냈다. 장 위원장의 부친은 한국후지필름과 한국닉스의 대표를 지낸 기업경영인이다.

셋째 작은아버지인 장영식 씨는 장면 정부에서 경제비서관을 역임한 후 한국전력 사장과 미국 뉴욕주립대 교수로 지냈다.

넷째 작은아버지이자 장하준 교수의 부친은 장재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다. 장 전 장관은 고등고시 7회로 관료생활을 시작해 국세청 차장, 1979년 주택은행장을 역임했다. 이후 1992년 민주당 소속으로 14대 국회의원이 된 뒤 16대까지 3선을 지냈다.

 
장하진 국회공직장윤리위원장
학자 출신 3세대
공직으로 만개


 
3세대 들어서는 ‘하’자 돌림 형제들의 상당수가 학자들이다.

이번에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장하진 위원장은 학생 운동권 출신 시민운동가로서 충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특히 그는 참여정부 때 2005년부터 3년간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냈다. 공직에서 물러난 후에는 민주정책연구원, 노무현재단 등 여러 사회 단체에 활발히 참여해 왔다. 또 장 신임 정책실장과 함께 소액주주운동에서 열성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동생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장하성 교수로 고려대학교와 미국 워싱턴대학교 교수로 재직했고 동생 장하경 씨와 장하원 씨는 각각 광주대학교 사회복지학부와 한국개발연구원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특히 장 신임 실장은 그동안 국민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이면서 실질적인 정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특히 그는 ‘한국 자본주의’라는 저서를 통해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를 위해 기업이익의 가계 배분을 확대하고 임금격차를 줄이는 등 정부의 소득 재분배 정책을 주장해 왔다. 더욱이 장 신임 실장은 소액주주운동, 장하성펀드 등으로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장 위원장의 사촌은 그 유명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다. 장 교수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의 저자로도 유명하고 한국인 최초로 케임브리지대 교수로 임용됐다.

또 한국 경제의 발전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등 꾸준히 의견을 펼쳐 왔다.

또 장하준 교수의 동생인 장하석 씨도 케임브리지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온도에 대한 과학적 상식에 의문을 제기한 ‘온도계의 철학’을 저술해 과학 철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러커토시’ 상을 받았다.

 
자랑스러운 가문에도
더욱 겸손해


 
이처럼 장 위원장 가족들은 화려한 집안을 자랑하지만 이것이 남들과 다른 특권이 아닌 그저 개인적인 자부심일 뿐이라고 치부한다.

장 위원장의 동생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굳이 제 집안이 어떻다고 얘기하는 게 우습다. 대한민국에서 독립운동 했다가 패가망신한 분이 많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말 훌륭한 분이 많다”면서 “세상에서 제일 못난 사람이 자식 자랑, 돈 자랑, 집안 자랑하는 사람이다. (집안은) 내 자부심이지 자랑거리는 아니라”며 요즘 잘못된 세태를 꼬집기도 했다.

또 장 위원장도 과거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는 주말마다 모여 늘 바둑을 두시면서 정치, 사회 이야기를 하셨다” 3세대를 거치면서도 여전히 사회 참여에 관심을 두는 것에 대해 “아버지 세대의 영향이 컸다”고 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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