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파’ 김한길 vs ‘자강파’ 정동영

정동영 의원(왼)과 김한길 전 대표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난파 직전의 배를 구출할 새 선장이 나올까. 대선 패배와 ‘제보 조작 사건’ 후폭풍으로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국민의당의 새 지도부 선출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신임 당 대표는 벼랑 끝에 내몰린 당 위기 상황을 돌파하고, 정체성 확립·사당화 탈피 등 산적한 내부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맡게 됐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무거운 자리가 될 전망이다. 더욱이 사실상 당 존폐를 결정할 내년 지방선거를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이번 전당대회는 무겁게 다가온다. 

그러나 국민의당에 대한 사람들 반응은 냉담 수준을 넘어 외면하고 있는 모양새다. 
당 지지율은 바닥에서 헤매고 있다. ‘내우외환’에 빠진 국민의당이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기사회생할지, 무너져가는 당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주목된다.
 
김, 대선 책임에서 자유로워… 정, 호남 지역 23명이 지지
올드보이 우글우글 ‘노쇠 이미지’…새 인물 없나 “외부 영입” 주장도

 
국민의당의 ‘독이 든 성배(?)’를 들겠다고 선언하는 인사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정동영(64) 의원이 가장 먼저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가운데 천정배(63) 전 대표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문병호(58) 전 최고위원과 김한길(64)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도전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다만 문 전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나아갈 길’ 토론회 후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나갈 준비는 하고 있다”면서도 “출마 가능성은 6:4”라고 말해 불출마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국민의당 당권은 민주당과의 ‘통합파’인 김한길 전 새정연 대표와 ‘자강파’인 정동영 의원의 사실상 ‘2파전’으로 거론된다. 김 전 대표는 당내 비례 대표와 수도권 지역 등 약 17명의 의원이 지원 사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대선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점은 김 전 대표의 이점이다.
 
전북이 지역구인 정 의원은 호남 지역 23명의 의원이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당은 전북에서 가장 큰 격차로 패배해 정 의원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도전장을 내민 이들은 최근 토론회, 세미나 등 당 공식 행사에 참석해 당심(黨心) 잡기에 나서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17일 국민의당 전국여성위원회가 주최한 ‘여성핵심당원 혁신릴레이’에 참석해 자신이 현재 국민의당이 처한 위기를 극복할 적임자라고 자처했다.
 
정 의원은 “절대적 위기지만 우리가 어디 서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사활이 걸려 있다”며 “저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여성과 청년을 전면에 세워 내년 지방선거를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출마 여부를 깊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엇갈린 두 시선
‘경험 풍부’ vs ‘노쇠’

 
하지만 이들이 당권 도전에 나선 것을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인 만큼 이들의 정치 경험과 관록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반응과 함께 ‘올드보이’ 귀환이라는 점에서 ‘낡은 이미지’라는 부정적 의견이 나온다.
 
국민의당 전국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 김기옥 회장은 “마크롱(프랑스 대통령) 같은 새 리더십이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 야당 정치사에서 제일 훌륭한 분들이 국민의당에 다 있다”며 “정치 10단 박지원, 대통령 후보 지낸 정동영, 목포 천재라 불리는 천정배 등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인물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개혁 마인드를 가지고 그간 쌓은 경험을 통해 위기에서 (당을) 이끌어 주시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반면 시대정신연구소 엄경영 대표는 “(이들은) 창당 이후 크고 작은 정치적 책임과 약점이 있는 것은 사람들”이라며 “또한 ‘그 나물에 그 밥’ 이미지를 주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당 안팎에서는 김성식(59) 의원, 조배숙(61) 의원, 최경환(58) 의원 등 상대적으로 새로운 인물들이 거론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당권 도전에 나설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현 위기를 타계할 ‘외부 인물’을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온다.
 
한 당직자는 “당의 혁신을 위해 과거 새누리당이 인명진·이상돈·김종인 등을, 민주당이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영입한 사례에 비춰 외부 인물 중 개혁성이 강한 인사를 영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탈당 움직임 곳곳 ‘가시밭길’
“인적 쇄신 절실”

 
어떤 인물이 당권을 잡든 신임 당 대표의 향후 행보는 가시밭길이 명약관화하다.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윗선을 향하고 있고, 이와 관련해 탈당 움직임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4일 국민의당 소속 광주시의원 9명은 ‘집단 탈당’ 의사를 내비쳤고, 앞서 10일엔 나유인 국민의당 중앙당 정책위 부위원장 겸 전북도당 부위원장이 탈당 의사를 밝혔다. 최근 충북에서도 지역위원장 8명 중 2명이 사퇴했으며 1명은 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상도 쪽도 1~2명의 지역위원장이 사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 안팎에서 전면적인 쇄신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김기옥 회장은 “그동안 가장 큰 내부 문제가 어설픈 아마추어들이 요직에 가는 등 ‘계파 정치’가 만연했던 점”이라며 “‘인사가 만사’라고 하듯 계파 불문하고 경험과 능력 있는 사람들을 적재적소 배치해야 한다”고 인적 쇄신을 주문했다.
 
이어 “인물 몇몇에 좌지우지 되는, 인물 성패 여부에 따라 당도 죽고 살고 하는 인물 중심의 정당이 아니라 민주적 절차에 따라 움직이는 공당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사당(私黨)화 탈피도 촉구했다.
 
충북 청주 서원구 안창현 지역위원장은 “이때까지 (국민의당의) 리더십 자체가 잘 보이지 않았고, 위기가 닥쳤을 때 책임지는 인물도 안 보였다”고 비판하면서 “(그간 중앙당 인선은) 그들만의 리그였다. 소외된 지역위원장들이 중앙당을 위해 일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국민의당 나아갈 길’ 토론회 특강에 나선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당이 보수 표심을 잡기 위해 텃밭인 호남을 놓친 점을 언급하면서 “(이번 전당대회에) 개혁성 호남 인사를 전면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들이 볼 때 ‘달라졌네’하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이번 전대는 중요하다”면서 “(이후) 총 인적 자원이 투입돼 내년 지방선거에 전력투구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무엇보다 서울시장 선거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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