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 사이 섞여 있는 남파간첩들 많다는데…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캡쳐 화면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탈북민 임지현 씨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경찰청 보안수사대는 임 씨의 입북과 관련된 의혹 전반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청으로부터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은 임 씨의 전화통화·이메일 등 지인과의 통신내역뿐만 아니라 계좌, 금융거래 내역 등을 분석하며 재입북 경위와 여기에 관여한 인물 등을 살펴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임 씨의 재입북에 대해 납북설, 간첩설 등 다양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탈북민 북송·재입북 유도·탈북민 동향 파악 등 임무
북한 보위부, 탈북 방송인 납치해 공포감 조성 및 입단속


임지현 씨는 지난 16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산하 기구 ‘우리민족끼리’가 공개한 영상을 통해 입북 사실이 알려졌다. 그녀는 영상에서 “남조선에 가면 잘 먹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는 환상과 상상을 갖고 남조선으로 가게 됐지만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녀는 최근까지 한국 방송에 출연해 북한 체제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해 왔다. 그랬던 그녀가 돌연 북한으로 입북해 남한사회를 비판하자 그 배경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2011년 탈북한 임씨는 2014년 하나원 퇴소 때 ‘관심대상’으로 분류되지 않을 만큼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한국에서 방송에 출연하다가 지난 4월 중국으로 출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들은 당시 임씨가 북에 있는 가족에게 주기적으로 돈을 송금했었는데 배달사고가 났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행 이후 행적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 보위부
탈북민 잡아 들인다“

 
일각에서는 임지현 씨가 강남의 주거지를 포함해 신변을 정리한 흔적이 없어 자진 월북이 아닌 납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탈북자들 사이에서는 중국 연변 등 국경지대서 북한 보위부 등이 남한으로 탈북한 사람들을 잡아들이고 있다는 말들이 꾸준히 돌고 있다.

북한에 남겨 둔 가족의 탈북을 모색하기 위해 중국으로 온 탈북자들을 일제히 소탕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시 잡혀간 탈북자들의 북한생활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와 함께 북한 보위부 등의 주 납치 타깃이 탈북 방송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탈북민들이 남한 방송에 나와 북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알리다 보니 북한 입장에서는 눈엣가시기 때문이다.

최근 종편 등에서는 탈북민들을 경쟁적으로 방송에 출연시켜 북한 정권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여과없이 방송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방송 프로그램들이 북한 사회에 깊숙이 침투해 북한 정권을 약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탈북한 것도 모자라 방송에 출현해 정권에 비판적인 얘기만 쏟아내는 탈북 방송인들이 고울 리가 없다. 그래서 이들을 납치해 남한에 있는 탈북민들에게는 ‘입조심’을 위한 공포감을 조성시키고 북한에 있는 국민들에게는 남한사회 비판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납치를 자행한다는 얘기다.
 
2000년 이후 탈북민
간첩 침투 대남 전술 구사

 
임지현 씨 입북이 언론의 주목을 받자 남파간첩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탈북자를 위장한 남파간첩 얘기다.

김윤영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2015년 2월 발간된 ‘월간 북한’에 ‘탈북민 증가와 위장간첩 실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실었다. 당시 보고서에 따르면 김 연구관은 “탈북민 유입이 늘기 시작한 2000년대에 들어 북한당국은 위장 탈북민 간첩 침투를 통해 국가안보망을 흔드는 대남전술을 구사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10년간 공안당국이 검거해 구속한 북한 간첩의 42%가 위장 탈북민 간첩이었다”며 “북한 대남공작기관별로 파견한 탈북민 위장 간첩은 국가안전보위부 10명, 정찰총국 5명, 군 보위사령부 3명, 조선노동당 35실 1명, 기타 2명이었다”고 밝혔다.

김 연구관은 “위장 탈북민 간첩이 일반 탈북민 속에 편승해 침투한 뒤 공안당국의 합동신문만 무사히 통과하면 합법적인 신분을 획득해 정착지원금과 임대주택 등을 지급받아 주거지에 정착할 수 있고 신변보호 기간이 끝나면 국내외 활동이 자유로워 공작지령 수수 등의 대남공작 활동의 기반을 손쉽게 구축할 수 있다"고 전했다.

탈북민 간첩은 북한이 고정 간첩이나 암호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지령한 국가기밀 탐지, 특정인사 암살, 탈북민 북송 및 재입북 유도, 위장 귀순 후 지령 대기, 탈북민 동향 파악, 재중 국정원 직원 파악, 고정간첩과의 연계, 위폐 전환, 재미교포 유인, 사회혼란 유언비어 조작 유포 , 친북성향 인물 회유 월북, 이산가족 명단 수집, 군사기밀 탐지, 전략물자 구입과 산업정보 유출, 북한 선전물 유포 등 임무를 수행한다.

파견 방법은 북한의 대남공작기관에서 직접 양성한 간첩을 탈북민으로 위장시켜 남파시키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또 사업상 남한과 중국을 오가는 탈북민을 포섭 납치하거나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탈북민들을 불법월경죄로 체포 납치해 대남 공작원 기본교육을 시킨 후 중국에서 공작활동을 수행하도록 하기도 한다.

이밖에 중국 체류 강제북송 탈북민 중 정보적 가치가 있는 자의 가족을 볼모로 하거나 처벌 면책을 미끼로 포섭해 대남공작원 기본교육을 시킨 후 탈북민으로 위장시켜 남파하는 방식 등도 있다.

지난달 기준 국내 입국한 탈북민은 모두 3만805명으로 집계됐다. 2006년 2월 1만 명, 2010년 11월 2만 명을 넘겼으며, 지난해 11월 3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이 중 몇 명이 탈북민 간첩인지는 정확한 통계가 없다.
 
임씨 간첩 의혹 부정적
북한 이미 내통 채널 있어

 
임지현 씨의 남파간첩 의혹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먼저 탈북자 출신 목사인 강철호씨는 19일 국민일보 칼럼을 통해 “굳이 북한에서 탈북자로 위장한 간첩을 남한으로 침투시킬 이유가 있을까”라며 “이미 대한민국 내부에는 북한과 비공식적으로 내통하는 공공연한 채널이 다양하다”며 임 씨의 남파간첩설을 일축했다.

또 강씨는 “그들을 간첩으로 파견한다는 건 사상 전향상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며 “김정은은 지금 무섭게 퍼져나가는 한류문화와 외부 정보에 엄청난 위기를 안고 있다”고 북한 내부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정보 확산의 주축이 바로 탈북자들이라는 데 북한 정권은 위기감과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김정은 정권은 체제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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