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도를 담다> 저자 김상보 / 출판사 와이즈북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매일처럼 먹기 때문에 일상이 되어 버린 한식 밥상에서 정통성을 간직한 문화유산을 엿볼 수 있다는 생각은  하기 쉽지않다. 사실 한식은 절용과 절제의 미덕을 담은 밥상으로 조화로운 양생법과 약식동원의 철학을 담고 있다. 장맛이 시간이 흐를수록 그 맛이 삭아 깊어지듯 민족의 삶과 함께 숙성해온 한식의 이야기는 뿌리 깊은 정신 유산을 담고 있는 역사의 흔적이기도 하다.

이러한 한식의 뿌리와 기원을 찾아 구명하기 위한 한 학자의 음식문화 이야기가 펼쳐지는 신간이 출간됐다.

평생을 조선왕실의 궁중음식 연구를 시작으로 궁중음식과 한식학의 지평을 여는 수많은 연구 업적을 일군 저자 김상보의 ‘한식의 도를 담다’는 고대 동아시아 식문화사, 비교문화, 종교민속론, 재배학, 전파교류사까지 파고들며 한식의 기원과 변천사를 규명했다. 더 나아가 ‘주역’, ‘의례’, ‘제민요술’, ‘고려사절요’, ‘원행을묘정리의궤’와 같은 고문헌을 토대로 각종 연회에 올랐던 궁중 상차림의 진실을 밝혀 냈다.

전통 한식은 궁중을 중심으로 퍼져 나간 음식문화였다. 궁중음식과 향토음식의 경계는 없었다. 책에서는 궁중음식은 민간과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토속 식자재와 어우러져 거듭 변화 발전하면서 전통 한식으로 정착되는 형태로 전개되었다고 밝힌다. 중국처럼 진귀한 식재료나 고급 요리를 황제나 특권층이 즐기는 전통이 우리는 없다. 민간음식이 왕의 밥상에 진상되기도 하고, 궁중에서 민간으로 음식이 전해지기도 하면서 수렴·통합되는 음식문화였다. 

한편 책에서는 왕의 음식이라고 해서 화려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오히려 유교 정신에 입각한 수라상은 반가음식보다 더 검박했다고 전한다. 식을 탐하는 것은 군자의 도를 실천하는 왕에게는 허락되지 않았음을 책을 통해 알 수있다. 지금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왕의 수라상이 12첩반상(고문헌이 제시한 반상차림법으로 헤아리면 22첩반상)이라고 오도되고 있지만 여러 의궤 문헌에 따르면 실제로는 검소한 7첩반상이었음을 책은 검증해 냈다.

총 1, 2부로 나뉘는 책에서는 한식의 정신을 되살리기 위한 밥상 문화의 뿌리를 찾는 데 초점을 두었다.

먼저 1부에서는 우리가 계승해야 할 한식의 정신을 찾는 데 초점을 두었다. 김치와 장의 원류를 찾기도 하고 떡과 한과 문화를 통해 음복문화를 엿보기도 했다. 한식 밥상문화의 뿌리를 찾아서 한식의 기본, 탕반문화에 대해 일러주기도 한다.

각론으로 들어가는 2부에서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한식을 짚어주면서 , 한식문화에서 궁중음식에 대한 오해를 사례를 통해 알려준다.

책에서는 오늘날 한식 세계화, 한식의 계승과 발전을 도모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정작 한식에 숨어 있는 정신과 가치, 정확한 한식 조리법과 올바른 한식문화에 대한 연구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정통성 있는 한식을 만드는 사람도 없거니와 한식 연구도 걸음마 수준이다. 이제 한식이 진정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것부터 묻고 한식의 역사성과 정통성을 구명하는 폭넓은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오랜 세월의 풍화를 견디며 5천 년 민족의 삶과 함께해온 한식의 가치는 결코 가볍지 않다. 책을 통해 전통 한식에 대한 정확한 고증과 다면적인 이해를 통해 우리 한식문화를 정립해나가야 진정한 한식의 미래가 있음을 알게된다.

저자의 또다른 저서로는 ‘음양오행사상으로 본 조선왕조의 제사음식문화’, ‘한국의 음식생활문화사’, ‘조선후기 궁중연향 음식문화’, ‘조선왕조 궁중음식’, ‘조선시대의 음식문화’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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