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의원·보좌진 “휴가·연차? 남 얘기일 뿐…”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인사청문회와 추가경정예산안처리 등으로 뜨거웠던 여의도도 여름휴가철을 맞아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시기는 제각각이지만 대부분 8월 초에서 말까지 휴가가 예정돼 있다. 7월 국회가 사실상 끝난 만큼, 9월 정기국회 이전까지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선수가 낮은 의원들과 대부분의 보좌진들에겐 이 또한 남의 얘기일 뿐이다. 최근 국회 사무처가 협조 공문을 의원실로 보내 ‘연차 휴가 활성화’에 나섰음에도 ‘꿈같은 이야기’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설사 운이 좋아 휴가를 떠난다 하더라도 휴가 기간 내내 업무 관련 전화를 받느라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지 못한다고 한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국민의당 투톱·바른정당 대표 ‘휴가 반납’… 당 위기 방증
- 한국당 당직자들, “당장 내쫓길지 모르는데…” 발 동동


지난해 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부터 대선, 청문회와 추가경정예산안처리 등으로 뜨거웠던 국회가 7월 말부터 한 달가량 휴식기에 돌입한다. 각 당 지도부는 국내에서 최소한의 휴식을 취하거나 휴가 없이 일정을 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휴가 가는 추미애·홍준표,
휴가 못 가는 박주선·이혜훈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휴가를 떠난다. 공식일정 없이 지역구에서 하반기 정국 운영 구상에 매진하면서 틈틈이 19살 된 반려견을 돌볼 계획이다. 추 대표는 앞서 7월 26일 휴가를 떠날 예정이었으나 당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시점이 불투명해지면서 휴가를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7월 31일부터 8월 4일까지 여름휴가에 들어간다. 홍 대표는 자신의 고향인 경남에 머물면서 정국 구상을 할 예정이다. 휴가가 끝난 직후부터 전국을 돌며 토크 콘서트를 열 계획인 만큼, 지인들을 두루 만나며 미리 민심을 살피는 시간도 가질 전망이다.

같은 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7월 30일부터 사흘간 휴가를 냈다. 지역구인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 사상 최악의 수해가 발생한 만큼 지역구에 머물면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으로 휴가를 대신할 예정이다.

반면 국민의당 ‘투톱’은 휴가를 반납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별도의 휴가 계획 없이 8·27 전당대회를 앞두고 다소 혼란스러워진 당 안팎을 재정비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김동철 원내대표 역시 휴가 없이 8월 2일부터 13일까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파키스탄과 미얀마 등을 순방하는 정세균 국회의장을 수행한다.

자유한국당과 ‘보수 적자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도 여름휴가 없이 ‘365일 체제’로 일하겠다는 각오다. TK 민심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음에도 오히려 선명해지고 있는 ‘배신자’ 낙인에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9월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까지 당 지도부와 함께 매주 지방 곳곳을 돌며 당 알리기 캠페인인 ‘바른정당 주인찾기’를 벌이기로 했다.

이처럼 각 당 지도부가 자율적으로 휴가를 보내거나 반납한 반면 비례대표, 선수가 낮은 의원, 보좌진, 당사 사무처 직원들 등 에겐 사실상 휴가 선택권이 없다고 한다. 이들에게 올해 여름휴가는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여당 소속 A 초선 의원은 여름휴가 계획에 대해 “초선이라 평소 챙기지 못한 지역구 민원을 들을 겸 휴가 때 지역 경로당, 복지시설 등을 둘러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야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 역시 “비례대표라서 원래 지역구가 없었지만 최근에 당협위원장으로 임명돼 해당 지역을 본격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며 “휴가 계획은 따로 없다”고 귀띔했다.

휴가철, 국회의원들도
‘연차’가 있을까?


심지어 기자가 만난 일부 보좌관들과 의원들은 자신들에게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연차’가 있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한 보좌진은 “연차가 있는지 몰랐다”며 “우린 마치 자영업자처럼 쉬고 싶을 때 쉰다.

그러나 거의 매일 일이 있어서 못 쉴 뿐이다”라고 말했다. 한 의원 역시 “10여 년 동안 국회에서 일했는데 국회의원이 연차를 소진하고 휴가를 갔다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의원들은 연가보상제도가 없어서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의도 내 휴가 빈부격차가 극심한 가운데 자유한국당 사무처 직원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당이 홍준표 체제로 탈바꿈하면서 처음으로 내건 쇄신책이 당 사무처 구조조정이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서는 구조조정 대상이 150여 명에 이를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더욱이 홍준표 체제의 첫 사무총장이 된 홍문표 의원이 대표적인 친홍계 인사로 불리는 만큼 구조조정 폭도 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자칫하다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이들에게 휴가를 자진 반납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당직자는 “당을 이렇게 만든 건 의원들인데 왜 우리에게 책임을 전가하느냐”며 “최악의 선거였던 지난 대선에서 욕을 먹으면서도 밤낮없이 당을 위해 뛰었다. 그 대가가 구조조정인가”라고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그는 “더욱이 당을 뛰쳐나갔다 돌아온 홍문표가 구조조정을 주도한다고 하니 참 기가 찰 노릇”이라며 “홍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 일부 친박 의원들에게 내린 징계를 해제했던 만큼 다시 인적 청산 대상에 올릴 수 없으니 당직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 아닌가”라고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