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기관’ 선정이 중요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리벤지 포르노(헤어진 연인에 대한 복수심에서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고 유출하는 사생활 영상)’와 ‘몰래 카메라(이하 몰카)’ 등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영상물이 유포된 피해자에게 삭제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지난 21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확대‧재생산되기 쉬운 몰래카메라 촬영물과 개인의 성적 영상물 등 디지털 기록이 유포된 피해자에게 상담 및 유포기록 삭제비용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에게 희소식이다. 핵심은 누구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지원할지의 문제다.

여가부‧경찰청 영상 유포 손 놓고 있었나···방심위에 삭제 신청 시 1개월여 소요
전문가 “정보통신망법 개선해야 유포 막는다”···여가부의 지원 대상 주목


몰카와 리벤지 포르노 피해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국회여성가족위원회)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로부터 제출받은 ‘개인 성행위 영상 관련 신고 접수 및 처리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방심위에 접수된 ‘개인 성행위 영상 신고’건수가 1만8809건에 달한다. 중복 접수를 고려한 시정 요구 건수만도 1만113건에 달해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영상물이 온라인상에서 희롱당하는 일을 겪고 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무차별적 유포 현상이 일어나 성범죄로 이어지고 있음에도 경찰청‧여가부가 단속과 피해자 지원에 손을 놓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방심위에 영상 삭제를 신청하면 접수하고 심의하는 데 1개월가량 걸려 처리될 때까지 영상물이 지속적으로 유포된다. 또 문제 사이트를 폐쇄해도 다른 주소로 같은 콘텐츠가 옮겨가고 있으며 유해 사이트 사업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변경된 주소를 기존 이용자들에게 공지해 피해가 끝없이 반복되고 있다.

김 의원은 여가부가 양성평등기본법 37조에 근거해 5년간 인터넷 양성평등 모니터링한 사업실적은 고작 1건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경찰청에 대해서는 지난 2015년 소라넷에서 초대남을 모아 여성을 집단 강간했던 사건으로 떠들썩했을 때 일부 신고 자체를 장난으로 취급하면서 단속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며 녹취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 때문에 피해자들이 방심위나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아닌 민간 동영상 삭제 전문 업체에 의뢰해 유포 영상을 지우고 있다고 전했다.

삭제 기간은 최소 3개월에서 1년까지, 비용으로는 매달 100만~300만 원씩 수백~수천만 원에 달한다. 또 영상이 해외 여러 국가에 퍼졌을 경우 비용이 두세 배로 오른다.

따라서 정 장관의 몰카와 리벤지 포르노 삭제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언급이 피해자들에게 희소식으로 들려오지만 그동안 유통을 사전에 막거나 지원하는 정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적 여론도 함께하는 상황이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피해자들에게 조심해라, (영상물을) 찍지 말라고 하는 것은 큰 효용이 없다. 정보통신망법을 개선해서 웹하드, P2P 업체 등 (음란 영상물들이) 쉽게 유통되고 있는 업체들을 관리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피해자가 영상 삭제를 요청했을 때 그것을 (유통하는 업체들이) 수행하지 않아도 처벌하는 조항이 없다. 의무조항만 있고 처벌조항이 없다는 말이다. 현재 우리는 의원(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유승희, 권미혁 의원 등)과 함께 이들을 규제하는 법안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웹하드 업체는 국내 사업자이기 때문에 관리 규제가 쉽다. 이곳부터 관리 규제를 촘촘히 만들고 해외에 서버가 있는 업체들도 어떻게 관리할지 찾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상 각종 SNS, 커뮤니티 등 온라인 활동이 활발할수록 개인 정보 노출과 명예훼손 빈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인이 하기 어렵고 번거로운 일련 과정을 대행해 주는 직업이 있다. 바로 디지털 장의사다. 디지털 장의사는 본래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생전에 인터넷에 남긴 흔적인 ‘디지털 유산’을 청소해주는 온라인 상조회사 또는 개인사업체다. 온라인의 인생을 지워주기 때문에 디지털 장의사라 불린다. 하지만 최근에는 몰카와 리벤지 포르노 등 사이버 성폭력으로 고통받는 여성이 많아지면서 디지털 장의사가 유포된 동영상과 같은 게시물들을 정리‧삭제해 주는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현재 디지털 장의업체는 지난 2014년부터 생겨나 현재는 20곳 이상이 영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현재 방심위나 경찰에서 피해자의 신고를 받았을 경우 직접적인 채증활동에 제한이 있다 보니 디지털 장의사를 찾아 의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같은 디지털 장의사에게 문제점이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서승희 대표는 “(피해) 영상 삭제를 누가 하느냐가 관건이다. 디지털 장의사가 할 것이냐, 민간단체가 할 것이냐, 정부가 용역을 구해서 할 것이냐 했을 때 우리는 디지털 장의사가 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어 “디지털 장의사를 관리하는 제도가 없다. 지난 2015년경 (디지털 장의사가) NCS(국가직무능력표준) 직업군으로 등록이 됐는데 그 이후 규제관리 필요성만 논의가 되고 실제적인 규제관리 제도가 나오지 않았다”면서 “현재 국내에 20여개의 활동 업체들이 관리를 받지 않고 있고 통신판매 업체로만 등록이 돼 있다. 또 피해자의 피해 영상도 삭제해주지만 (사이버) 성폭력 가해자의 평판관리 같은 것도 해준다. 돈이 되면 (무엇이든)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여가부의 몰카와 리벤지 포르노 등의 영상물 삭제 비용 지원 언급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시행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그 부분은 저희가 현재 (구체적인) 안을 만들고 있다. 예산협의도 있고 여러 가지 과정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어떻게 대상을 설정하고 비용으로는 어떤 절차를 할지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만약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돈이 이쪽(디지털 장의사)으로 들어가게 되면 이 산업을 용인하는 것이 아니냐. (디지털 장의사에 대해) 아직 규제관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가부가 비용을 지원 한다면) 피해자들이 (일부 잘못된) 디지털 장의 업체를 찾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며 “이런 피해 영상 삭제가 (이익을 취하려는) 산업이 돼선 안 된다. 장기적으로는 국가적인 컨트롤 센터를 세운다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여가부의 직접관리, 시민단체의 지원, 기존에 성폭력 상담을 담당했던 유관기관 등에서의 영상 삭제 부서 신설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는 “보통의 (영상 유출) 피해자들은 피해를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모르다 보니 지인에게 알음알음 물어보거나 바로 경찰서에 찾아간다. 하지만 경찰에서 (수사를 위해) 준비해오라는 것(채증 등)들을 모르는 상태에서 방문하는 것”이라며 “(현재) 지원책이 없다 보니 국가적으로 홍보를 할 내용이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들이 피해를 입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응대를 해주는 기관에서의 내부 응대 매뉴얼 등이 철저히 준비하는 등 공동대책이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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