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이 ‘화’ 불렀다 혹독한 체질 개선 ‘필요’‘

<뉴시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1세대 프랜차이즈 CEO들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고 있다.

무분별한 사업 확장이 실적 악화로 이어져 숨진 채 발견되는 안타까운 결말을 초래하거나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도 발생했다. 또 갑질 논란에 휩싸여 대국민 사과를 하는가 하면 법정구속되는 사례도 등장한다.

대기업과 자본력 싸움에서도 밀리면서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프랜차이즈 산업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커피왕’ 강훈, 무리한 사업확대로 파산…자택서 숨진 채 발견
‘가맹점 갑질·횡령’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구속 기소

 
‘커피왕’으로 불리던 강훈 KH컴퍼니 대표이사는 한때 할리스커피, 카페베네 등 토종 커피브랜드를 연이어 성공시키면서 국내프랜차이즈 1세대를 상징하던 인물이다. 그만큼 그의 사망 소식은 업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자영업 위기…씁쓸한 최후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강 대표는 지난달 24일 오후 5시 46분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자택 화장실에서 숨져 있는 것을 회사 직원이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 씨가 회사 운영이 어려워져 금전적으로 힘들어했고 지난 23일 지인에게 처지를 비관하는 듯한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1992년 신세계 공채 1기로 입사해 1997년 ‘스타벅스’ 한국 입성 태스크포스(TF) 멤버로 참여해 커피사업과 첫 인연을 맺었다. 1998년 김도균 탐앤탐스 대표와 할리스커피를 공동창업한 후 2003년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2008년에는 카페베네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연매출 1000억 원, 업계 최초 500호점 돌파라는 기록을 잇달아 세웠다.

그는 2010년 카페베네를 퇴사하고 KH컴퍼니를 창업했다. 이듬해 야심차게 ‘망고식스’를 론칭했으나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망고음료로 프랜차이즈사업을 하기란 역부족이었다. 초기에는 유명 공중파 드라마를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인지도를 높였으나, 겉으로 화려했을 뿐 실속이 없었다.

결국 지난해 망고식스 점포 60개가 폐점했다. 망고식스를 운영해온 KH컴퍼니 매출은 2015년 194억원에서 지난해 105억 원으로 반토막이 났고, 지난해 영업적자만 11억 원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강 대표는 업계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라 처음 망고식스를 선보일 때만 해도 기대가 컸다”며 “하지만 과거와 달리 커피전문점 시장이 이미 레드오션이 돼버렸고, 주변의 시선 탓인지 무리하게 외형을 확장하다 경영난에 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일이 커피 프랜차이즈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은 2015년 적자 전환 뒤 지난해 9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정우현 전 회장도 구속됐다. 정우현 전 회장은 국내 피자업계에서는 신화를 일궈낸 인물로 통한다. 경쟁이 치열한 피자 시장에서 미스터피자를 1위로 만든 주인공이다.

1990년 일본에서 미스터피자 브랜드를 들여온 뒤 매장 수를 확대하다가 2010년 일본 상표권 자체를 인수하면서 업계 이목도 집중시켰다. 하지만 갑질논란에 휩싸이며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이준식)는 정 전 회장에게 공정거래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검찰 수사에서 정 전 회장은 2005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가맹점이 치즈를 살 때 동생 회사를 통하도록 해 중간 마진을 챙기는 방식으로 57억 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맹점이 납품받는 치즈의 품질에 변동이 없는데도 7만 원대에 사들인 치즈를 9만 원대에 팔아 부당이득을 남겼다.

검찰 관계자는 “동생 업체는 사무실이나 냉장 시설, 차량이 없어 유통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 전 회장의 동생은 11억 원 상당의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등 형의 갑질 뒤에 숨어 호화 생활을 했다. 검찰은 또 탈퇴 점주의 자살까지 불러온 ‘보복출점’도 정 전 회장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경비원 폭행으로 물의를 빚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한계 보여

그렇다면 1세대 프랜차이즈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5200여 개 브랜드 중에서 10년 이상 유지된 브랜드 비중이 고작 12.6%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무리한 사업 확장이 주된 이유다”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1세대 프랜차이즈 다수가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리다 어느 순간부터 가맹점끼리 매출경쟁이 일어나는 등 부작용을 피할 수 없었다.

또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민낯들은 브랜드 이미지를 악화시켰다. 카페베네는 2010년 300호점을 열고 2년 후에 800호점을 돌파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가맹점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비싼 인테리어 비용으로 본사 배만 불렸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그것이 알려지면서 공공의 적이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커피는 대기업들이 모두 진출해 있기 때문에 개인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성공하기 쉽지 않은 시장”이라며 “처음 인지도를 높이고 인기를 얻었더라도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부분에서 토종 프랜차이즈들이 힘이 달릴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프랜차이즈 체질개선을 대대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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