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의 양립, 균형을 위한 배려가 온전한 사회 되길”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하루가 멀다 하고 드러나는 갑을 논란, 이루어진 적 없는 재벌개혁,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등장과 함께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각종 가맹사업법 위반 행위,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는 소상공인의 삶, 팍팍하기만 한 노동자들의 일상. 나열하자면 끝이 없는 경제, 산업, 노동 시장의 문제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어느 때보다 화두다. 이른바 민심으로 태어난 촛불정부의 시대가 도래한 지금, 해결되지 못한 채 목표로만 남겨져 있던 숙제들의 답을 찾겠다는 움직임이 드디어 가시권에 들어온 모양새다. 하지만 경제 전반에 산적한 과제들은 아직도 명확한 해답이 나와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며, 또 이후 해답에 도달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결정하는 과정도 난제다. 일요서울은 일선 노동운동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탁상공론이 아닌, 실제 현실과 가장 가까운 답을 찾기 위해 [노동운동가 인터뷰 한국 노동자의 삶과 현실을 듣다]를 기획했다. 그 해답을 얻기 위한 조언과 충고, 갈 길이 먼 현실을 제시해준 세 번째 노동운동가는 강창모 연세의료원 새노동조합 위원장이다.

노동 환경 개선, 노동인식 향상, 교육 사업 강화 등 강조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대변자, 사조직처럼 변하면 안 돼


“의료, 보건 산업 분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강창모 위원장이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이다. 의료 산업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환자들이 받는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모든 노동자들이 그렇겠지만, 의료 산업 종사자들도 ‘최선을 다해 몸이 아픈 환자들을 돌본다’는 소명의식 아래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한 명의 사람일 뿐, 스스로의 삶이나 노동환경이 만족되지 않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자신들의 소명의식도 흐려질 수 있다”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 향상이 환자들이 받는 의료의 질을 높이는 방법 그 자체이다. 정규직들이 조금의 희생과 양보를 해서라도 비정규직 양산을 막아햐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또 그는 이러한 목표를 위해 국가과 기관, 노동자와 사용자들이 모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회 전체적으로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구성원이 전부 동참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그가 생각하는 의료 보건 분야의 현안은 ‘일과 가정의 양립’이다. 강창모 위원장이 말하는 일과 가정의 양립 방법은 인력 확충, 근무 시간 조정, 근무 형태 등을 통해 가정이 있는 노동자들을 배려해주는 일이다.

“일례로 근무 형태나 근무 시간 등이 급격하게 변화됐을 때 퇴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다.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동자들 스스로 근무 환경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여전히 간호 등 특정 직군에서는 여성의 비율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가정이 있는 여성의 경우 밤 근무를 하고 집에 도착하면 새벽일 때도 잦다. 노동조합은 이들을 대변할 것이고, 차차 좋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강창모 위원장은 자신이 속한 보건, 의료계의 현안들에 대한 생각을 전한 뒤, 인터뷰의 범위를 우리나라 노동 문제로 넓혔다. 노동자에 대한 인식과 노동 교육 사업의 부족 등에 관한 내용들이다.

“우리나라는 노동 운동에 대한 관심이나 인식이 너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반감을 가지는 사람들도 다수일 정도로 말이다. ‘근로자’는 괜찮지만 ‘노동자’는 싫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누군가는 노동자라고 명칭하면 ‘블루칼라’만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소수 자본가들을 빼면 노동자가 아닌 사람이 누가 있는가. 인식 변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이처럼 왜곡된 인식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 시스템부터 변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학교 교육 과정에서는 노동 교육이 전무한 실정이다. 그렇다 보니 그것이 인식 부족으로 나타나고, 사회에 진출한 뒤에도 의식의 발전이 더딘 것이다”


아울러 강창모 위원장은 노동운동과 노동조합의 구성 등에 대한 의견도 전달했다.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을 위한 조직이어야 한다는 점과, 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부분이었다.

“연세의료원 새노동조합을 만들기 전, 노동조합을 사조직처럼 생각하고 운영하려던 예전 노동조합 간부들을 본 적이 있다. 그것이 새노동조합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이기도 하다”

“노동자들이 부당한 일을 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그것을 들어주는 곳이 노동조합이다. 그들의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셈이다. 노동조합 간부들의 욕심 때문에 조직의 성격이 변질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마지막으로 연세의료원 새노동조합의 향후 계획을 물었다. 올해는 새노동조합의 창립연도인 만큼 조직 확대에 방점을 찍고, 그 이후 노동조합 사업을 여러 분야로 넓어 가겠다는 답변을 들려줬다.

“올해는 약 1000여 명의 조합원과 함께 하는 것이 목표다. 이후 교섭 참여 및 교육 사업 확충, 사용자 측과 협상을 통한 노사 간 상생 등 다양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노동조합 사무실과 현장을 뛰어다니겠다”

 
강창모 위원장 약력

▲ 2017년~ 연세의료원 새노동조합 위원장
▲ 2005~2008년 연세의료원 노동조합 사무처장
▲ 1997~2004년 연세의료원 노동조합 대의원
▲ 1994년 연세의료원 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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