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유지’, ‘가격 인상’ 그것이 문제로다

가맹점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본사 대책안 기대”
 
더본코리아 측, 3개월 안에 본사 대책 마련 예정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5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을 발표했다. 이에 가성비를 앞세워 성장한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 ‘위기설’이 불거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가맹점주들의 지출 부담이 늘어날 경우 줄폐점을 예상하는 우려가 높아진 탓이다. 더본코리아 브랜드 중 한 곳인 빽다방의 경우 아메리카노 한 잔의 가격은 1000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가맹점들이 원가 대비 매출 흑자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특히 더본코리아는 타 업체들에 비해 비교적 낮은 가격을 통해 경쟁력을 축적해왔다. 이런 이유 탓에 최저임금 인상의 탈출구로 가격 인상 정책을 도입하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요서울은 더본코리아 ‘위기설’의 실체를 좇아가 봤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11차 전원회의를 열고 2018년도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확정했다. 올해 최저임금인 6470원보다 16.4% 오른 금액으로 최근 5년간 평균 인상률 7.4%의 두 배를 넘는 최대 인상폭이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안 발표 이후 자영업자들의 곡소리가 터져 나왔다. 장기화된 불황에 설사가상으로 최저임금마저 큰 폭 상승해 부담이 높아졌다는 이유 탓이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위기’에 직면한 곳이 있다. 대중적인 메뉴와 ‘가성비’에 초점을 맞춰 폭발적인 성장을 일궈낸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가 그 주인공이다. 더본코리아는 매출이 한 해 1000억 원대로 집계된다. 또 브랜드 20개, 1000여 곳의 직·가맹점을 운영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는 가성비 높은 메뉴에 백 대표의 방송 활동이 시너지를 낸 결과물로 풀이되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폐점’
 
장기화된 불황에도 선전하고 있는 더본코리아가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는 ‘줄폐점’을 예상하는 우려가 높아진 탓이다.
 
더본코리아 브랜드 중 빽다방은 2012년 사업을 시작으로 저가 커피 시장을 주도하며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메리카노 커피 가격이 1000원대를 넘지 않는 부담 없는 가격으로 인해 ‘서민 커피’의 대표 격으로 꼽힌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빽다방 가맹점 증가율이 1616.7%에 달해 이 상승세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가성비’를 앞세웠던 더본코리아의 가맹점들이 원가 대비 매출 흑자를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분석한다. 가격 유지 시 가맹점들의 ‘부담’은 높아지고, 가격 인상 시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본코리아가 빽다방이 저가 커피를 앞세운 ‘가성비’로 성장해 가격 인상을 하지 않고 최저임금만 올리게 된다면 가맹점주들의 지출부담만 가중돼 결국 ‘폐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추측이다.
 
기자는 빽다방을 운영 중인 가맹점주 A씨에게 현재 지급하고 있는 임금에 대해 문의했다. 이 가맹점주는 “현재 최저임금 이상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백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빽다방 아메리카노의 (원재료 비율이) 18~19%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20% 가까이 원재료 값이 들고 인건비 등 기타 비용이 추가되면 마진율은 높지만 저가이기 때문에 실제 가맹점주 수중에 돌아오는 돈은 크지 않은 것이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의 돌파구로 ‘가격인상’을 감행할 경우 ‘가성비’로 인해 빽다방을 이용하던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겨 이 역시도 ‘폐점’의 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업계관계자들은 주장했다. 앞서 원재료 값 인상 등을 이유로 카페모카, 바닐라라떼 등의 가격 인상을 감행해 논란이 된 바 있어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또 다른 문제는 더본코리아가 최저임금 인상까지 다섯 달 정도 남은 시점에서 아직 구체화된 방안 대책을 강구하지 않아 가맹점주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더본코리아 브랜드 중 한 곳인 새마을식당을 운영하는 B씨, 빽다방을 운영 중인 C씨 등에게 최저임금 인상 관련 가맹본부의 대책 마련 지침이 내려온 바 있냐고 물었지만 그들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가맹점주는 “본사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책안 마련을 기대한다”고 했다.
 
속 타는 가맹점주들
 
일요서울은 백종원 더본코리아의 대표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으려고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다만 더본코리아 관계자를 통해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구체화된 방안 대책을 강구했냐는 질문에 더본코리아 측은 “최저임금이 발표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대책안이 바로 나오는 게 아니다. 준비는 하고 있다”며 “관련된 부서 대책 방안 수립을 해야 하지만 구체적인 방향이나 대책이 나오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격인상’에 대해 “그런 부분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검토과정에서 여러 가지 대책이 나올 수 있다”며 “중·저가 가격이 특장점이라서 가격 인상 등의 얘기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 말할 수 있는 게 아직 없다”라고 말을 아꼈다.
 
더본코리아 측도 업계에서 우려하는 가격 유지 시 가맹점들의 ‘부담’은 높아지고, 가격 인상 시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길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최저임금에 대한 인상은 1월부터고 시간적인 여유가 물리적으로 5개월 정도 남아서 충분히 검토하고 상호 의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입장이다”며 “가맹본부-가맹점주-소비자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부분의 고민을 이제 시작해 추정해서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10월~ 11월 가맹점주 연수를 실시하는데 그 전후로 해서 그때는 공지를 해야 해 그 전까지는 답을 낼 것으로 일정만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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