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정치학 교수인 클린턴 로시트는 정부를 불(火)로 비유했다. 정부는 불과 같은 존재여서 국민에 의해 제대로 통제되면 가장 유익한 하인이 된다. 그렇지만 반대로 국민의 통제를 벗어나게 되면 정부는 “폭군”으로 군림한다고 경고했다. 로시스트 교수의 “폭군” 경고는 큰 정부에 대한 경계심 표출이었다. 
7월20일 문재인 대통령은 “작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정부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작은 정부”를 거부하고 “큰 정부”로 간다는 말이다. 큰 정부란 일반적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출 증대, 기업규제와 간섭, 복지정책 확대 등을 말하고 “작은 정부”는 그 반대를 의미한다. 문 대통령은 큰 정부의 필요성으로 “저성장 양극화의 구조적 한계 극복”, “국민과 가계”를 위한 경제정책 중심 전환, “국민의 삶 질적 개선” 등을 꼽았다. 그는 또 저성장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선 “재정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고 했다. 저성장·양극화 극복을 위해 국민 세금을 풀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 주장대로 큰 정부로 간다 해도 “저성장 양극화”를 극복하고 국민의 삶을 “질적으로 개선”한다는 보장은 없다. 도리어 큰 정부로 간다면 로시스터 교수의 경고대로 “하인”이 아니라 “폭군” 정부로 경직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큰 정부에 대한 불신은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레이건 대통령은 큰 정부를 거부하는 “작은 정부” 신봉자였다. 기업과 개인의 자유를 규제하는 큰 정부는 국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도리어 문제를 만든다고 불신했다. 그는 지미 카터 전임 대통령의 큰 정부를 거부했다. 작은 정부 신념에 따라 친기업, 과감한 감세, 정부의 규제완화와 개입축소, 사회보장 축소 등을 관철시켰다. 그 결과 1980년대 죽어가던 미국 경제는 활기를 되찾아 크게 성장했다. 큰 정부를 지향하던 카터 대통령 때 미국의 실업률은 무려 10%대로 치솟았었다.
유럽에 “마크롱 선거 혁명”을 일으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저성장 탈출을 위해 고소득 감세와 친기업 정책 등으로 가고 있다. 독일도 법인세를 26.4% 였으나 15.8%로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감세와 규제 철폐는 물론이려니와 법인세도 35%에서 15%로 대폭 삭감키로 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작은 정부로 간다는데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다르다. 법인세를 22%에서 25%로 올릴 것을 검토 중이다. 부자세를 새로 도입하려는가 하면, 최저 임금도 중소기업과 영세 사업주들이 부담하기 벅찰 정도로 대폭인상했다. 신고리 원자력 발전 5·6호기 공사도 공론화를 거치지 않고 일시 중단시켜 버렸다. 초중고교 역사 국정교과서 폐지도 여론수렴 없이 결정했다. 이 모든 일방적인 조치들은 문 대통령이 이미 제왕적 큰 정부 의식에 빠져 있음을 엿보게 한다.
물론 문 대통령의 큰 정부가 “저성장 양극화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증세와 관련,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라고 했지만 법인세 인상과 맞물려 기업인들의 의욕을 떨어트리고 투자를 꺼리게 한다.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함으로써 중소 및 영세 사업자들에게 부담을 준다. 일자리 창출도 기업의 사업 팽창에 따른 열매가 아니고 세금에 의한 것이라면 세금 고갈로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실패한  중남미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떠올리게 한다. 로시스트와 레이건의 경고대로 큰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도리어 만들어 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오늘 날 선진국들에서는 ‘작은 정부’로 간다는 사실을 직시, 큰 정부로의 강공(强攻)에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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