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찰제도 고집, 국가적 정치 큰 틀에 맞지 않아”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국정기획위원회는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2019년 자치경찰제 도입을 목표로 올해 관련 법률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21일 각계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포럼을 개최했다. 최근 서울시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서울시민 10명 중 6명이 자치경찰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기도 한 자치경찰제는 주민 밀착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으나 실행과정에서 기존 경찰조직과 충돌 등 여러 한계점도 지적되는 상황이다. 일요서울은 이영남 한국자치경찰학회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치경찰제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국가경찰 둔 채 자치경찰 두는 것 지방자치 구현에 맞지 않아
검‧경 수사권 조정, 선결 문제 아냐···국가경찰 예산 재조정 중요


- 자치경찰제는 무엇이며 도입배경은 무엇인가?
▲ 자치경찰은 다양한 관점으로 정의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자치경찰의 개념을 정의해 보면 주민생활 중심의 경찰서비스를 확보하고 제공하는 데 의의가 있다.

현 정부의 자치경찰제 도입 논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이며, 새 정부의 지방 분권과 균형 발전의 밑그림에도 포함돼 있다. 지난 2006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제주형 자치경찰제도를 근간으로 한 기초 단위 도입 안(案)과는 달리 민생 치안, 생활 안정 중심의 광역 단위 등 다양한 논의를 열어두고 있다.
 
- 기존 제주형 자치경찰의 문제점과 이상적인 자치경찰제는 무엇인가?
▲ 국가경찰을 그대로 둔 상황에서 틈새 치안을 맡기기 위해 자치경찰을 두는 것은 치안이 지방의 고유 사무라는 점에서 지방자치의 구현에 맞지 않는다. 또한 자치경찰 이념으로서 민주성은 그 본연의 활동을 통해 국민의 자유와 평등 그리고 인권 등과 같은 이상과 가치를 실현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지방치안을 국가경찰이 그대로 맡고 있는 점에서 보면 자치경찰 조직의 대내외적인 민주성의 확보는 사실상 논의가 불가능하다.

그 외에 주민참여·통제와 책임성 문제, 경찰청장의 독임제 문제 등 경찰조직에서 개혁이 필요한 부분에서 제대로 된 개혁을 할 수 없다. 국가경찰의 조직‧업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치단체의 능력에 따라 치안 임무를 부과하는 것은 중복 행정과 조직의 설계상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사실 국가경찰제든 자치경찰제든 모두가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자치경찰제’라는 것은 한계가 있다. 다만 국가경찰제도가 한국의 치안력을 세계적인 수준까지 높여 온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정치시스템이 이미 지방자치시대를 열어 민주성을 확보 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국가경찰제도를 고집하는 것은 국가 정치의 큰 틀에도 맞지 않는다. 따라서 치안의 사무는 국가사무가 아니고 지방 고유의 사무인 점에서도 지방자치단체 소속으로 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만 자치단체가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가 있는 만큼 기초로 가느냐, 광역으로 가느냐는 학자마다, 기관마다 이해관계에 따라 그 의사가 다를 수 있다. 또 치안의 문제가 새 정부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할 수 없는 만큼 광역부터 점진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이상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자치경찰제는 특별사법경찰과도 유사하다는 지적이 있다. 자치경찰의 구체적인 역할과 활동범위는 어느 정도까지로 정해야 할까?
▲ 특별사법경찰제도는 일제시대부터 시작돼 90여년 이상 존치해 온 제도다. 주로 중앙행정기관과 그 위임 사무를 수행하는 지방자치단체 소속의 개별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으나 최근에는 광역자치단체들이 전담부서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특별사법경찰과 자치경찰은 그 자치단체의 사무를 처리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자치경찰은 지방자치와 관련된 분권사상으로 주민 참여를 통해 치안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 균질적이고 지역특성에 적합한 치안행정 서비스 제공과 지역주민의 생명‧안전‧재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조직적 차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검‧경, 국가경찰과 자치경찰간 수사권 조정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 수사권 조정의 목적은 검사 중심의 독점적인 수사구조를 조정하여 검찰과 경찰에게 수사권을 분점시킴으로써 어느 한 기관이 전권을 행사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데에 있으므로 수사권 분점을 통한 합리적인 배분을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자치경찰제도 도입을 위해서 수사권조정이 선결문제는 아님을 밝힌다. 수사권조정이 이뤄져 있다면 제도개혁의 여건이 마련된다는 점에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으나 수사권 조정이 필수적이지는 않다고 하겠다. 자치경찰제도가 먼저 도입된다면 수사권 조정이나 분점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앞당겨질 수 있음을 밝힌다. 이는 자치경찰을 시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영미국가들 경우 수사의 개시 및 종결권을 경찰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자치경찰제 시행에 대해 경찰 급여, 처우 등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 지난 정부의 자치경찰제도의 안은 기초자치단체별로 재정자립도에 차이가 있다. 재정문제로 자치경찰제도를 선택적으로 실시할 수 있으며 작은 자치단체는 이웃하고 있는 자치단체와 연합하여 자치경찰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 또한 지방자치발전위원회에서 발표한 소요 인력이 1만2000~1만4000명 내외라고 하며 인사 교류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1만0000여 명의 지방공무원이 늘어난다고 할 수 있다.

재원 확보는 지방소비세 규모 확대, 과태료 징수이관과 징수교부금제 도입, 자치경찰 단속 범칙금 지자체 귀속 등 국민에게 부담이 없으며 증세 없는 방안을 강구한다고 발표했으나 오히려 치안에 관한 일정한 재원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 더욱 문제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경찰급여, 처우 등이 자치단체별로 다를 수 있고, 파산되는 자치단체는 치안력 부재라는 초유의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국가경찰시스템은 그대로 둔 채 자치경찰제도를 제주형으로 가야 한다는 기형의 논리로 법안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자치경찰의 재정은 국가경찰의 예산을 재조정하여 지방청 단위의 재배정된 예산을 중앙에서 치안특별교부금으로 처리되도록 한다면 지방자치단체별 재정자립의 차이로 인한 치안서비스의 차등 문제나 경찰처우가 달라지는 문제는 없을 것이다. 국민들에게 치안에 관한 목적세나 세금 증가에 대한 부담도 없어질 것이다.

치안특별교부금으로 할 경우, 지방재정이 열악한 자치단체에 의한 치안예산이 잠식당할 우려가 없이 치안예산의 독립적인 사용이 가능하고, 치안예산을 자치단체가 담당하게 될 경우 지방정부로부터 정치적인 중립이 사실상 어렵게 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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