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 취하 종용했다” vs “그럴 권한 없다”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구치소에 수감된 한 임산부가 서울 시내에서 근무 중인 한 경찰관을 고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임산부가 구치소에 수감되는 일도 흔치 않지만 경찰을 고소하는 일도 이례적이다. 일요서울에서는 임산부 A씨가 7월 1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접수한 고소장을 입수했다. 그녀와 경찰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구속된 A씨, 벤처기업 대표 B씨가 불법 지시 했다고 주장
경찰, 수사 결과 ‘공모관계’ 인정 안 돼 B씨는 구속 면해 

 
임신 27주차인 임산부 A씨는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그녀는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의 혐의로 지난 6월 19일 구속됐다.

유사수신행위란 은행법·저축은행법 등에 따라 인·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신고하지 않은 회사가 일반인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를 꾀어 돈을 벌어주겠다며 투자금을 걷어들인다.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원금을 보장하거나, 확정수익률을 제시해 투자자의 돈을 끌어 모을 수 없다.
 
유사수신행위로
27억여 원 사기

 
경리 담당자로 일했던 A씨는 유망 벤처기업의 명의를 도용해 27억 원대 유사수신 사기행위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 사건으로 구속된 사람은 A씨를 포함해 총 3명이다. 해당 벤처기업의 대표 B씨는 구속되지 않았다. 경찰에서는 B씨에 대해 공모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입건 조사를 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A씨 일행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무실에서 투자자 47명에게 한 벤처기업의 명의를 내세우며 투자를 권유했고 3개월 내에 투자금의 155%를 지급하겠다고 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챙긴 금액이 총 27억 원이다.

이 과정에서 A씨 일행은 B씨에게 접근해 30억 원에 회사 지분 48%를 인수할 것처럼 연기하며 법인 명의를 도용했다. 또 B씨의 허락없이 벤처기업의 법인 인감으로 투자약정서, 총판계약서, 차용각서 등의 문서를 만들어 범행에 이용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A씨 일당이 벤처기업 대표와 투자자를 이중으로 속였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A씨는 수사과정에서부터 B씨의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경찰관
협박·회유해 고소 취소

 
A씨는 서울 S경찰서 소속 경찰 C씨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C씨는 A씨가 구속된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등의 사건에서 A씨를 조사했던 담당자다.

A씨가 C씨를 고소한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다. 고소장을 살펴보면 A씨는 “‘B씨에 대한 고소사건을 취하하지 않으면 공범 D씨 등과 함께 다른 사건에 대한 추가수사를 계속하여 10년 이상의 형을 살리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협박 내지 회유하여 조서에서 고소인의 고소취소 취지의 진술을 받아 이에 서명하게 하였는바, 이는 명백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하여 본건 고소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고소 사유를 밝혔다.

A씨는 위의 발언을 7월 7일 서울구치소 수사접견실에서 C씨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적었다. 결국 A씨는 그 자리에서 C씨에게 고소취소 취지의 진술을 했고 이같은 내용을 진술조서에 기재하고 서명했다고 밝혔다.

당시 A씨는 유사수신행위법을 위반하게 된 데에는 벤처기업 대표였던 B씨의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 수사 과정에서 A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B씨를 제외한 A씨와 그 일행만 구속됐다.

당시 A씨는 B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K경찰서에 고소해 조사가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C씨가 B씨에 대한 고소 취하를 종용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또 A씨는 C씨가 B씨 고소사건의 수사담당자가 아닌데 자신에게 고소취하를 종용한 것은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뉴시스>
   사건 진실
“조사해 봐야”

 
기자는 사실 확인을 위해 A씨를 수사했던 C씨의 근무지인 S경찰서에 27일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C씨는 휴가 중이라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신 전화를 받은 S경찰서 관계자에게 C씨 고소 건에 대해 물었지만 “본인이 아니면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기자는 A씨 수사를 지휘했던 수사 팀장 D씨와의 통화를 요청했다. 전화를 받은 D씨도 A씨가 담당수사관이었던 C씨를 고소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C씨로부터도 고소와 관련해 들은 이야기가 없다고 밝혔다.

D씨는 오히려 기자에게 “뭣 때문에 고소를 했다고 하나? 아직 연락받은 게 없다”며 “(고소장이) 오면 우리한테 연락이 온다“고 답했다.

D씨는 “(A씨의 고소 등) 그런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에 진정인가 해서 내용은 얼핏 봤다”며 “그건 조사를 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진정 및 고소 건에 대한 수사는 누가 하는지 묻자 그는 “서울청이나 경찰청에서 할 것이다. 조사가 (아직) 내려오지는 않았다”며 재차 “검찰청에서 지시가 내려온 것은 없다”고 밝혔다.

기자는 A씨가 C씨를 고소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인 B씨에 대한 고소 취하 종용 사실에 대해 D씨에게 들은 바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D씨는 기자에게 “경찰관이 고소 취하를 하라 마라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나”라며 “조사를 해 보면 알겠지만 조사하는 수사관이 (고소를) 취하해라 합의해라 하는 그런 얘기를 못 한다”고 말했다.

이어 D씨는 “경찰관이 하지 못하는 소리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A씨가 제기한 K경찰서 고소 건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D씨는 병합처리된 사건이므로 관할 지역이 달라도 C씨가 개입했던 것에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

A씨 고소장과 S경찰서 관계자의 말을 살펴보면 서로의 주장이 완전히 상반되고 있다. 결국 검찰 등의 수사기관이 나서야 진상이 밝혀질 전망이다. 고소장이 접수된 지 약 2주가 지난 만큼 본격적인 수사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에서는 벤처기업 B대표에 대해 재수사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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