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회계연도 결산검사서 본래 취지와 관련 없는 예비비 지출 90% 나타나

 [일요서울ㅣ고양 강동기 기자] 고양시가 지난해 지출한 예비비는 64억 원 가량으로 2015년 대비 300% 이상 증가했다. 이는 소송 패소로 인한 청구금 지급 등에 예비비를 활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 예비비 취지 논란이 예상된다.
  대규모 비용부담이 예상되는 민사소송의 경우 최대한 예측해 본예산에 포함시켜 지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최근 제기됐다. 

고양시의회가 공개한 2016회계연도 결산검사 의견서에 따르면 고양시는 지난해 총 25건 64억7100만 원의 예비비를 집행했다. 이는 2015년 53건, 18억100만 원을 집행한 것에 비하면 건수가 줄었음에도 금액기준으로는 3배 이상 증가했다.
 
해당 의견서 검사 분석을 살펴보면 부적절한 집행이 눈에 띈다. 먼저 고양시는 2016년 예비비 지출액 대비 61.1%인 39억5400만 원을 소송 패소에 따른 비용으로 지출했다. 

고양시 예산법무과에 따르면 4건, 40억 원에 이르는 소송비용은 모두 덕양구청에서 사용했다. 안전건설과가 3건, 환경녹지과가 1건이다. 

결정일 기준 3월 안전건설과가 ‘대법원 판결에 따른 손해배상금 지급’으로 2억9539만6000원, 10월과 11월 각각 ‘환매소송 패소에 따른 청구금 지급’으로 10억4333만2000원과 24억6329만7000원을 지출했다. 

이 외에 환경녹지과가 12월 26일 ‘손해배상사건 종결에 따른 임의변제 청구금액 지급’건으로 1억5150만 원 가량을 지출했다. 

문제는 예비비로 소송비용을 납부하는 것이 정당한가 하는 것이다. 의견서에서 결산검사위원들은 고양시가 2015년에도 총 예비비 지출액의 58.1%인 10억4700만 원을 소송비용으로 지출한 점을 들어 “패소가능성이 높은 소송에 대해서는 추정치를 산정해 본예산에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덕양구청 안전건설과 관계자는 환매소송으로 인한 청구금 지급과 관련 “요즘 땅 값이 비싸다 보니 금액이 좀 커졌다. 소송의 결과는 미리 예단할 수 없어 본예산에 반영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면서 “다음해 예산에 반영하더라도 그간의 이자비용을 지급해야 해서 예비비로 지출하는 것이 이득이었다”고 말했다.
 
약 두달여 기간의 이자납부 금액을 아끼기 위해 예비비로 소송패소에 따른 비용을 납부했다는 설명인 셈이다. 의견서에 나타난 고양시 예비비 사용의 부적절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소송비용 다음으로 많은 28.7%, 18억5600만 원이 고양도시관리공사 부가가치세 납부에 사용됐고 ‘조직개편에 따른 지출’에 1억8900만 원, 무기계약근로자 퇴직금으로 4억 원이 지출됐다. 

도시관리공사의 부가가치세 납부의 경우 2011년 공사-공단 통합 이후 쌓여온 미납액 중 2016년 해당치만 납부한 것이다. 이마저도 지난해 연말 세법 개정으로 면세대상으로 바뀌어 이번 의견서에도 환급받을 것을 권유받았다.
 
결국 대부분이 상당부분 예측이 가능했던 지출항목. 이를 모두 더해 보면 예비비 지출 총액의 90% 이상이 본래 예비비 집행 취지와 일부 또는 많이 어긋나게 지출됐다고 볼 수 있다.
 
박윤희 전 고양시의회 의장은 “지방재정법 제43조, 지방자치법 129조에서는 예비비를 지방자치단체가 사전에 예측할 수 없는 불가피한 지출 또는 재난과 재해 같은 긴급한 예산운영에 대비해 예산대비 1% 이내에서 책정해야 한다”며 “고양시의 예비비 지출은 여러모로 부적절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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