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긴장의 한반도

북한, 미국의 선제 타격 의식해 연일 대미 협박
미국, 북한 ICBM 생산 연도 2018년으로 판단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미국 주요 언론매체들은 한반도를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북한이 시도 때도 없이 미사일을 쏴 올리고, 이에 대응해 미국이 ‘죽음의 백조’라고 불리는 B-1B 랜서 전략폭격기를 괌에서 한반도 상공으로 전개해 수시로 무력시위하는 것을 보고 한반도가 ‘아시아의 발칸반도’가 되는 것 아니냐 하고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7월 8일 괌에서 출격해 한반도로 건너온 미 공군 B-1B 2대는 한국 공군 F-15K, 미 공군 F-16 전투기와 함께 강원도 영월 필승사격장에 진입해 적 핵심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공대지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미국 장거리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공개적으로 실탄 폭격 훈련을 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공군은 그날 “미 공군의 B-1B 폭격기 2대가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출격해 한반도 상공에 전개됐다”며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에 강력히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높아가는 상황에서 이르면 내년 북한이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미국 국방부가 판단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7월 25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서 놀라운 기술적 진보가 있었다"며 2018년을 북한 ICBM 생산 가능 시점으로 판단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는 북한이 오는 2020년에야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던 기존 전망을 2년 앞당긴 것이다. 

지난 7월 4일 7000~8000㎞를 날아갈 수 있는 북한의 '화성-14형'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사실상 북한 ICBM 개발이 완성 단계에 근접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그런가 하면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협박은 점입가경이다. 북한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7월 27일) 64주년을 앞둔 지난 7월 26일 평양에서 중앙보고대회를 열고 적들이 오판하면 사전통고 없이 핵 선제 타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조선중앙통신은 “조국해방전쟁(6·25 전쟁) 승리 64돌 경축 중앙보고대회가 26일 조국해방전쟁 승리 기념탑 교양마당에서 진행됐다"며 이런 내용을 포함한 박영식 인민무력상 연설 내용을 전했다. 

우리의 국방부 장관 격인 박영식은 연설에서 “정규군의 역사도 짧았고, 무기도 부족했으며, 경제적 잠재력도 미약한 상태에서 미 제국주의를 상대로 현대 전쟁을 치른다는 것은 보통 상식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6·25전쟁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7·27은 세계 전쟁 역사상 처음으로 미 제국주의를 때려 부수고 반미 대결사(對決史)에 승리의 첫 페이지를 아로새긴 긍지 높은 명절"이라며 “미제의 강대성(强大性) 신화에 종지부를 찍고 미 제국주의의 종국적 멸망의 시초를 열어 놓은 20세기의 군사적 기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적들이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오판하고 '핵 선제타격론'에 계속 매달린다면 백두산 혁명 강군은 이미 천명한 대로 그 무슨 경고나 사전통고도 없이 아메리카 제국의 심장부에 가장 철저한 징벌의 핵 선제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박영식 북한 인민무력상이 ‘핵 선제타격론’을 언급한 것은 북한도 미국의 선제타격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그런데 최근 미군 최고위 장교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의 보도에 따르면 해병 4성 장군인 조셉 던포드 미 합참의장은 지난 7월 22일 미국 콜로라도 주에서 진행된 아스펜 안보 포럼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대북)군사 옵션을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그 말을 조금 바꾸고 싶다. 그것은 끔찍할 것이고 우리 생애 경험해보지 못한 살상 피해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북한 사이의 전쟁이 “상상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런 전쟁이 벌어지면 큰 인명손실이 있겠지만 미국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적 선택방안들을 준비하는 것은 그의 의무라고 던포드 의장은 말했다. 던포드 의장은 “내가 아군이건 적이건 내 상대방들에게 이야기해 왔듯이, 북한 핵능력에 대응하여 군사적 선택방안들을 갖는 것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아니다. 내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은 핵무기가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에 떨어지는 것을 허용할 능력을 허용하는 것이다. 그것이 내게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내 임무는 그것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하여 군사적 선택방안들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육해공군의 합동작전을 총지휘하는 미 합참의장의 입에서 대북 군사옵션이 공개적으로 거론되자 이 발언은 학술회의의 논의 초점이 됐다. 중국이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을 우려해 북·중 접경지역의 군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전쟁 등 군사 행동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고 7월 26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미 국무부에서 27년 근무한 경력이 있는 저명한 아시아 문제 전문가인 미국 스팀슨센터 앨런 롬버그 동아시아국장은 7월 25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중-미연구소(ICAS)’가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대화도 물론 필요하지만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을 완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VOA에 따르면 그는 “최근 조셉 던포드 미국 합참의장의 발언에 동의한다. 아무리 끔찍하다 해도 전쟁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롬버그 국장은 북한이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강행했을 때 이를 보호하는 것은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한국의 안보가 중국의 안보만큼 중요하다는 점도 중국이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함께 토론회에 참석한 중국의 주펑 난징대학교 국제관계연구원장(국제대학원장)도 북핵 문제를 둘러싼 군사 충돌 가능성과 관련해 미중 간의 ‘공동 비상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측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며 비난하지만 그는 결국 미중 협력으로 북핵 문제에 진전이 있으리라 낙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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