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태용 감독
-경쟁에 불붙이며 비상체제 돌입…동기부여로 K리그도 골잔치로 들썩
-70~80% 명단 확정…기성용 불발 최악의 사태 놓고 대체 카드 고심 중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이달 말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전에 돌입하는 신태용 감독이 첫 소집을 앞두고 마지막 조각 맞추기에 들어가며 누가 신태용 감독의 황태자 자리에 오를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더욱이 축구대표팀의 주춧돌 역할을 해 온 기성용과 손흥민의 부재가 현실화되면서 대표팀의 전력에도 비상이 걸렸다. 설상가상으로 위기에 봉착해 있는 상황에서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령탑을 수락한 이후 K리그 선수들을 점검해 온 신 감독은 지난 5일 중국행 비행기에 올라 1박2일 일정으로 김영권(광정후 헝다), 황석호(텐진 테다) 등을 점검한 뒤 마지막 퍼즐 완성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앞서 신 감독은 그간 축구대표팀의 주전으로 활약하던 유럽파에 대해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사실상 K리그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뜻을 전하는 등 대대적인 변신을 예고한 가운데 중국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로 마지막 조각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같은 행보는 일주일의 시간을 더 벌게 된 조기소집의 효과를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당초 신태용 호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 기간에 맞춰 소집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럴 경우 28일에나 선수들을 불러 모아 31일 이란전을 치러야 해 불안감을 키웠다.

하지만 K리그 클래식 12개 구단과 대한축국협회 기술위원회가 의견을 조율해 오는 14일 명단을 발표한 후 21일부터 조기 소집해 훈련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중국 슈퍼리그도 A매치를 위해 오는 20일 리그일정을 마무리한 후 다음달 8일부터 재개하기로 해 중국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 역시 조기소집에 합류할 수 있게 됐다.

 
기성용 선수
조기소집 호재에도
유럽파 변수

 
다만 일본 J리그는 리그 일정으로 조기소집 합류하기 어렵고 유럽파는 곧 리그 시작을 앞두고 있어 A매치 기간을 제외하고 불러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어렵게 마련한 조기소집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K리그와 중국 슈퍼리그 소속 선수들의 대표팀 내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이에 대해 신 감독은 지난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4라운드 FC서울과 강원FC의 경기를 관전 후 “A대표팀 명단은 70~80% 확정됐다”고 밝혀 마지막 옥석 가리기에 돌입했다는 뜻을 전했다.

더욱이 그는 가용자원을 최대한 선발해 26명까지 명단을 꾸리겠다고 언급해 K리그 선수들이 포함될 자리가 더 많아질 것을 내비쳤다.

그간 신 감독은 K리그 클래식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을 돌아다니며 선수들을 두루 살피는 동안 “한두 경기보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전체적인 데이터를 갖고 있다”고 말해 후보군에 대한 최근 경기력을 확인하면서 선택할지를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더욱이 조기 소집과 함께 최대 26명까지 선발하기로 해 신 감독은 플랜A뿐만 아니라 플랜B까지 염두에 두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월드컵 최종예선 엔트리는 23명으로 그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최종명단에 엔트리 수와 같은 23명을 뽑은 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예비 명단’을 마련했다.

이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구단에서도 예비 명단에 들어간 선수들을 잘 관리해 달라는 뜻도 담겨 있다.

하지만 그간 예비 명단에 든 선수들은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파주 NFC)에는 모이지 않았다.

그러나 신 감독은 최대 26명을 파주에 모이게 하겠다고 밝혀 만일의 사태에 확실한 대비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선수를 교체할 경우 자신이 직접 훈련을 시키고 지켜본 선수들 가운데 선발하겠다는 것. 신 감독은 “만약 부상자가 나온다면 뽑은 선수들 가운데에서 교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정에는 대표팀 주축인 손흥민(토트넘)과 기성용(스완지시티)의 부상도 한 몫 거들었다.

신 감독에 따르면 손흥민은 다친 부위가 팔이라 훈련은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다. 반면 기성용은 조깅 등 가벼운 훈련을 하고 있지만 경기 투입이 가능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두 선수의 회복 속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신 감독은 두 선수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면서도 “당연히 플랜B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심 감독이 다시 경쟁의 문을 열면서 선수들 사이에서의 치열한 각축전을 예고했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은 ‘경제성’을 내세워 엔트리를 다 채우지 않았다.

당시 슈틸리케 감독은 뛰지 못하는 선수를 배려했다는 이유를 달았지만 실상은 선발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에게 일말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슈틸리케호의 실패 원인 중 하나로 경쟁 부재를 꼽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베스트 11을 거의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팀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 주전 선수들은 더 열심히 할 이유가 없었고 후보 선수들도 치열하게 경쟁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손흥민 선수
K리그 비중 확대에
선수들 화색


신 감독은 이를 잘 알고 있기에 다시 경쟁에 불씨를 붙였다.

신 감독의 의지는 경기 관전만으로도 K리그에 훈풍을 불어 넣었다. 어느 때보다도 K리그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견되면서 K리그에 골 잔치가 펼쳐지기도 했다.

통상 여름부터 많은 골이 터져 나오는 때이다. 체력 부담을 느끼면서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고 외국인 선수와 새로 영입된 선수들의 조직력, 경기력도 적응단계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19~23라운드 30경기에서 무려 93골이 쏟아졌다. 경기당 평균 3.1골로 앞서 치러진 14~18라운드 30경기에서 나온 86골(경기당 평균 2.8골)과는 큰 격차를 보인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신 감독의 동기부여에서 이유를 찾고 있다.

신 감독은 “나이가 많아도 최종예선 2경기 소화할 수 있는 선수라면 선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K리거 10명 미만으로 뽑는 일은 없다” 등의 선발 원칙을 밝히면서 모든 선수들에게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 주효했다.

실제 한 클래식 상위권 선수는 “신 감독님이 K리거를 많이 뽑겠다고 말씀하시고 많은 경기를 직접 다니시니 선수들 사이에서도 ‘잘 하면 나에게도 기회가 오겠구나’하는 동기부여가 생겼다”고 전했다.

중하위권 팀의 또 한 선수도 “감독님께서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선수는 꼭 뽑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유명하진 않더라도 감독님 스타일에 부합하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신태용 감독
고사 중인 베테랑…
젊은 피 가능성도 열려

 
이에 따라 K리그에서 누가 소집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국가대표 후보가 가장 많은 팀은 선두 전북이다.

슈틸리케호 시절에도 꾸준히 발탁됐던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비롯해 미드필더 이재성, 측면 수비수 김진수 등이 거론된다.

여기에 38세 노장 이동국 역시 본인은 고사하고 있지만 신 감독이 직접 이름을 거론했을 정도로 대표팀 발탁 가능성이 열려 있다.

또 올 시즌 14골로 국내 선수 중 득점 선두에 올라 있는 포항의 공격수 양동현, 10개의 어시스트로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는 서울의 미드필더 윤일록도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이 외에도 ‘왼발의 달인’ 염기훈과 전천후 미드필더 김민우(이상 수원삼성)를 비롯해 브라질 월드컵을 경험한 이근호(강원)도 눈에 띈다.

여기에 경험은 많지 않지만 젊은 피들이 수혈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올 시즌 정상급 수비수로 거듭난 안현범(제주)이 고질적인 대표팀 풀백 기근 해결사로 떠오르고 있고 장신 수비수 김민재(전북), 이창민, 권순형(이상 제주), 이종호(울산), 문창진(강원) 등도 대표팀에 발탁 가능한 후보들로 분류된다.

다만 신 감독은 그간 축구대표팀의 중심추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기성용을 놓고 고심 중이다.

기성용은 지난 6월 무릎염증 제거 수술을 받은 후 이제 막 재활훈련에 들어간 상태. 결국 기성용의 출전이 불발될 경우 축구대표팀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기성용이 보여준 공수 조율과 패싱력, 주장으로서의 무게감은 대체 불가 자원이다.

최악의 경우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도 기성용이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기성용 대체 카드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권창훈(디종), 김보경(가시와) 등 해외파를 비롯해 이재성, 윤빛가람(제주), 주세종(서울) 등 다양한 후보들이 거론된다.

우선 A매치 59경기의 풍부한 경험을 갖추고 있는 구자철은 2012 런던올림픽 당시 주장을 맡아 올림픽 사상 첫 동메달을 일궈냈다. 또 지난 3일 프리시즌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출격해 골을 기록하는 등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됐음을 알렸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 신 감독의 황태자로 꼽혔던 권창훈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그는 프랑스리그 프리시즌을 통해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상의 시나리오는 기성용이 제때 합류하는 것이다. 여기에 손흥민까지 별 이변 없이 합류한다면 신 감독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천군만마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은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4승 1무 3패로 승점 13점을 기록하며 A조 2위에 올랐다. 하지만 오는 31일 이란전(홈), 9월 6일 우즈베키스탄전(원정)에서 순위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여서 방심할 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에 신 감독은 평소의 공격적인 축구 전략을 수정해 남은 2경기에 대해 수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남은 2경기는 실점하지 않고 이기는 게 중요하다. 1-0으로 이기는 것도 고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심 감독은 오는 12일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를 관전한 후 코치들과 명단을 최종 조율해 오는 14일 발표할 예정이다. 선수들은 오는 21일 파주 NFC에 모여 최종 예전 마지막 2경기 준비에 돌입한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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