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대선 때 의정하사관 출신인 김대업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두 아들의 병역 비리 은폐 의혹이 담긴 녹음테이프를 공개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해당 녹음테이프는 거짓임이 드러났다. 사후약방문이었다. 
녹음테이프 조작은 대선 판도를 뒤엎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이 후보는 결국 선거에서 간발의 차로 패하고 말았다. 
국민의당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아들 문준용 씨 취업특혜 의혹을 재차 제기하며 이에 대한 음성파일 하나를 공개했다. 그러나 이 파일은 조사 결과 조작된 것으로 밝혀져 관련자들 모두 체포됐다. 빗발치는 여론 앞에 국민의당은 대국민사과를 해야 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통령 후보 역시 머리를 조아렸다. 
김대업 조작 사건과 문준용 씨 특혜 증언 조작 사건은 대선 전 네거티브 의혹에 ‘조작 폭로’라는 점에서 흡사하다. 단지 조작 폭로가 선거에 먹혀든 강도가 크게 달랐다. 또 조작 사건의 후폭풍으로 국민의당이 된서리를 맞고 있는 점이 그때와 다르다. 당원들의 탈당러시가 일어나고 당내에서는 ‘통합파’ ‘자강파’ 등으로 분열하는 등 당이 해체될 위기까지 몰렸다. 형편이 이러한데도 제보 조작사건의 최 정점에 서 있는 안철수 전 대선 후보는 거듭 사과만 하고 있다. 비록 조작과 무관하다는 검찰의 발표가 있었지만 이는 대선에서 유력 후보로 지냈던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라고 볼 수 없을 것 같다.
안 전 후보가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고 있는 ‘새정치’만 해도 그렇다. 그동안 그가 보여준 ‘새정치’의 실체는 ‘오락가락’과 ‘갈팡질팡’으로 요약할 수 있다. ‘회군 철수’가 마치 미덕인 양 독단적으로 ‘철수’해버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5.9 대선에서는 오직 당선만을 목적으로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는 일에 골몰했다. 제보 조작은 ‘새정치’의 피조물이라는 비아냥거림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정치인 안철수 지지자들은 그의 ‘새정치’를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지향하기 위한 대안으로 삼아보려 한 것인데 안 전 후보는 거꾸로 ‘새정치’가 그들을 끌어들였다고 착각하는 우를 범했다. 그는 그 근본적인 변화를 ‘중립자’ 입장에서 이루어 보겠다며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닌 중도의 길을 택했다. 
그러나 정치인 안철수는 중립자 콤플렉스 덫, 다시 말해 중립이라는 안전지대에 스스로 갇히고 말았다. 유권자들이 그를 외면한 이유이다. 안 전 후보가 간과하고 있는 점이 또 하나 있다.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제3후보’가 성공한 예가 없다. 1992년 14대 대선 때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등장했으나 실패했고, 16대 때는 그의 아들 정몽준이 나왔으나 본선에 나오기도 전에 주저앉았다. 2007년 17대 대선 때는 문국현 후보가 반짝 바람을 일으켰으나 역부족이었다.
안 전 후보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는 대중의 요구와 지향을 담아내지 못했다. ‘제3의 후보’로 제1후보와 제2후보보다 더 강한 공약을 내세우고 추진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보수와 진보의 눈치만 살피며 구태의 전유물인 네거티브 작전으로 일관했다. 국가를 경영하고 시대를 헤쳐 나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데다 시간이 갈수록 더욱 애매해져서 스스로 내세운 ‘새정치’의 규범과 가치기준도 붕괴된 지금 안 전 후보가 설 땅은 더 이상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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