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P/뉴시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오뚜기처럼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김인경이 스스로를 짓누르고 있던 ‘악몽’ 같았던 실수를 극복하고 명실상부 메이저 퀸으로 등극해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다.
 
김인경은 지난 7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의 킹스반스 골프 링크스(파72·6697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 여자오픈 골프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를 기록해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특히 그는 2위 조디 유와트 섀도프(잉글랜드)를 2타 차로 따돌리며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정상의 기쁨을 맛봤다.
 
김인경이 이처럼 만개하기까지는 10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이 필요했다.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 살이 된 그는 2007년 LPGA에 뛰어 들어 데뷔 이듬해인 2008년 10월 롱스 드럭스 챌린지에서 생해 첫 승을 신고했고 2009년 스테이트팜 클래식, 2010년 11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거두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김인경은 이후 6년간 우승과 연을 잊지 못하면서 부진의 늪에 빠졌다. 특히 2012년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현 ANA 인스퍼레이션)과 2013년 US오픈 등 메이저대회에서만 두 차례 준우승에 그치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
 
더욱이 2012년 나비스코 악몽은 김인경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당시 그는 최종 4라운드에서 우승까지 30cm 파 퍼트를 남겨놓고 있었다. 하지만 확신에 찬 마지막 퍼팅이 홀 컵을 빗겨가면서 보기에 그쳤고 결국 연장승부 끝에 다 잡았던 우승을 놓쳤다.
 
결국 나비스코 악몽은 김인경에게도 슬럼프로 이어졌다. 그의 골프인생에서 또 다시 넘어야하는 산이 된 것이다.
 
그러나 김인경은 다시 힘을 냈다. 명상 등으로 정신을 무장하고 꾸분히 훈련을 이어온 그는 지난해 10월 레인우드 클래식을 통해 5년 11개월 만에 정상에 올랐고 이후 올해 6월 숍라이트 클래식, 7월 마라톤 클래식의 정상을 차지했다. 

또 이번 브리티시 오픈 우승으로 메이저 퀸으로 거듭나며 부활을 알렸다.
 
이로써 김인경은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다. 올 시즌 유일하게 3승 고지에 올랐고 상금랭킹 4위, 세계랭킹 9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이와 함께 롤렉스 올해의 선수 포인트도 122점으로 1위인 유소연(150점)의 뒤를 바짝뒤쫓고 있고 레이스 투CME 글로브 시즌 포인트도 1937점으로 5위까지 도약하며 남아있는 경기에서 또 어떤 투혼을 선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인경은 경기 후 “아무래도 선물 받은 기분이다. 응원해주신 분이 많아서 부담을 받았는데 그런 걸 좀 이겨내니까 우승하게 되고 또 우승 몇 번 하니까 메이저대회 우승도 했다”며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또 “사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가끔은 기대하지 않은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뜻밖의 선물을 즐기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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