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감생심 대통령을 하겠다고 그 좋은 예로 지난 5공정권의 하수인격이라 할 수 있는 장세동씨가 ‘돌쇠’로 불리면서 세간의 적잖은 인기를 모았던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장씨가 언감생심 대통령을 하겠다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로 의리의 사나이가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됐었다. 또한 이른바 안풍사건이 터지고 김영삼 전대통령의 정치적 아들로까지 불리는 강삼재씨가 법정에서조차 무덤에 갈 때까지 입을 열 수 없다며 진실 확인을 사실상 거부했을 때도 국민 여론은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이 주군을 감싸려는 그의 태도를 의리 있는 행동으로 평가해 마지않았다. 때문에 근래 역사를 속일 수가 없다며 드디어 김영삼씨를 몸통 배후로 지목한 강씨의 돌변한 태도에 사실 여부를 떠나서 씁쓰레해 하는 분위기가 짙은 것이다.
지금 한창 마무리중인 대선 자금 수사와 관련해서도 역시 몸통은 비켜날 공산이다. 그동안 참모들을 조사했지만 노무현 대통령과 이회창씨가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수사 책임자의 말은 곧 깃털들의 의리 때문에 몸통 수사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불법 대선 자금의 수혜자가 노 대통령과 이회창씨 두 사람이란 사실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청와대를 몸통으로 한 깃털그 엄청난 돈이 그들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모아진 것인데도 대선 후보였던 두 사람이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면 상식 밖이다. 그럼에도 검찰이 몸통을 보호하려는 깃털의 의리를 받아들여 몸통 수사를 안 한다면 거듭 태어나겠다는 검찰의 대국민 약속이 공허로울 뿐이다.
따지고 들면 검찰 조직을 비롯한 모든 정부 기관 조직이 청와대를 몸통으로 하는 깃털로 볼 수 있다.그렇게 보면 몸통을 지키기 위한 깃털의 충성이 당연히 있을 것이고 의리의 관점으로 봐서도 깃털이 몸통의 상처를 덮어 주려는 행위를 무작정 몰아 세울 수가 없는 이치다. 그래서 국민은 애초부터 검찰 수사의 한계를 염려했던 것이고 편견을 우려했던 게 사실이다.그러나 국민은 시대적 흐름을 기대했다. 또 성역 없는 부패 척결 및 제도 개혁이 참여정부의 역사적 소명일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기에 다른 건 다 제쳐두고라도 그동안 검찰의 강해 보였던 수사 의지만큼은 국민 지지가 가히 절대적이었다.검찰이 이런 국민을 실망토록 해서는 안 된다. 비록 몸통을 보호해야 할 깃털의 의리가 인간적이라지만, 중요한 것은 정부 조직의 몸통이 청와대가 아닌 국가와 국민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