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7위 롯데 뒷심 발휘하며 4위 자리 꿰차…살아난 투타에 가능성 활짝
-두산 선두 KIA를 바짝 추격 대역전극 시나리오 가동…NC도 순위싸움 가세

 
록데 최준석, 이대호(왼쪽부터)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2017 KBO리그가 종반을 향해 달려가면서 누가 가을 야구 진출의 꿈을 이룰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여유 있게 정규리그 우승을 점쳤던 KIA 타이거즈가 최근 흔들리면서 두산 베어스의 막판 뒤집기가 가시권에 들어왔고 중후반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롯데 타이거즈가 4위 자리까지 치고 올라오면서 ‘엘롯기’ 동맹의 동반 진출의 꿈을 이룰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가을 야구 진출을 위해 중위권 팀들의 각축전이 시작됐다. 특히 한동안 침묵을 지켰던 롯데가 뒷심을 발휘하며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롯데는 지난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송승준의 호투와 타선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11-0완승을 기록하며 청신호를 켰다.

이날 승리로 롯데는 4연승을 챙기며 62승 54패 2무로 6위 LG(57승 1무 53패)와의 승차를 2경기로 벌렸고 5위 넥센 히어로즈와도 1.5경기 차로 달아났다.

전반기를 마쳤을 때만 해도 롯데는 7위에 머무르며 가을야구의 진출이 쉽지 않았다.

더욱이 올 시즌 합류한 이대호가 초반 맹타 이후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타선이 가라앉아 낙관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후반기에 접어들며 21승 10패 1무의 상승세를 타며 분위기를 바꿨다.

더욱이 롯데는 최근 10경기에서 7승을 거뒀고 후반기 승리 대부분이 역전승이라는 점에서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달라진 롯데의 장점은 야수들의 집중력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모든 감독들이 부러워하는 타선을 갖춘 것이 큰 보탬이 됐다. 이대호-손아섭-전준우-강민호 등 주축 타자들이 중심축을 형성하고 최근 문규현-앤디 번즈-신본기 등 하위 타선까지 살아나면서 위기 때마다 고른 타선으로 상대를 흔들고 있다.

공격이 살아나면서 수비도 안정감을 찾았다. 여기에 불펜 손승락의 활약이 인상적이다. 60억 몸값의 손승락이 잘 던져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지만 최근 그는 몸값을 뛰어넘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 성적보다 팀을 위해 희생하려하고 마운드에서 엄청난 집중력을 쏟아내고 있다. 

물론 롯데는 선발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브룩스 레일리가 눈부신 호투를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 10경기에서 2승을 거둔 박세웅의 경우 시즌 초반보다 힘이 떨어진 상태다. 조쉬 린드블럼도 상승세지만 아직 100% 컨디션이라고 판단하기엔 이르다.

4, 5선발로 뛰고 있는 송승준과 김원중이 다소 불안한 것이 흠이다. 하지만 이들이 거둔 1승이 큰 힘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날 선발로 나선 송승준은 7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LG타선을 꽁꽁 틀어막으며 시즌 8승(4패)째를 올리며 힘을 내고 있다. 그는 또 역대 26번째 개인통산 1500이닝(1506이닝)을 돌파한 바 있다.

 
LG 데이비드 허프
롯데 뒷심에
속절없이 무너진 LG

 
반면 LG는 이날 필승카드로 ‘롯데 천적’ 차우찬을 내세웠지만 롯데의 기세를 꺾지 못했다. 최근 들어 LG가 부진에 빠진 것이 가을 야구 진출 여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최근 10개 경기 페이스는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나쁘다. 최하위 kt 위즈가  4승 6패를 거뒀지만 LG는 3승 7개에 그치며 고전중이다.

한때 2위 자리까지 넘봤지만 지금은 가을 야구 진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LG의 걱정은 타선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마운드는 나름 건실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부상에 허덕이던 데이브드 허프가 복귀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부활을 알렸고 차운찬과 류제국 역시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팀 평균 자책점도 리그에서 가장 낮은 4.16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팀 타율은 다소 부진하다. 0.289로 리그 5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사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SK 와이번스의 경우 총 185개의 홈런으로 팀 홈런 1위에 올라와 있는 반면 LG는 SK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83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10개 구단 중 9위다. 이는 양상문 감독도 걱정하는 바다. 그는 “전체적으로 타자들 컨디션이 내려가 걱정”이라고 말할 정도로 심각하다.

더욱이 제임스 로니가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아직 한국야구 적응이 안 된 것이 발목을 잡고 있고 최근 잘해 주던 양석환이 극심한 부진에, 박용택을 비롯해 이천웅, 이형종, 채은성 등도 이렇다할 타격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5위 넥센 히어로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 시즌 중위권 터주대감 노릇을 하던 넥센은 후반기를 보내면서 다소 힘이 빠졌다.

특히 넥센은 마운드가 흔들리면서 주춤하고 있다. 최근 치른 10경기에서 5점이상 내준 경기가 6경기에 달할 정도로 등락이 크다. 타선이 어느 정도 힘을 내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될 경우 가을야구 진출이 힘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두산 박건우 오재일(왼쪽부터)
심리전 돌입한 두산,
KIA흔들기

 
1위 자리를 놓고서도 다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올 시즌 절치부심 끝에 압도적인 1위를 달려왔던 KIA가 8월 중순이후 2위 두산에게 바짝 쫓기며 치열한 선두 싸움에 돌입했다.

당초 KIA는 지난 16일까지만 해도 2위와 8게임차를 기록하며 이대로 상위권 순위가 굳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열흘도 안 돼서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두산은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고 있는 반면 KIA는 투타에서 갑자기 리듬을 잃었다.

지난 24일 KIA는 폭우로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가 취소돼 반전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지만 여전히 초초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특히 KIA는 최근 들어 타선 전체가 집단 무기력증에 빠지면서 얼마 전까지 선보인 8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 새삼스러울 정도다.

이에 대해 김기태 KIA감독은 이날 “5연패는 없었다. 처음 위기를 맞은 셈이다. 어느 팀이나 위기는 있다. 우리에게도 위기가 왔다. 이겨내야 한다. 다만 중요한 시기여서 좀 아쉽다”고 전했다.

그러나 KIA가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타선을 비롯해 마운드 역시 부진의 늪에 빠졌다. 양현종과 헥터 노에시는 지난 22일 23일 롯데 자이언츠에 2게임을 모두 내주고 말았다. 여기에 마땅한 대체 선발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도 위기감을 키운다.

반면 두산은 지난 24일 잠실 홈구장에서 오재일의 동점 3점 홈런과 박세혁의 결승 희생플라이로 넥센을 6-5로 이기고 3연승 질주를 하는 등 후반기 30경기에서 22승 1무 7패를 거두며 질주 중이다. 24일 기준으로 1위와의 승차는 겨우 3경기로 좁혀졌다.
KIA 타이거즈
   물론 KIA의 전력, 잔여 경기수를 감안할 때 두산이 역전시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는 두산과 주춤한 KIA를 보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두산은 강력한 선발진과 막강한 타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내·외야진의 수비 능력은 리그 최정상급이다. 이와 더불어 부상 전력이 돌아오면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선두 KIA에 상대전적이 앞서는 유일한 팀으로 정규리그 선두 자리를 내주더라도 가을 야구에 접어들면 판세를 뒤집을 여력이 충분하다. 또 포스트시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심리싸움에서도 위기감에 몰려있는 KIA보다는 추격을 벌이고 있는 두산이 훨씬 중압감을 덜어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그간 선발진에 비해 약했던 불펜이 살아난 점도 두산이 역전극을 펼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 두산 불펜은 마무리 이용찬을 중심으로 베테랑 좌완 이현승, 김강률, 김명신, 김승회가 승리조로 진용을 짜고 있다.

불펜 에이스로 떠오른 감강률은 시속 153km의 빠른 공을 연이어 던지며 리그 최고 불펜 투수로 등극했고 대졸 신인 김명신은 정교한 제구를 선보이고 있다.

3위를 달리고 있는 NC 다이노스는 가을 야구 진출을 사실상 확정한 가운데 2위 탈환을 위해 고심 중이다.

잠시 주춤한 사이 지난 13일 두산에게 2위를 자리를 내준 이후 게임차를 줄이지 못하고 점점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구단의 꿈인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서는 반드시 2위 자리를 되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NC가 정규리그 3위로 마감할 경우 최대 10경기를 치러야만 한국시리즈 티켓을 쥘 수 있지만 2위가 될 경우 최대 5경기만 치르면 된다.

결국 경기수를 줄여야만 우승의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때문에 NC역시 마지막까지 선두권 순위싸움에서 밀릴 수 없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KIA 헥터 노에시
승률 인플레
5할+알파가 필요해

 
이처럼 KIA가 일찌감치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한 가운데 롯데가 4위, LG가 6위를 지키고 있어 일명 ‘엘롯기(LG·롯데·KIA)’가 포스트시즌에 동반 진출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엘롯기 동맹’은 최고 인기 구단인 세 팀이 2000년 대 중반부터 나란히 침체를 겪은 것에서 유래돼 한때 부진의 아이콘으로 대변되기도 했다. 이 같은 엘롯기 동맹은 처음 만들어진 의미를 해체한 지 오래다.

세 팀 모두 침체를 벗어나 포스트시즌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KIA는 심지어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치지했다. 하지만 이들 전국구팀이 단 한 번도 포스트 시즌에 동반 진출한 적이 없었다. 이에 엘롯기 중 두 팀만 포스트시즌에 올라와도 흥행에 엄청난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선두 KIA는 사실상 진출을 확정했고 롯데 역시 4위 자리 굳히기에 나서면서 이미 청신호를 켰다. 문제는 LG, 6위까지 처져 아직 장담하긴 이르지만 5위 넥센과 승차가 반 경기에 불과하다. LG가 극적으로 5위에 진입할 경우 사상 첫 엘롯기 동반 진출이라는 색다른 추억을 야구팬들에게 선사할 것으로 보여 기대가 쏠리고 있다.

한편 치열한 4~5위 싸움이 치열해 지면서 구단들은 ‘승률 인플레’에 시달리고 있다. 통상 가을야구에 진출하기까지는 ‘승률 5할’이 마지노선으로 꼽혔다.

하지만 올 시즌 중위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승률 5할 팀은 명함을 내밀지도 못하고 있다.

양상문 LG감독은 “5위를 하려면 최소 5할 +5승은 해야 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2015시즌 5위까지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는 와일드 카드 제도가 생기면서 10개 팀 중 5개팀이 가을야구를 하게 됐다. 그러면서 ‘최소한 5할 승률이면 가을 야구는 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이 정해졌다.

그러나 올해는 kt가 창단 이후 가장 낮은 승률로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고 하위권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도 겨우 승률 4할 초반대를 기록, 롯데와 SK가 뒷심을 발휘해 7위까지 5할을 넘겼다.

이 때문에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서는 중위권 각축전을 벌이는 팀 모두 1승이 더욱 중요해졌다. 앞서 KBO리그 역대 5할 승률 이상을 기록하고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은 6차례나 있었다. 최근 2013년 롯데가 승률 0.532(5할 +8승)을 기록했지만 5위로 탈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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