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과 정치는 여러 모로 맥이 닿는다. 우선 생산 활동의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비스업의 경우,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는 행위나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행위 등은 그 자체가 서비스이므로 생산 활동의 결과를 정확히 측정하기가 곤란하다. 전문가들은 이를 서비스업의 무형성이라고 부른다. 정치 역시 세금을 내는 고객인 국민들에게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그러한 정치활동의 결과를 정확하게 계량화하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무형의 성격을 띤다.
서비스라는 게 원래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어서 재고가 있을 수 없다. 예컨대 호텔룸이나 비행기좌석 등은 서비스 제공 시점에 소비되지 않으면 소멸되어 버린다. 서비스업의 무재고성이다. 정치 행위 역시 기회를 놓치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는 점에서 서비스업과 궤를 같이 한다.
서비스업은 또 제공자와 이용자를 분리할 수 없는 특성을 갖고 있다. 비분리성을 말한다. 마찬가지로 정치도 국민과 분리될 수 없다. 정치인이 제아무리 좋은 정치행위를 하더라도 국민이 동의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또한 서비스업은 서비스 전달이 주로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관된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 병원 서비스의 경우 서비스의 수요가 주로 의료 공급자인 의사로부터 생기기 때문에 진료가 적정한 것인지 과잉한 것인지가 항상 논란이 된다. 고객들과의 접점에서 가변성이 일어나기 때문에 일관된 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까닭이다. 서비스업의 비일관성이다. 정치 역시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혹은 장관이 바뀔 때마다 주요 정책들이 바뀐다. 우왕좌왕하는 정부정책 때문에 이용자인 국민들만 혼란스럽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서비스업과 정치의 특성이 비슷한데 문제점들을 해결하려는 데 있어서는 서비스업 종사자들과 우리나라 정치인들 자세는 하늘 땅 차이만큼 다르다.
서비스업계는 무형성과 무재고성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객의 반응을 다양하게 연구한 후 그에 따른 통일된 대처 요령을 만들어 교육하고 있다. 또 안정적인 서비스 방안을 연구하는 한편 수요와 공급 관리에 더욱 심혈을 기울인다. 비일관성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제공자의 선발과 교육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일관된 서비스를 위해 사람을 기계로 바꾸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어떤가. 먼저 이들은 자신의 정치행위를 서비스로 생각하지 않는다. 되레 서비스 이용자인 국민 위에 군림해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정치행위로 여긴다. 정치와 국민을 분리시키고 있는 형태다. 국회의원들은 민생은 뒷전에 두고 자신들의 정치적 안위와 당리당략에만 혈안이 되어 처지가 바뀌자 정책에 대한 입장도 바꿔버리는 게 다반사다. 여야가 따로 없다.
이러한 점에서 의원 소환제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서비스업의 경우 특정 업체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업체를 바꿔버린다. 버스나 택시 운전자의 난폭운전과 불친절한 행동에 대해서는 불편을 호소하면 된다. 또 소비자고발센터에 신고할 수도 있다. 서비스가 향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회의원 소환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도 같은 맥이다. 서비스 제공자인 의원들의 서비스가 완전 불량일 때 유권자들이 그를 파면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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