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중국 국경 무력대치 갈수록 험악

부탄, 영토분쟁지역에 중국군 들어오자 인도에 구원요청
인도, 부탄 말고도 자국의 전략적 회랑 지역보호도 긴요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지난 6월 16일부터 부탄의 국경 지역에서 대치하고 있는 중국 군대와 인도 군대가 지난 15일 서로 주먹다짐을 벌이는 사태로까지 상황이 악화됐다. 지난 8월 16일 홍콩 동방일보와 인도 NDTV 등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전날 한 무리의 중국군이 티베트와 인도가 국경을 접한 인도 북부 잠무-카슈미르 주 라다크의 판공(班公) 호수 인근에서 국경을 넘으려다 인도군에게 제지당했다. 판공 호수는 인도와 중국의 경계에 있으며 3분의 2를 중국이 통제하고 나머지를 인도가 관할한다고 NDTV는 전했다. 인도군은 당시 중국군이 인도 구역으로 진입했다고 판단해 철수를 요구했으나 15명가량의 중국군이 철수를 거부했다. 이에 양측이 승강이를 벌이다 돌을 던지며 싸우는 난투극까지 벌였고, 양측 모두 부상자가 나왔다. 홍콩 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대치하던 중국군과 인도군 간 언쟁 끝에 주먹질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다만 몸싸움 과정에 총기는 사용되지 않았으며 양측은 2시간여 몸싸움 끝에 서로 병력을 뒤로 물린 것으로 알려졌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사건 다음날인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인도 측은 조건 없이 불법 월경한 모든 인원과 장비를 철수해야 하며, 이는 이번 사건 해결의 전제 조건"이라면서 “라다크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은 중국 변방 부대원이 실제로 통제하는 지역에서 중국 측이 순찰하고 근무하다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인도 측의 공식 언급은 없었다. 

라다크 지역에서는 2014년에도 대치 상황이 벌어져 중국군과 인도군 1000여 명이 대치했다. 지난해 11월에도 이 지역에서 중국군 55명과 인도군 70명이 대치했다가, 중국군이 철군하면서 긴장이 해소됐다. 중국-인도-부탄 3개국 국경선이 만나는 둥랑(洞朗·인도명 도카라·부탄명 도클람) 지역에서 국경 문제로 두 달 간 중국군과 인도군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라다크에서도 중국·인도 군 병력 간에 충돌이 발생하면서 4000㎞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양측의 위기감은 더 고조되고 있다. 

둥랑에서는 지난 6월 16일 중국군의 도로 건설에 따른 갈등이 불거져, 인도군과 중국군의 대치가 시작됐다. 양측은 탱크, 미사일, 로켓포 등 각종 중화기를 배치하고, 실전 훈련을 하면서 무력을 과시하고 있다. 도클람(중국명 둥랑) 고원은 중국 티베트, 인도 북동부 시킴 주, 히말라야 산악 왕국 부탄 사이의 교차점에 놓여 있다. 도클람은 중국과 부탄이 서로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 영토분쟁 지역이다. 인도는 도클람이 부탄 땅이라고 본다. 둥랑(부탄명 도클람)의 군사 대치는 6월 16일 중국군이 인도 국경 방향으로 도로를 내는 공사를 시작하자 이틀 뒤 무장한 인도군 270여 명이 불도저 2대를 끌고 국경을 넘어 공사 진행을 막으면서 시작됐다. 중국 정부는 이를 영토 침입 행위로 간주하고 “인도군이 철수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인도군은 물러나지 않았다. 인도가 이처럼 강하게 나오는 것은 중국군의 도로공사가 인도에 심각한 전략적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군이 도로를 남쪽으로 연장하려는 둥랑은 ‘닭의 목'이라고 불리는 인도의 전략 요충지 실리구리 회랑(Siliguri Corridor)을 지척에 둔 곳이다. 실리구리 회랑은 인도 본토와 북동부 영토를 잇는 지역으로 가장 좁은 곳은 폭이 17㎞에 불과하다. 유사시 중국군이 실리구리 회랑을 점령하면 인도 영토는 동서로 두 토막이 나게 된다.

이처럼 중국-인도 양국 군대가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8월 16일 인도의 《인디언익스프레스》 신문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양국 국방·외교 장관들 간의 새 대화 채널을 수립키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인도와 미국은 테러 퇴치, 아시아·태평양지역, 양국 방위 협력 같은 세계 차원의 이슈들에서 비슷한 견해를 공유하는 사이다. 익스프레스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와 모디 정부는 외교·전략 이익을 두 나라의 최우선 사항으로 꼽았다. 두 나라 사이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시작된 외교·통상 장관들 간의 대화 채널이 존재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인도가 일본과 유지하고 있는 외교·국방 장관 대화 형태(2+2)처럼 미국과의 대화 채널을 바꾼다는 것이다. 이것은 트럼프 정부가 대(對)인도 정책을 전임 정부들과 다르게 가져가기로 결정했음을 의미한다. 이 새 결정은 인도·미국이 양국 간 간 의제들 가운데 방위 및 안보를 최우선시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다. 미국과 인도가 군사적으로 가까워지는 것을 중국이 좋은 시선으로 볼 가능성은 없다. 지난 15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는 인도 지도자가 “중국과 미국 사이의 구조적인 충돌을 이용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중국을 견제하고 중국에 맞서기 위해 인도를 이용하는 미국의 전략적인 열망을 기회로 활용하여, 모디는 미국과의 정치·군사 협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 말라바르 훈련에서의 인도-일본 협력과 핵 및 군사 분야에서의 협력은 인도에 중국에 맞설 더 많은 협상력을 줄 것이다.

모디는 그와 같은 관여가 남아시아에서 인도의 패권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면서 “인도의 커가는 국력은 중국-인도 관계를 분쟁과 대결로 몰아 중국의 커가는 역내(域內) 영향력을 제어토록 스스로를 부추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인도-중국 관계가 대결의 단계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으며 계속 이어지는 교착상태가 중국-인도 관계의 ‘전환점’이라고 예측했다. ‘말라바르’는 지난 7월 10일부터 17일까지 인도양 벵골만 해역에서 미국·일본·인도가 실시한 연례 연합 해상훈련의 이름이다. 이 훈련의 목적은 미국·일본·인도 3개국의 연대를 강조하는 한편 인도양에서의 해양진출을 활발히 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다. 말라바르 훈련은 1992년 미국과 인도 해군이 참가해 매년 태평양과 인도양에서 번갈아 실시하는 연합훈련으로 시작했다. 그동안 일본 등 제3국은 간헐적으로 참여했지만 지난해부터 일본의 참가가 정례화해 3개국 연합훈련으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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