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홀 틈 타 밀렵 횡행도심 속 야산에서 야생 동물들이 올무에 걸려 죽어 있거나 가죽만 남은 채 발견돼 모처럼 자연을 찾은 등산객들을 경악시켰다. 등산객들은 총선 정국으로 행정 기관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심 속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관계 당국을 질책했다. 지난 6일 오전 창원 사격장 뒷산 소각장과 등산로에는 야생 고라니 2마리분으로 추정되는 짐승 사체 껍질들이 버려져 있었으며 주변에는 털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또 등산로 옆 바위 아래에는 죽은 지 오래 돼 보이는 너구리 사체가 밀렵꾼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올무에 걸려 심하게 부패돼 있었다.

이날 현장에 동행한 낙동강유역환경청 민희규 연구원은 “물이 흐르는 주변에 논고동과 가재 껍질이 있는 것으로 볼 때 고라니가 먹이를 먹으러 내려왔다가 변을 당한 것 같다”며 “사체 가죽을 봐서 1마리는 4년생, 다른 1 마리는 3년 정도 돼 보인다”고 말했다. 민 연구원은 “너구리 사체의 부패 정도가 심해 넉 달 전에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너구리가 올무에 걸려 죽어있는 걸 보니 엽구를 이용한 전문 밀렵꾼이 아닌 아마추어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동료들과 함께 산을 오르다 이를 발견한 문형기(46·택시운전사)씨는 “등산하다 보니 고라니 가죽과 털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어 너무 놀랐다”며 “썩은 냄새가 심해 둘러보니 너구리가 올무에 걸려 죽어 있었다”고 말했다.

문씨는 “발견 당시 너구리 사체 주변에 탄피 1개가 같이 있었다”며 “너무 놀라 창원시청에 전화했는데 당직자가 불법 밀렵신고를 하라며 농업기반공사 전화번호를 가르쳐줘 어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보통 신고가 시청으로 들어오는데 창원에는 이런 일이 잘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며 “매달 도청에 실적 보고를 올리는데 직원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창원시는 이날 오후 야생동물 사체와 올무를 수거하는 한편 밀렵감시단과 일대에 설치된 다른 올무나 덫 등을 수거할 계획을 세웠다.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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