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앞세워 소비자 ‘니즈’ 간파 발급에 ‘불티’나네

국내 IT공룡기업 ‘다음’ ‘네이버’, 캐릭터사업 자존심 대결로

향후 ‘비대면 인증 체계’ ‘과잉대출 조장’ 등 문제될 수 있어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체크카드 대전이 발발했다. 카카오뱅크의 캐릭터 마케팅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루자 케이뱅크의 ‘맞불 작전’을 내놓으며 두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체크카드에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 디자인을 입히며 처음 두각을 나타낸 것은 ‘카카오뱅크’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케이뱅크는 네이버 메신저 ‘라인프렌즈’ 캐릭터를 입힌 체크카드를 선보이며 카카오뱅크를 바짝 뒤쫓고 있다. 이로써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프렌즈의 모태인 다음 연합과-케이뱅크와 라인프렌즈의 모태인 네이버 연합의 각축(角逐) 구도가 형성됐다. 일각에서는 두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고객 모시기’ ‘시장선점‘에만 집중해 ▲타인의 명의를 도용한 계좌 무단 개설 대출 등 비대면 인증 체계의 문제점 ▲낮은 금리와 간단한 대출 심사 절차를 내세워 과잉대출 조장 등의 문제점을 짚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성장세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두 은행의 체크카드 발급건수는 카카오뱅크가 지난 23일 기준 200만 건과 케이뱅크는 지난 21일 기준 38만 건을 기록하며 카드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간편 계좌개설과 계좌이체 등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체크카드 신청자 역시 늘고 있어 성장세가 가파르다. 카카오뱅크 체크카드의 인기의 원천은 메신저 카카오톡의 대표 캐릭터 ‘카카오프렌즈’다. 체크카드 앞면에 그려진 ‘라이언’과 ‘무지’ 등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호감도가 발급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카드발급을 맡은 KB국민은행 발급 시스템이 한계 상태일 정도로 발급 열기가 뜨거운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에 이어 케이뱅크가 체크카드 시장에 본격 뛰어들며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체크카드 대전이 발발했다. 카카오뱅크의 가파른 성장세에 위기감을 느낀 케이뱅크가 뒤늦게 메신저 네이버 라인의 대표캐릭터 ‘라인프렌즈’를 내세운 네이버페이 체크카드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실제 라인프레즈의 ‘브라운’과 ‘샐리’ 캐릭터가 그려진 체크카드의 출시 소식 전부터 소비자들의 관심을 얻었고 출시한 지 며칠 만에 높은 발급건수를 기록했다.

현재까지의 발급건수 등을 미뤄보면 카카오뱅크가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두 인터넷전문은행의 체크카드는 ‘캐릭터’를 앞세워 소비자 ‘니즈’를 제대로 간파했으며, 서로 다른 혜택을 가지고 있어 최종 승자를 판단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두 인터넷전문은행의 체크카드 대전이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국내 IT 공룡기업 양대 산맥인 ‘다음’과 ‘네이버’의 캐릭터산업 자존심 대결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메신저는 라인보다는 1년 빨리 개발됐지만 ‘캐릭터’를 처음 선보인 것은 라인프렌즈다. 모태가 되는 라인은 2011년 6월 NHN 재팬(現 LINE Corp)이 만든 스마트폰 전용 메신저다. 라인의 개발자들은 메신저에서 글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라인 캐릭터 스티커’를 개발했다. 각 캐릭터는 6400여 종의 상품과 서비스 디자인 등으로 활용되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LINE Corp는 2015년 1월 라인의 캐릭터 사업을 별도로 운영하는 ‘라인프렌즈’를 독립 법인으로 분사했다.

카카오뱅크의 체크카드 성장 동력인 카카오프렌즈는 2012년 스마트폰 메신저 카카오톡의 콘셉트를 활용해서 만들어진 캐릭터 브랜드다. 카카오톡을 상징하는 색상인 ‘노랑색’을 강조하는 디자인과 캐릭터의 다양한 감정표현이 이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고, 그것은 팝업스토어를 통한 상품화로 이어졌다.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으로 출범을 알린 다음카카오(現 카카오)는 2015년 카카오의 캐릭터 사업을 단독법인으로 분사하며 ‘카카오프렌즈’가 출범하게 된다.

각각 단독법인으로 분사돼 캐릭터 사업을 따로 운영하고 있지만 뿌리는 ‘다음’과 ‘네이버’다. 2015년 당시 다음카카오가 캐릭터 사업 카카오프렌즈를 독립법인으로 분사면서 네이버와 ‘캐릭터 전쟁’을 예고했다. 캐릭터 판매 사업 전쟁의 무대가 오프라인 매장에 이어 체크카드시장에서 격돌하며 두 회사의 자존심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두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고객 모시기’‘시장 선점’에만 집중해 타인의 명의를 도용한 계좌 무단 개설 대출 등 비대면 인증 체계의 문제점과 낮은 금리와 간단한 대출 심사 절차를 내세워 과잉 대출을 조장한다는 문제점을 짚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카카오뱅크에서는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계좌를 무단으로 개설한 일이 발생한 바 있다. 이 사건을 두고 업계관계자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비대면 인증 체계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재 발견된 명의 도용 사례는 가족이나 친인척 간에 발생한 것으로 금전적 피해는 없다. 하지만 허술한 인증체계가 향후 악용의 소지가 있어 재발 방지와 관련 문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일각에서는 카카오뱅크가 과도하게 대출 수요를 확대해 채무자들을 양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낮은 금리와 간단한 대출 심사 절차를 내세우며 과잉대출을 조장했다는 것.

지난달 24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출범 28일 만에 대출액은 1조2900억 원이 실행됐다. 마이너스 통장의 경우 한도 설정 이후 실행되지 않은 잔액은 제외된 수치다. 하루 평균 450억 원씩의 대출액이 나간 셈이다. 가계부채가 1400조 원에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뱅크가 대출 수요를 확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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