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의 백사장이 유실되면서 최근 들어 일부 구간의 너비가 심각하게 좁아지는 등 급속히 기형화되고 있어 피서철 백사장 관리에 초비상이 걸렸다. 해운대구청에 따르면 웨스틴조선비치호텔 앞 백사장은 해수욕장이 개장된 7월초부터 급속히 유실되기 시작해 최근에는 해안로 스탠드 앞 50여m 구간의 너비가 불과 4~5m에 그치는 구간이 생겨날 정도로 좁아졌다. 이 구간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너비 15m 정도의 백사장이 형성됐지만 최근 이 구간에는 피서객용 파라솔이 2줄밖에 쳐지지 않아 5줄 이상의 파라솔 설치가 가능했던 지난해에 비해 너비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모래 유실이 심해지면서 백사장 끝부분의 경사도 40도 이상으로 매우 급해져 피서객들이 마치 미끄럼틀을 타는 듯한 자세로 앉아야 하는 상태다. 또 바로 옆 200여m 구간도 백사장 너비가 20m 안팎에 지나지 않아 예년에 비해 사장 너비가 5m 정도 좁아졌다. 해운대해수욕장은 계절에 따른 해류와 바람의 변화로 계절별로 백사장 형태가 조금씩 변하는 특성을 보여 여름으로 접어들면 웨스틴조선비치호텔 쪽 백사장이 좁아지면서 반대쪽 한국콘도쪽 백사장이 넓어지고 겨울에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이같은 백사장의 ‘계절별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백사장 일부 구간 너비가 예년에 비해 지나치게 좁아지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해운대구청은 이같은 현상이 백사장의 계절적 변화로 백사장이 좁아진데다 해풍의 변화로 태풍피해 후 백사장 복원력이 상실돼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산대 오건환(지리교육학과) 교수는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은 해안벽 공사로 바람이 막혀 모래를 백사장 쪽으로 운반할만한 해류가 형성되지 못하고,모래를 유입시키는 하천도 없어 유실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호안시설을 더욱 완만하게 낮추고 수영만 쪽으로 물길이 인공적으로 돌려져 있는 춘천의 물길을 해수욕장 쪽으로 복원시키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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