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행려병사자 사체 처리를 놓고 문경시와 대구시 동구청, 달서구청, 서구청, 달성군청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바람에 애꿎은 해당 의료기관만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문경제일병원은 경북북부지역 최대의 종합병원으로서 진폐전문요양기관과 노인치매센터, 정신병원 등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보니 전국적으로 알코올중독자 등 전문치료를 위한 요양기관으로서 인지도가 높아 현재 103명의 외지인들이 요양치료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구시 소재 모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다가 상태가 악화돼 지난해 문경제일병원으로 옮긴 무연고 행려병자 중 4명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 사이 사망해 사체를 영안실의 냉동실에 보관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측은 보장기관인 대구시 해당구청으로부터 아무런 통보가 없어 이들 사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채 사체 1구당 하루 3만~5만원의 보관료를 부담해야 하는 곤경에 처해 있다. 병원측은 그동안 공문 및 전화로는 수차례 보건복지부를 거쳐 대구시 해당구청에 사체를 인수할지 아니면 화장 또는 가매장할지를 문의했으나 해당구청들은 일제히 “대구지역에서 행려환자가 발견돼 대구지역 소재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았다 하더라도 환자의 주소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체가 현존하는 문경제일병원 관할지역인 문경시가 처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문경시는 “보장기관인 대구시가 행려병자의 마지막 치료기관인 문경소재병원에서 사망했기 때문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전국의 행려병자들이 문경으로 후송, 치료를 받다 숨질 경우 모두 문경에서 처리한다면 행려병자들을 받기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병원측도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의 행려병자들이 이곳에서 전문치료를 받고 있지만 사망자 발생시 발견지인 해당 시·군이 사체처리의 책임을 지고 있다”며 “대구시만 유일하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골치가 아프다”고 하소연했다.병원측 관계자는 “요양기관에서 요양중인 행려환자가 사망시 사체처리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관련 규칙 등 제도적인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경제일병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사체를 외상으로 보관하고 있다”며 “더 이상 보관은 어렵다고 판단, 빠른 시일안에 사체 4구를 대구시청에 내려 놓겠다”고 방침을 정해 파문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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