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KBS와 MBC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시민단체 등이 잇달아 파업 지지를 선언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크게 ‘경영진 교체’와 ‘지배구조 개선’으로 나뉜다. 이를 통한 공정방송, 즉 ‘언론의 자유’가 최종 목적지인 셈이다.
 
MBC와 KBS 노조는 지난 4일 ‘총파업 합동 출정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서울 마포구 MBC 사옥 앞에서 진행한 출정식에는 언론노조 MBC본부 서울지부 포함 18개 지부 1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파업 전체 참가자는 총 2000여명에 달했다.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도 MBC와 더불어 여의도 사옥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KBS 구성원은 700여명이며, 전체 파업자는 1800여명이다.
 
사측은 ‘정치 파업’이라고 맞서고 있다. MBC 측은 “정치권력이 주도하고 언론노조가 수행하는 파업의 결과는 ‘MBC의 비극적 파국’일 것”이라고 했다.
 
KBS 측은 “제작거부와 파업이 공정방송을 실현하고 공영방송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취재·제작 현장에 복귀해야 한다”며 “국가적 위기에서 직원과 경영진, 노와 사가 힘을 합쳐 공영방송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이라고 밝혔다.
 
MBC와 KBS 노조는 지난 정권에서 벌어진 방송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각각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 등이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장겸 MBC 사장은 PD와 기자들을 스케이트장, 주차장 관리로 보내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고대영 KBS 사장은 2011년 민주당 회의를 몰래 녹음해 한선교 당시 한나라당 의원에 전달했다는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동안 공영방송은 ‘정권의 나팔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제5공화국 시절에 이른바 ‘땡전뉴스’가 횡행했다. 이는 9시뉴스를 알리는 땡 소리가 나자마자 “전두환 대통령은”으로 시작하는 보도를 일컫는 은어다.
 
앞서 언론노조 MBC본부는 총파업 특보 2호를 통해 “우리의 목표는 간명하다. 공정방송이다. 이를 위해서는 MBC를 망친 주범 김장겸의 즉각 퇴진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법과 방송법 위반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공영방송 MBC의 수장으로 있는 걸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는 바닥으로 떨어진 MBC의 옛 모습을 되찾으려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전문위원실이 만든 비공개 검토 보고서에 대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은 김장겸 사장과 고대영 사장 등 퇴진 문제와 관련 “정치권이 나설 경우 현 사장들과 결탁돼 있는 자유한국당 등 야당들과 극우 보수 세력들이 담합해 자칫 ‘언론 탄압’이라는 역공 우려가 있다”면서 ‘방송사 구성원 중심 사장·이사장 퇴진 운동’ 전개 필요성 등을 제기했다. 또 ‘시민사회·학계·전문가 전국적·동시다발적 궐기대회, 서명 등을 통한 퇴진 운동 필요’ 등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야당에서는 ‘방송장악’을 위한 로드맵 문건이라며 맹공에 나섰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북핵위기대응특위 연석회의에서 “공영방송 장악 음모가 의도된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 정권, 정부여당이 공영방송 정상화니 방송 독립성이니 하면서 또다시 어용방송, 땡문뉴스 방송을 만들려고 하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여야가 공방을 일으키는 만큼 갈등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파업 역시 길어질수록 방송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메인뉴스 방송분량이 단축되는 등 파행을 겪고 있다. “방송 장악 로드맵이 드러났다”는 야당과 “상식적 수준의 제안일 뿐”이라는 여당의 격론이 이어짐에 따라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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