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깡’ 비자금 사용 출처 수사 어디까지

지난 5일 대구지방경찰청 직원들이 대구은행 본점을 압수수색 후 빠져나오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대구은행이 경찰의 비자금 수사로 큰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지역의 대표적 금융기관으로서 신뢰도 추락과 함께 비자금의 사용처가 자칫 이 지역 정치권으로 향할 경우 경찰수사는 정재계 사회에 큰 파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금감원, 지난해 12월 대구은행 비자금 조성 검사…문제점 발견 못해
행장실 등 압수수색에 출금 조치…금융 신뢰도 추락 등 우려 목소리

대구은행이 잇따른 악재로 내부는 초상집 분위기다. 대구지방경찰청은 박인규 대구은행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및 업무상 횡령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초 박 행장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등의 의혹을 담은 제보를 받으면서 수사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박 행장은 취임 직후인 2013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뒤 ‘상품권판매소’에서 수수료 5%를 떼고 현금으로 바꾸는 ‘상품권 깡’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다.

상품권 액수가 약 30억 원이기 때문에 수수료를 빼더라도 비자금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또 이 돈의 일부는 박 행장이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꼬리에 꼬리 무는 의혹들

지역 경제계는 이번 수사가 비자금 사용처로 확대되면 지역에 미칠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자금 조성 과정이나 용도가 시금고 선정과정 등과도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포항시는 지난달 23일 2018년부터 3년간 시 자금관리를 맡을 금고로 일반회계(1금고)는 대구은행, 특별회계(2금고)는 NH농협은행을 선정했다.

시는 포항시금고 은행 선정을 위해 7월 21일 시금고 지정계획을 공고하여 8월 9일과 10일 시금고 유치 제안서를 받아 23일 각 분야 전문가 11명으로 구성된 포항시 금고지정 심의위원회(위원장 최 웅)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시는 금고의 평가 방법으로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 ▲지역주민 이용 편의성 ▲금고업무 관리능력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 등 5개 항목 19개 세부 항목으로 나눠 공정하고 심도 있게 분석했다.

그러나 포항시는 지역경제 활성화 명목으로 ‘포항사랑 상품권’을 판매하고 있다. 대구은행을 통해 지역의 주요 기업체나 기관 등이 구매하는 데 카드깡 문제가 발생했다. 관련 여부는 경찰 수사가 진행되어야 알겠지만 개연성을 의심받는 실정이다.

1금고로 지정된 대구은행은 올해 예산 기준으로 1조3980억 원 규모의  일반회계를, 2금고로 선정된 NH농협은행은 3006억 원의 특별회계 및  기금을  관리하게 된다.

회장·은행장 분리 가속도

이번 경찰의 압수수색에 따라 대구은행 역시 지배구조 개편이 예상된다. 박 은행장은 대구은행장과 DGB금융지주 회장도 겸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비자금 수사 대상에 오른 만큼 ‘제왕적 CEO’에 대한 불신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BNK금융지주도 성세환 회장의 갑작스런 구속으로 회장, 은행장 분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JB금융지주는 김한 회장이 광주은행장 자리에서 내려오며 회장과 은행장 직을 분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회장의 권한이 막강해지면서 견제 장치는 제 기능을 못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때문에 DGB금융지주도 회장, 은행장 분리 흐름에 편승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해당 논란으로 사퇴설에 휘말렸던 박 행장은 이번 사태에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달 21일 을지연습이 진행된 은행 2본점 강당을 찾아 직원들에게 “흔들리지 말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내사에 대해서는 “잘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압수수색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금융감독원이 대구은행 정기 경영실태를 평가하면서 상품권깡 혐의를 포착했다. 하지만 당시 금융감독원은 상품권 구매 절차에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