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보다 높은 임대료 인하 안 해 주면 ‘철수’ 강경책

연이은 악재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도 ‘후폭풍’ 전망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국내 면세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이 위기에 봉착했다. 면세점 특허심사 과정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정경유착과 면세점 선정 특혜 의혹 등으로 ‘이미지 타격’을 입은 데 이어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으로 국내 중국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실적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일부 면세점들이 사업 철수를 검토하는 등 상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일각에서는 면세점 특허를 자진 반납하게 되면 스스로 비리를 인정하는 꼴이 돼 사드 보복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요인으로 꼽는다고 해석한다. ‘자진 철수’하는 것이 그룹 이미지와 수익성 등 최적의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감사원의 관세청 감사 결과 2015년 11월 이후 3차례 이뤄진 신규 면세사업자 특허 심사에서 일부 계량 항목의 수치 조작, 누락, 기초 자료를 왜곡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특혜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한화갤러리아 면세점과 두산 면세점이 ‘위기’에 봉착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두 차례의 심사 당시 호텔롯데를 밀어내고 점수 조작으로 선정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2015년 7월 1차 심사 당시 관세청이 3개 계량항목 평가점수에서 호텔롯데에 부당하게 산정해 정당한 점수보다 240점 많게 받아 선정됐다. 또 두타면세점은 2015년 11월 2차 특허심사에서 호텔롯데가 2개 계량항목 평가점수에서 부당한 평가로 191점을 적게 받으며 월드타워점의 특허권을 가져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한화갤러리아 면세점과 두산 면세점이 면세점 특허권을 획득 했을 당시 논란이 많았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을 제치고 특허권을 따내 정경유착이 이유라는 추측이 터져 나온 바 있다.

한화와 두산 측은 현재로선 명확히 드러난 게 없으며, 전 정권이 롯데에게 불이익을 주려다가 어부지리로 특허권을 얻은 것이라며 해당 논란을 일축하고 있다. 감사원은 기록 파기 등으로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의 투명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검찰에 면세점 사업자 선정 비리 사건을 넘긴 상태다. 최근 검찰은 해당 사건을 특수2부로 넘기고 본격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서는 해당 수사가 한화와 두산 등의 기업 보단 정권 실세 개입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관측한다. 감사원 감사 결과가 이들의 특혜 보단 롯데가 떨어진 배경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한화와 두산은 ‘좌불안석’인 상태다.

사드 보복 장기화

설상가상 중국의 한반도 사드(THAAD) 배치 보복으로 중국 관광객들의 방문이 줄면서 국내 면세 시장은 때 아닌 한파를 겪고 있다. 중국 방문객이 줄며 국내 면세 매장들은 ‘한산함’을 넘어 ‘정적’이 감도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양상은 면세시장 매출의 타격으로 이어졌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면세 사업에서만 438억 원의 적자를 냈고,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올해 1분기 영업적자는 48억 원으로 지난해 동 기간 대비 약 3배가 늘었다. 이에 한화는 지난달 3일 제주국제공항 면세점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이후 제주공항점 월 매출액은 17억~19억 원에 머물고 있어 월 21억 원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당시 한화갤러리 측은 이런 이유 등을 대며 한국공항공사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다. 하지만 공사 측은 임대료 인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절했다. 이에 한화갤러리아가 제주공항에서의 철수를 결정했고 공항공사 측은 새 사업자를 구하기 위해 8월까지 유예기간을 뒀다. 그러나 제주공항 면세점의 새 사업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한화갤러리아와 오는 12월까지 임대료를 매출액에 비례한 방식으로 지불키로 했다.

현재 한화갤러리아를 제외한 전 공항 사업자들은 기존 입찰 당시 써냈던 금액에 따라 임대료를 납부하고 있다. 공항면세점 사업자들은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상황에서 경영을 이어가며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

이에 지난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며 인천공항에서의 철수를 계획하고 있다. 반면 롯데의 임대료 인하 요구에 인천공항 측은 “롯데만 편의를 봐줄 수 없다. 인천공항은 국가자산을 위임받아서 운영하는 업체이니, 편의를 봐주면 배임과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임대료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의 2017년 9월~2018년 8월 임대료는 7740억 원이다. 이어 4년차에는 4년차에는 1조1610억 원, 5년차는 1조1840억 원으로 해마다 임대료가 오르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인천공항에서 1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사드 보복으로 면세점 매출 급감이 장기화되고 있어 올해 더 큰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진 철수 가능성

일각에서는 한화와 두산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면세점 실적이 크게 부진한 데 이어 특혜 의혹에 휩싸인 만큼 그룹 이미지와 수익성 등을 고려해 면세 사업 ‘자진 철수’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한다.

그러나 면세점 특허권을 ‘자진 반납’ 할 시 두 기업이 스스로 면세점 특혜 의혹을 인정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어 한화와 두산 모두 공식적으로 자진 철수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포화상태인 서울시내면세점들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수 천여 명이 넘는 직·간접 고용인원의 대량 실직 등으로 이어지는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전망돼 면세 시장은 벼랑 끝에 서 있다.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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