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해마다 수십여 곳의 상장사들이 사명을 변경하고 있는 행태를 두고 “명확한 사업 목적 변경도 없으면서, 자신들의 부정적인 과거를 덮기 위한 꼼수로만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일부 부실기업의 상호 변경 등은 투자자들이 자세한 배경을 알기 힘들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 사명 변경을 진행한 기업들의 실적이나 주가 흐름 등을 살펴보면 그 심각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름 바꾼 후 주가 하락한 기업 사례 다수
잦은 사명 변경으로 투자자 피해 발생 우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상호를 변경한 상장사는 유가증권시장 14사, 코스닥 시장 45사로 총 59곳이다. 연도별 상장사들의 상호 변경 현황 및 추이를 따져보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상호를 변경한 상장사는 총 99개사로 나타났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법인이 19개사로 전년 22개사와 비교해 3개사(13.6%) 감소했고 코스닥 법인은 80개사로 전년 76개사 대비 4개사(5.3%)가 증가했다.

상장사 상호 변경은 2012년 69개사에서 2013년 67개사로 감소한 이후 2014년 68개사, 2015년 98개사, 지난해 99개사 등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상호 변경이란 회사 영업 활동 강화, 기업 분할, 사업 다각화 등을 위해 이미 사용하고 있는 상호를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많은 이유 중에서도 기업들이 상호를 변경하는 주된 이유는 바로 기업 이미지 제고 또는 브랜드 가치 향상이다. 지난해 사명을 변경한 99개사 가운데 케이디씨 등 52개사가 기업 이미지 개선이나 제고를 위해 상호를 변경했다.

지난 2015년도 마찬가지. 당시 기업 이미지 개선이나 제고를 위해 상호를 변경한 회사는 대한유화 등 55사다. 동양강철→알루코, 온세텔레콤→세종텔레콤, 영남제분→한탑, 한라비스테온공조→한온시스템, 삼환까뮈→까뮈이앤씨, 파라다이스산업→파라텍 등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러한 배경 때문에 다양한 피해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상호를 변경한 일부 기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실적이 좋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과거 범죄 행위와 연관된 기업도 있다. 물론 과거 물의를 빚어 사명 변경을 해선 안된다는 규정이 있거나, 무조건 편견을 갖고 바라볼 일은 아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봤을 때 손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요소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올해 들어 이름을 바꾼 상장사가 3곳 중 2곳 꼴로 주가 하락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달 8일까지 사명 변경을 실시한 19개사 가운데 약 63%에 해당하는 12곳의 주가가 하락했다. 사명을 변경해 기업 이미지를 높이려고 했지만 역효과만 남긴 셈이다.

일례로 엠피씨 후신인 한국코퍼레이션 주가는 4월 7일 현재 이름으로 바꾼 당일에는 10.25% 올랐지만, 8월 7일 기준으로 상호변경 전 주가(2780원)보다 7% 넘게 내려갔다. 같은 기간 메디플란트(옛 핫텍)와 지니뮤직(KT뮤직)도 각각 약 29%, 33%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 이래 상호 변경을 공시한 10개사 중 7개사는 2년 이상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호를 바꾼 에이프로젠헬스케어앤게임즈(옛 로코조이)는 2015년 영업손실 23억 원에 이어 지난해 3분기만 78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상호 변경이 잦은 기업, 이름을 바꾸기 직전 악재와 범법 행위가 적발된 곳도 눈에 띈다. 코스닥의 전자부품업체 에이치엘비파워는 1995년 설립 이후 8차례나 상호를 변경했다. 해당 업체는 과거 실질적 대주주이자 경영자로 알려진 이모씨가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해 회사명을 바꾼 GMR머티리얼즈(옛 스틸앤리소시즈)의 경우도 2015년 창업자가 사기·횡령 등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검찰에 구속된 바 있다. 해당 기업을 만든 강모씨는 한때 고철업계에서 거물로 통했지만 계열사 매출을 부풀려 허위채권을 발행하는 등 사기행각을 벌이다 끝내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특히 2015년 영남제분에서 지금의 사명으로 교체된 밀가루 제조 전문업체 한탑은 ‘회장 사모님의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으로 회장이 세간의 지탄을 받았던 기업이다. 류원기 전 회장의 아내 윤모씨는 2002년 자신의 사위와 이종사촌 여동생의 관계를 의심해 청부살인을 지시한 혐의로 2004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 외에도 에스제이케이, 비엔씨컴퍼니, 제이스테판, 우전, 세한엔에스브이, 세븐스타웍스, 에스에스컴텍 등 역시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하는 감사의견 거절 또는 한정을 받은 적이 있는 코스닥 시장 상장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38조에 따르면 감사의견 ‘적정’인 기업만 상장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행여 부정적 의견이나 의견 거절, 한정을 받으면 어렵게 입성한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여의도 증권가 주변에서는 ‘사명 변경은 주가하락을 암시하는 것’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실제 개인투자자들과 전문가들의도 사명 변경 회사에 투자했다간 자칫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보인다.

한 개인투자자는 “개미(개인투자자)는 전문적인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특별한 이유 없이 사명을 변경하는 것은 단순한 속임수일 수도 있는데, 제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상호 변경은 기업의 펀더멘털(기초 경제 여건)과는 거의 연관성이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아무런 변화 없이 상호변경만 됐을 뿐인데,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위험한 형태라는 분석이다.

사명 변경이 위기에 빠진 상장사들의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인지, 부실 또는 범죄 기업의 오명을 감추기 위한 꼼수인지는 철저한 자료 조사와 냉철한 판단만이 답을 줄 수 있는 문제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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