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총체적 난맥’. 최근 국민의당이 공개한 대선 백서를 다섯 자로 요약하면 이 같이 평가할 수 있을 듯하다. 총 267페이지에 달하는 이 보고서에는 광범위한 자료 조사와 분석에 근거한 당과 후보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이 담겨 있다.

특히 당시 안철수 대선 후보에 대해 모호한 중도성 집착, 부실한 지지층, 소통 부족 등 후보 자질에서부터 정치인으로서 매력도 불분명하다는 지적까지 신랄한 평가가 실려 있다. 무엇보다 대선 백서는 끊임없이 정체성 논란을 겪는 안 대표와 국민의당에게 “‘왜 정치를 하는가’에 대한 확실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묵직한 조언을 남겼다.

모호한 자강론·밀실 결정·반 개혁이미지 ‘총체적 난맥’
당 대표 복귀 후 변화 있나…소통 ‘긍정’ 정체성은 ‘애매’


최근 국민의당이 다시 ‘안철수 체제’를 출범시켰다는 점에서 지난 1일 공개된 대선평가보고서는 그 의미가 크다. 당과 후보에 대한 냉철한 비판이 담긴 만큼 더 큰 도약을 꿈꾸는 안철수號가 이를 어떻게 소화해 극복할지 관심이 모아지는 것이다.

가치 불분명한 중도에
집착 → ‘MB 아바타’


우선 국민의당 대선평가위원회는 안철수 대표의 ‘중도’ 노선에 대해 핵심 가치가 불분명하다고 꼬집으면서 모호성과 대중성에 집착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집착으로 대선 끝까지 ‘MB 아파타’에 머물렀다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중도’ 자체가 새 정치는 아니며, 새 정치는 정치적 행태가 아니라 새롭게 추구하는 ‘가치’의 문제”라며 “후보는 중도정치, 새 정치를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성장’의 지속이라는 낡은 가치를 제시한 것 외에 아무런 메시지를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도는 반정치, 정치혐오 이미지를 분명 갖고 있으나, 이러한 대선 후보가 성공했던 경우는 이명박 대통령 밖에 없다”며 “이것이 안철수가 대선에서 끝까지 ‘MB아바타’에 머물게 된 결정적이고 근본적인 이유”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유일한 반전 가능성이 TV토론에 있었으나, 비정치적·반정치적 중도 노선의 반복과 철학이 정립되지 않은 공약의 제시 등으로 인해 지지층의 붕괴가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안 대표의 모호한 중도성은 ‘왜 정치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와 가치가 부족한 데 따른 현상이라고 봤다. 위원회는 “안철수의 소위 ‘새 정치’는 정치 행태의 변화만 강조되었을 뿐 가치가 보이지 않았다”며 “‘더 잘하겠다, 더 잘한다’는 메시지는 가치보다는 능력에 대한 답이기 때문에 ‘어떻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왜 정치를 하는가’에 대한 확실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총체적 전략 부재 노출
“反文 아니라 反洪 했어야”


위원회는 구도 짜기 전략과 탈호남 문제, 반(反) 개혁이미지 등 당 전략 부재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위원회는 “확실한 2등의 위치를 굳히면 구심력이 발생해 막판에 역전을 노릴 수 있는 조건이 가능하다”며 “이를 위해 대구·경북 지역에서 민심을 압도하며 당시 홍준표 후보에 대한 확고한 우위가 절대적으로 중요했다”고 했다.

그런데 “국민의당은 호남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여론 조사에서 호남 지역 안철수 지지자들은 국민의당이 호남색을 탈피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구에서 국민의당이 인기를 얻는다면 이는 호남 지역 국민의당 정치인에게도 유리하다. 대선 구도를 전체적으로 볼 때 안철수 후보가 집중해야 하는 상대는 문재인 후보가 아니라 홍준표 후보였다”고 지적했다.

또 보고서는 후보와 당이 밀접한 상호 연계작용 없이 소위 ‘따로 놀았다’고 평가했다. 중앙선대위 조직은 후보자 개인의 인기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고, 후보 역시 공당 조직과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거나 연계하는 활동을 수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특히 사조직과 측근 중심, 그리고 외부의 소수 전문가의 결정에 의존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해 공당의 조직적 역량이 매우 취약해졌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조기 대선의 핵심 슬로건이 ‘촛불’과 ‘적폐 청산’이었으나 후보는 이와 일정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해 메시지나 이미지 전략에서 문제를 드러났다고도 평가했다. 위원회는 “촛불과 거리를 둔 것 자체는 중도·보수라는 전략적 포지션에서 볼 때 나쁘지 않았으나, 촛불의 성과나 의미를 보다 적극적으로 긍정하는 모습은 반드시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다양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듯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중도·보수층 역시 검찰 개혁 등 ‘적폐 청산’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분을 메시지나 홍보 전략에서 완전히 방기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치인으로서 매력도
불분명” 혹평


당과의 소통 문제에 대해서도 후보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당시 사드 배치 문제를 두고 당론을 반대에서 찬성으로 변경하는 과정에 후보가 소통을 게을리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사드에 대해 후보가 입장을 변경하면서 당과 충분한 상의가 없었다”며 “당이 후보를 위해 당론 변경을 고려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빚어졌고, 후보가 사전에 당의 이해를 구하지 않은 정황이 그대로 언론이 노출돼 당과 선거운동원의 사기도 크게 저하됐다”고 평가했다.

대선 상황과 별도로 안철수라는 개인 정치인에 대한 평가도 보고서에 기재돼 있다. 위원회는 “유권자 지지층에 물어보면, 지지 여부를 떠나 안철수는 흔히 ‘혼자서 모든 것을 이룬 사람’이라는 이미지(혼자 개발하고 혼자 성공하고 혼자 밥 먹는)가 강하다”며 “정치권에서도 안철수가 사람들과의 관계에 약하고 그래서 ‘안철수의 사람’을 만드는 데 태생적으로 소홀하거나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평가가 주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안철수의 ‘새 정치’가 정치 행태를 벗어나거나 기존 정당을 부정하기만 했을 뿐, 새로운 가치를 주지도 못하고 자기희생을 통해서 그것을 실천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정치인 안철수는 여전히 이러한 프레임에서 크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대선 후보로서는 물론 정치인으로서의 매력도 불분명하다”고 혹평했다.

다시 시험대 선 安
‘대표’ 이후 평가는?


안철수 대표는 대선 이후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전당대회에 출마, 당권을 거머쥐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비록 당 대표 취임 이후 보름밖에 안 지났지만 안 대표는 대선백서 속 평가와 조금 달라졌을까.

우선 숱한 지적을 받아온 안 대표의 ‘소통 문제’에 대해선 정치권 안팎의 긍정 평가가 이어졌다. 친안계로 분류되는 당내 한 초선 의원은 “(안 대표가) 중진 의원에서부터 초선·광역기초 의원과 당원들까지 만나면서 대화하고 설득하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대표 취임 이후) 당이 더 뭉쳐졌다. 현재까지 잘 가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안 대표 출마를 강하게 반대하며 각을 세웠던 한 중진 의원도 “(안 대표가) 의원들을 만나면서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것 같다”며 “당원들과 일치단결해 (당이) 잘 굴러가도록 도와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데이터앤리서치 소장은 “(안 대표는) 그간 소통에 문제를 드러내며 독선적 CEO 리더십의 전형을 보여왔는데 당 대표 이후의 행보를 보면 어느 정도 본인의 정치적 한계를 성찰한 듯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중도로 표현되는 국민의당의 정체성 부분에 대해선 아직까지 의문을 표하는 지적이 많았다. 안 대표는 취임 이후 당 정체성에 대해 ‘문제 해결 중심·대안 제시’ 정당이라고 규정했으나, 이번 북한 6차 핵실험에 따른 국민의당 스탠스를 보면 “아직 오락가락한다”는 반응이다.

안 대표는 북한의 6차 핵실험과 관련해 지난 4일 “보수정당이라는 자유한국당은 안보위기가 극에 치달은 지금도 정기국회 보이콧을 외치고, 집권여당이라는 민주당은 이 와중에 자유한국당과 싸움에 매달린다”며 “한국당은 보이콧을 철회하고, 민주당은 반성과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라”고 밝혔다.

한국당과 민주당을 싸잡아 비판한 것인데 자신이 밝힌 대로 한국당의 보이콧 철회를 촉구하는 민주당더러 반성을 요구하는 대목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맥락 없는 ‘양비론’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안 없는 기계적 중립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엄 소장은 “국어사전을 보면 ‘중도’가 가운데라는 의미도 있지만 바른 길이란 의미도 있다”며 “가운데 있는 것이 꼭 바른 건 아니다. 양 극단을 오락가락하는 건 중도가 아니고 기회주의”라고 꼬집었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도 국민의당 정체성 문제에 대해 “야3당과 함께 선명 야당의 길을 가겠다는 것인지 정부여당과 개혁연대를 하겠다는 것인지 아직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며 “아직 선언적인 차원에서 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 소장은 이어 “자기 지지자들이 누군가를 분명히 파악해서 이번 정기국회 때 입법과 예산 문제 관련, 복지, 민생, 일자리, 안보 등에 대한 정책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안 대표 등판에도 국민의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일 발표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6%로 2주째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호남 지역에서도 전주보다 3.5% 하락해 10.8%를 기록했다. 8일 갤럽 조사에서 국민의당은 4%로 5개 정당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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