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장착용 수소탄 시험 성공 이후 미국의 한반도 철구 요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일 열린 평양시 군민경축대회 모습. 이 행사는 수소탄 성공 축하 기념행사였다.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 제6차 핵실험에 성공하면서 미국의 한반도 철수 요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8일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북한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는 지난 7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 공화국은 미제의 침략야망을 종식시킬 대륙간탄도로케트와 수소탄까지 보유한 군사강국"이라며 "미국 내에서까지 남조선강점 미제침략군을 철수시킬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결코 우연하지 않다. 미국은 대세의 흐름과 전략적 지위를 똑바로 보고, 남조선에 있는 저들의 고용병들의 운명을 위해서라도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앞서 박봉주 내각총리가 지난 6일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6차 핵실험 경축 군중대회 연설에서 "핵몽둥이를 마구 휘두르며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 발전권을 말살하려던 미국은 오늘의 현실을 직시하고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전환할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조선반도 문제에서 손을 떼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도 같은 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수소탄 시험 성공에 실린 의미와 경고를 판별하지 못하고 구태에 포로되어 제재와 압박에 집착한다면 미국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유례없이 단호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호언했다. 나아가 "남조선이나 상대하자고 핵을 개발하고, 수소탄까지 보유한 것이 아니다"라고 배제했다.
 
북한의 이러한 호전적인 발언은 예전부터 있었던 것이지만, 6차 핵실험 직후에 나온 발언이어서 무게감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북한은 ICBM 화성-14형 시험발사를 통해 미국 본토까지 날릴 수 있는 발사체를 확보했음을 증명했고, 여기에다가 6차 핵실험을 계기로 이 발사체에 수소탄을 장착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굳건한 동맹을 바탕으로 대북 억지력을 공고히 유지하겠다고 자신하고 있으나, 실제 북한이 ICBM에 핵탄두를 장착해 시험발사를 감행할 경우 미국 내 여론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내 여론이 북한의 핵 무력 완성에 따른 피해를 우려해 주한미군 축소 또는 철수를 요구할 경우 미국 행정부도 대북(對北) 핵 억지력 제공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거라는 관측이다.
 
최근 미국 행정부 안팎에서 주한미군 철수 방안이 오르내리는 것 또한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성향도 이러한 우려를 부추긴다.
 
여기에다가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 조치까지 추진하는 등 강경 대응에 무게를 실음에 따라 향후 북한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할 경우 우리 정부가 배제되는 '코리아패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 한 소식통은 "정부의 대북 정책이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인해 제재로 기울고 있다"며 "강대강 대결이 에스컬레이터를 탈 경우 우리 정부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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