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두꺼비 생태전문가, 동정호 찾아 “내가 두꺼비가 되고 싶을 정도”

[일요서울ㅣ하동 이도균 기자]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두꺼비 생태연구 권위자인 브루스 월드만(Bruce Waldman) 서울대 교수가 알프스 하동을 찾아 악양면 평사리 들판에 있는 두꺼비 서식지 동정호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11일 하동군에 따르면 브루스 월드만 교수는 이희찬 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와 함께 지난 주말 하동군을 방문해 평사리 동정호와 배후습지 일원을 둘러봤다.
 
월드만 교수는 1975년 미국 일리노이스 대학을 졸업하고 1983년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하버드대 교수, 링컨대 명예교수, 2009년 서울대 준교수를 거쳐 올해부터 자연과학대 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대학교수와 연구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세계 각지의 두꺼비 서식지를 둘러보며 두꺼비·양서류 등에 대한 많은 연구논문을 발표하고 책을 내는 등 세계 최고의 양서류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월드만 교수가 하동을 방문한 것은 동정호와 배후습지 일원의 두꺼비 서식 환경을 살펴보고 생태관광 자원화 가능성을 자문하기 위한 것.
 
  월드만 교수는 “두꺼비는 보통 산에 살면서 2월 말 경 호수나 습지 등으로 내려와 산란한 뒤 4월 말 부화하는데 동정호 주변에 산이 있고 배후습지가 잘 조성돼 두꺼비 서식지로 최적의 조건의 갖췄다”고 평가했다.
 
실제 동정호가 있는 평사리 들판은 섬진강 제방이 생기기 전 섬진강 물이 흘러들어 자연스럽게 습지가 조성되고 인근에 고소산이 위치해 지금도 다양한 종류의 두꺼비가 서식하고 있다.
 
특히 섬진강(蟾津江)의 명칭이 두꺼비(蟾)에서 유래할 정도로 섬진강에는 옛날부터 두꺼비가 많이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1385년 왜구가 섬진강 하구를 침입하려 하자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 떼가 울부짖어 왜구가 광양 쪽으로 피해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월드만 교수는 이처럼 동정호 일원이 생태계의 매개체인 두꺼비 서식지로서 좋은 조건을 갖춰 “내가 두꺼비가 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고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와 관련, 군은 5만6800㎡(약 1만 7200평)의 동정호에 두꺼비 생태 관찰로를 만들고, 수생식물원을 조성하는 등 동정호 일대를 세계적인 두꺼비 생태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나아가 ‘생명사상’을 모토로 한 소설 <토지>의 인문학, 지리산·섬진강 등 천혜의 자연경관, 섬진강을 배경으로 한 두꺼비의 역사성을 연계해 관광코스를 만들고 자연을 바탕으로 한 교육과 힐링 상품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윤상기 군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두꺼비 서식지인 동정호를 세계적인 생태공원으로 만들어 생태교육의 메카이자 하동의 새로운 관관명소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정호는 중국 소상팔경에 예술적 상상을 자극해 두보의 ‘악양루에 올라’라는 시를 탄생시킨 모티브가 된 곳으로, 하동에도 동정호 악양루가 무딤이들을 내려다보는 가을 정취는 시인묵객의 시심을 자극하기에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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