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북한 다루기는 근본적 딜레마

▲ <뉴시스>
북한, 많은 미사일로 미군 요격미사일 소진시켜
휴전선 북쪽 대포, 제거될 때까지 서울 집중포격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영국 런던에 있는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1831년 설립된 유서 깊은 싱크탱크로서 국방·안보 연구가 전문이다. 이 연구소에서 전투 공군력 및 기술을 전공하는 저스틴 브롱크 연구위원이 갈수록 도발 수위를 높여 가는 북한을 미국과 한국 등이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군사적 관점에서 3가지 선택 방안으로 나눠 분석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북한이 일본 상공을 넘어가는 중거리 미사일을 태평양을 향해 발사한 뒤 브롱크 위원이 집필한 글을 지난달 말 영국 BBC 방송이 소개했다.

브롱크 위원이 제시하는 첫 번째 선택 방안은 ‘봉쇄 강화’다. 이것은 가장 덜 위험하지만 효과가 작다. 이 방안은 그간 오래 존재해 온 군사력 전개를 기반으로 하며, 북한의 탄도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 억제에 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미국은 무력 사용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사드 시스템, 중화기 및 장갑차와 같은 지상 기반 미사일 방어를 포함해 추가 지상군을 한국에 투입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사드 배치는 현재 중단된 상태이며 한국은 북한을 자극할까 걱정해 미국 지상군 증강에 반대한다. 연례적인 한미 연합훈련에 반응하는 것을 보면 북한은 그와 같은 움직임을 지상 침공의 전주곡으로 해석할 것이 거의 분명하다. 

중국과 러시아 또한 격렬히 반대할 것이 틀림없으며, 두 나라 모두 동유럽과 남중국해·동중국해 같은 다른 지역들에서 미국을 힘들게 만들 능력이 있다. 미 해군은 한국 주변 전력을 증강할 수 있다.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순양함과 구축함을 증파하고 어쩌면 두 번째 항모 전단(戰團)을 파견할 수 있다. 미 공군도 공격 전투비행단, 공중 급유기, 정찰기, 중(重)폭격기를 괌, 한국, 일본에 증파함으로써 전진배치 공군력을 증강할 수 있다. 하지만 미 해군과 공군 둘 다 전 세계에 걸친 임무가 과중하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한 지원 작전에 10년 넘게 계속 배치돼 피로감이 있다. 아마 더 중요한 것은 시간이 북한 편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 군사력 증강 그 자체가 북한의 급속한 핵무기 프로그램 진행과 탄도미사일 시험을 멈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한 영공을 벗어나는 북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려면 한반도 주변 미 해군력의 주요한 증강이 필요하다.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요격미사일은 엄청나게 비쌀 뿐만 아니라 군함 한 척당 실을 수 있는 수량이 제한돼 있다. 따라서 북한은 마음만 먹으면 미 해군의 요격미사일을 소진시킬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미 군함들은 위험을 느껴 귀항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 방안은 실효성이 없고 전쟁 위험만 높인다.

두 번째 선택방안은 ‘외과적 타격’이다. 미 공군과 미 해군은 지구상에서 가장 앞선 외과적 타격 능력이 있다. 북한 근해 잠수함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고 B-2 스텔스 폭격기로 북한 핵과 탄도미사일 시설들을 공격하는 것은 언뜻 매력적인 제안으로 보인다. 스텔스 폭격기 B-2에 탑재 가능한 총 무게 13.6t의 신형 벙커버스터 폭탄(MOP)을 투하하면 지하 깊숙한 곳의 표적도 파괴할 수 있다. 이때 미국 항공기에 즉각적으로 가해지는 위험과 관련되는 요인들로는 ▲북한이 느끼는 경고의 정도 ▲공격 출격 횟수 ▲폭격기를 가까이에서 방어할 비(非)스텔스 항공기의 기여가 있다. 하지만 북한 방공망의 상태를 판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그 방공망은 50년에 걸쳐 획득된, 소련·러시아, 중국, 북한제가 혼합된 지대공 미사일과 레이다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 방어망은 지구상에서 가장 밀집된 편에 속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정도로 그간 수정·개선돼 왔으며 그 즉응력(즉시 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은 평가하기 어렵다. 미국이 적의 포화 또는 사고로 항공기를 잃으면 항공기 승무원을 구출해야 하는 악몽의 시나리오가 펼쳐진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핵·미사일 시설, 사령부, 심지어 지도부를 성공적으로 공격한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북한의 보복을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북한군은 여전히 한국에 즉각적인 보복을 실행할 능력이 있다. 인민군은 100만 명이 넘는 정규군과 600만 명이 넘는 예비군 및 민병대로 구성된다. 북한군은 방대한 양의 재래식 포와 로켓포를 휴전선 근처에 배치해 놓고 있다. 이들 포 가운데 수백 문의 사정(射程)은 서울의 일부 지역을 포함한다. 미군이 이 포들을 전부 제거하려면 며칠이 걸리는데, 그 사이 북한군은 수만 발을 발사할 수 있다. 바로 이 때문에 한국정부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에 반대한다. 사용 가능한 핵무기 없이도, 그리고 실제로 적극적으로 한국을 침공하지않고도 북한 정권은 한국에 엄청난 손상을 가할 수 있으며 아마도 우리가 아는 한미동맹을 종식시킬 수 있다.

세 번째 선택 방안은 ‘전면적인 침공’이다. 인민군의 규모, 그 포의 화력, 그 밀집 방공망, 그리고 미국의 군사행동 지원에 대해 한국의 내키지 않음을 감안하면, 이 방안은 매우 터무니없다. 실제로 북한을 침공하려면 여러 달에 걸친 미군의 증강, 한국의 전면적 참여, 그리고 북한의 알 수 없는 핵능력의 무효화를 보장하는 방법이 요구된다. 그것은 또 양측 모두에서 수십 만 명의 인명 손실을 가져온다. 중화기 포격에 더해, 인민군은 레이다에 잘 포착되지 않는 저공비행 복엽기, 소형 선박, 초소형 잠수함을 사용한 대규모 특공대 침투 훈련을 오래 해 왔다. 이것은 대규모 분쟁 발발 시 혼란과 인명손실을 추가하며, 장비는 우수하지만 수적으로 열세인 한미 군대가 얇고 길게 전개됨을 의미한다. 1950년 한국전쟁 때 미군 주도의 연합군이 북한으로 진격하자 중국과 국경을 맞대는 친(親)서방 통일 한국의 수립을 막겠다며 중공군이 참전했다. 그런 상황은 지금도 중국이 바라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중국은 그토록 오래 김씨 정권을 지원해 온 이유다. 어찌 어찌 해서 이런 큰 문제들이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주도하는 북한 침공의 성공 뒤에는 산산조각 난 국가를 재건할 책임이 미국에 부여된다. 북한 재건은 동서독 통합보다 훨씬 어렵다. 여기까지 설명한 브롱크 위원은 북한을 다루려 미국이 취할 수 있는 군사적 선택 방안들 가운데 어떤 것도 높은 비용과 현저한 위험이 따르는 것이 현실이라는 결론 아닌 결론을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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