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작품은 언제나 부족하다’는 말은 창작자를 자극하는 동시에 관객을 공감시킨다. 시놉시스를 유심히 읽고, 관객 평을 들춰보고 연출가와 배우까지 살피더라도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경우는 발생한다. 대사는 시놉시스를 책임지지 못하고 배우는 깊은 대사를 해석하지 못한다. 열정적인 연기가 민망하게 전달되기도 한다. 이야기와 대사가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것 못지않게 어려운 일은 뮤지컬 넘버를 최상의 목소리와 음향장비로 듣는 일이다. <레베카>는 음악적 선율이 의미나 메시지 등 많은 것을 대신하는 뮤지컬의 풍경을 충분히 구현한다. 공연을 함께한 수많은 관객은 밖으로 나가는 순간에도 댄버스 부인의 절제되고 비장한 표정, 순간마다 남기는 잔상, 전율을 안기는 가창력을 이야기한다. 댄버스 부인을 비롯해 반 호퍼 부인이 소화하는 뮤지컬 넘버와 안무는 다소 평면적인 이야기 구조마저 장점으로 반갑게 느끼도록 돕는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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