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창환 기자] 오는 11월 12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하는 <레베카>는 최고의 음향환경에서 뛰어난 배우의 가창력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거대한 무대와 거대한 판타지, 어둡고 음울한 미장센과 서스펜스, 그 분위기에 어울리는 비극적 캐릭터, 중독적인 뮤지컬 넘버 등 대형 뮤지컬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그중 배우 김선영을 비롯해 신영숙과 옥주현이 맡은 ‘댄버스 부인’은 <레베카>와 다른 뮤지컬 간의 차이를 말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부분이다. 그녀가 등장하는 거의 모든 장면이 <레베카>를 이끌고 뒷받침한다. 특히 <레베카>를 향한 일부 평면적인 이야기 구조의 지적 역시 댄버스 부인의 존재감으로 상쇄된다. 음향장비 혹은 배우의 연기력(가창력)이 부족한 뮤지컬을 경험한 이들은 뮤지컬에서 스토리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가 ‘노래’ 자체에 있음을 안다.
 
‘좋은 작품은 언제나 부족하다’는 말은 창작자를 자극하는 동시에 관객을 공감시킨다. 시놉시스를 유심히 읽고, 관객 평을 들춰보고 연출가와 배우까지 살피더라도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경우는 발생한다. 대사는 시놉시스를 책임지지 못하고 배우는 깊은 대사를 해석하지 못한다. 열정적인 연기가 민망하게 전달되기도 한다. 이야기와 대사가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것 못지않게 어려운 일은 뮤지컬 넘버를 최상의 목소리와 음향장비로 듣는 일이다. <레베카>는 음악적 선율이 의미나 메시지 등 많은 것을 대신하는 뮤지컬의 풍경을 충분히 구현한다. 공연을 함께한 수많은 관객은 밖으로 나가는 순간에도 댄버스 부인의 절제되고 비장한 표정, 순간마다 남기는 잔상, 전율을 안기는 가창력을 이야기한다. 댄버스 부인을 비롯해 반 호퍼 부인이 소화하는 뮤지컬 넘버와 안무는 다소 평면적인 이야기 구조마저 장점으로 반갑게 느끼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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