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인생과 사업의 동반자’ 언론보도는 사실과 달라 남편때문에 남대문 시장가게 잃고 혼자 어렵게 살고 있어매일 방송과 신문을 도배하는 이른바 ‘윤창렬게이트’. 그의 구속장면은 이미 세인들에게 익숙한 것이 돼 버렸다. 윤창렬씨 부인을 만나기로 마음 먹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 자기 남편이 온갖 비리를 저지른 ‘범죄자’로 낙인 찍히는 것에 ‘부인의 심경이 오죽할까’하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부인과의 인터뷰는 기자의 당초 생각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직접 만나기를 꺼려한 윤씨의 부인 L(47세·일산 거주)씨는 어렵게 전화인터뷰에 응했다. ‘울음 반 분노 반’으로 가득찬 L씨의 목소리에서 그의 힘들었던 지난 삶을 읽을 수 있었다. 윤씨 부인인 L씨는 윤씨를 성공한 인물로 그려낸 언론보도에 ‘외롭게 고투하며 살아온 그에게 아내는 인생과 사업의 동반자가 돼주었다”고 묘사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미 L씨는 윤씨와 10여년째 별거 생활을 하고 있었다. L씨는 “그 사람만 생각하면 지금도 혈압이 올라 쓰러질 것 같다”며 “그 사람 얼굴 보기 싫어 신문도 TV도 보지 않는다”며 윤씨에 대한 원망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다음은 L씨와의 일문일답.


-윤씨가 구속된 것이 마음 아프지 않나.
▲그 사람 얘기는 듣고 싶지 않다. 이미 별거생활한지 10년이 넘었다. 어떤 비리를 저질렀는지 잘 모르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될 줄 알았다.

-윤씨에 대한 원망이 굉장히 큰 것 같다.
▲그 사람을 만나 내 인생은 엉망이 됐다. 나도 한때는 남대문에서 블라우스 도매상을 하면서 잘 나갔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윤씨와 결혼하면서 모두 뺏기고 지금은 동생가게에서 일해주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신세가 됐다.(윤씨의 성공신화를 그린 언론보도를 보면 L씨는 남대문 시장에서 블라우스 도매상을 했고, 윤씨가 아내를 도와 판로개척을 위해 전국을 돌면서 유통현장을 둘러보면서 많은 도움을 받게 됐다고 묘사됐다.)

-윤씨는 굿모닝시티 분양성공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아내의 사업을 도운게 큰 도움이 됐다는 언론인터뷰를 하기도 했는데.
▲정말 가난한 사람이었다. 내가 블라우스 도매상하면서 이런저런 경제적 도움을 줬다. 하지만 그 사람 때문에 난 가게도 잃었고 심지어는 감옥살이도 했다.

-무슨 얘긴가.
▲ (격한 목소리로)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이런 저런 일한다고 벌여놓고 그 뒤처리는 내 몫이었다. ‘뜬 구름’ 잡으러 다니며 얼마나 많은 고생을 시켰는지. 그 얘기 하면 심장이 터질 것 같으니까 그만하자.

-윤씨 때문에 많은 고생을 한건가.
▲나뿐 아니다. 친정식구들까지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봤다. 아이는 또 어떻고.

-아이도 부인이 키우고 있나.
▲별거하면서 내가 키우고 있다. 그 아이 다섯 살때 헤어졌는데 지금은 열여섯살이 됐다. 아이는 아빠 얼굴도 잘 모른다. 제일 불쌍하다. 학교다닐 때 아빠 없다고 왕따까지 당했다. 아이의 일기장을 보며 혼자 많이 울기도 했다.

-양육비도 주지 않았나.
▲(어이없는 목소리로)양육비? 그거라도 줬다면 원망이라도 하지 않지.

-사업 성공후에도 전혀 물질적 도움을 못받았나.
▲전화하는 것조차 두려웠다. 행여 내가 전화하면 챙피해할까봐. 사업할 땐 연락도 안했다. 그래도 사업 잘되면 아이는 돌봐줄 거라 믿었었다.

-지금 심정은.
▲죄를 지었으니 죄값을 치러야 한다. 나는 물론 친정에까지 너무 큰 고통을 줬다. ‘나쁜 XX’ 욕하고 싶을 정도다. 어디 멀리 시골에 가서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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