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시장 지각 변동하는데…수익성에 문제 없나

레고사의 구조조정, ‘춘천 레고랜드’ 사업 진행에 걸림돌

유아동의 놀이 변화, 키덜트족 겨냥 제품들의 경쟁 심화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덴마크의 완구업체 레고가 13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해 구조조정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매출 감소의 원인은 ‘디지털 기기 이용으로 인한 레고의 외면’, ‘배트맨 게임 세트 부진’ 등이다. 이에 강원도의 꿈이자 희망으로 불리는 ‘춘천 레고랜드’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2015년 완공 예정이었던 춘천 레고랜드는 ▲각종 비리 혐의 ▲시공사 선정 문제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의 배임과 횡령, 수의계약 연루 의혹 ▲재원조달 부족 ▲문화재 발굴 문제 등으로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태다. 이번 레고사의 구조조정이 춘천 레고랜드 조성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쳐, 완공 시기는 미궁 속으로 빠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덴마크에 본사가 위치한 글로벌 완구업체 레고가 매출 하락으로 인해 전 세계 레고 직원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약 1만9000여 명의 직원 중 8% 즉, 1400여 명을 감원한다고 밝힌 것. 이중 본사 직원은 500~600여 명이다. 지난 1월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한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CEO 교체를 발표한 레고는 덴마크 출신의 닐스 크리스티안센 신임 CEO의 지휘 아래 구조조정이 단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레고의 매출 하락은 올해 상반기부터 시작됐다. 미국, 유럽 등의 시장에서의 매출이 약 2조1700억 원으로 5%가량 줄고 영업이익 역시 6150억 원으로 약 3%가량 하락했다. 이는 닌텐도, 블리자드 같은 비디오 게임 업체의 선전과 사업 다각화를 위한 온라인 비디오 게임 ‘레고월드’, ‘배트맨’ 게임 세트의 매출 부진 등이 레고사의 실적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난공불락처럼 보였던 레고의 매출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며 “디지털 장난감과의 경쟁에서 레고가 밀리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투자에 차질 생기나

재원 상태 악화로 인한 구조조정 사태까지 발생한 레고사의 주주 멀린사가 춘천 레고랜드에 약속한 1650억 원의 투자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앞서 춘천 레고랜드는 레고사의 지분을 소유한 영국 멀린사 등 외국인직접투자 약 1000억 원, 총 사업비 5011억 원으로 지난 2014년 11월 착공해 오는 2018년 상반기 개장 예정이었다. 멀린 사와 레고랜드는 지난 2005년 합병하면서 레고그룹 일가가 소유한 지주회사 ‘키르크비(KIRKBI) AS’가 멀린의 지분을 사들였다. 사실상 레고그룹 일가가 레고랜드는 물론 멀린의 모든 테마파크를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춘천 레고랜드는 시공에 필요한 2300억 원의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강원도와 시공사인 엘엘개발은 투자사를 선정해 대림이 1500억 원의 공사를 외상으로 착공하고 6개월 이후부터 2개월마다 공사비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대림과의 지급 보증 조건 계약을 했다. 그러나 대림은 계약 후 공사를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 춘천 레고랜드 사업은 제때 착공조차 되지 못해 대출이자만 1000만 원이 지출되고 있으며 출자금이 제대로 납입되지 않아 차입금에 기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금융비용으로만 200억 원 이상 지출된 것으로 알려지며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강원도 측은 멀린의 직접투자를 요청했고 ‘청사진’이 그려지는 듯했다. 그러나 멀린 사는 이사회를 통해 직접 투자 안을 부결했고 직접 투자는 물 건너갔다. 다만 멀린사는 2013년 협약 체결 시 약속한 1100억 원 규모의 현금 출자와 지난해 발표된 춘천 레고랜드 부지 내 호텔 건립 예산 55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는 이마저도 이번 레고사의 구조조정이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수익성에 물음표 붙어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춘천 레고랜드가 레고사의 구조조정을 비롯한 잦은 시공사 교체, 공사비 지급 문제, 계획 변경 등의 위기를 극복해도 수익 창출에 브레이크가 걸릴 요소가 너무 많다는 주장도 제기 된다. 레고사의 구조조정 원인으로 꼽히는 유아동의 놀이문화 변화와 매출을 이끌던 ‘키덜트족’을 겨냥한 제품들의 경쟁 심화 등이 춘천 레고랜드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측되고 있는 것.

최근 아동, 청소년의 스마트폰, TV, 컴퓨터 게임의 이용 시간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반면 놀면서 체험하는 시간이 줄고 신체 활동도 줄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만 3~9세 유아동의 52%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아동 자녀가 스마트폰을 사용을 처음 접한 시기는 평균 5.6세로 집계됐다. 유아동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시간은 1.4시간(81.4분)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만 3~4세는 평균 0.9시간(52.4분), 5~6세 1.2시간(71.6분), 7~9세 1.8시간(107.8분) 등 나이가 올라갈수록 이용시간과 횟수가 늘었다. 문제는 유아동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시간은 계속해서 증가 추세라는 점이다. 잘나가던 완구업체 레고사의 구조조정을 이끌어 낸 디지털 기기 놀이와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춘천 레고랜드의 수익성에 물음표가 붙었다. 

또 키드(Kid)와 어덜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족’ 들은 레고사의 실적 견인의 주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들을 겨냥한 상품이 다양화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키덜트족을 겨냥한 각종 체험, 문화시설의 급등으로 춘천 레고 랜드의 시장 경쟁력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강원도는 레고랜드 조성에 문제 없다며 2019년 3월까지는 완공 될 거라고 호언장담하고 있어 향후 일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