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박탈, 눈치 전쟁 시작될 것” vs “평등 취업, 소신 지원 문화 정착할 것”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정부가 공공기관 신규 채용을 합동 채용 방식으로 변경, 확대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공시생(公試生)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수험생 중복 합격을 방지하고 경쟁률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라지만 공무원 준비생들의 선택권 박탈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별도의 유예 기간도 없이 올해 하반기부터 합동 채용 방식이 도입되는 가운데, 일요서울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당사자들의 의견을 물어봤다.

별도 유예기간 없이 올해 하반기부터 공기업 합동 채용 확대
시험 준비하다 갑작스런 소식에 화들짝 놀란 취업준비생들


합동 채용 방식이란 성격이 비슷한 공기업의 채용 시험일을 한날로 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46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합동채용 방식을 도입한다. 합동 채용 적용 규모는 약 3500명, 유사 그룹별로 동일한 날짜에 필기시험이 진행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일 46개 공공기관을 7개 분야 15개 그룹으로 분류해 동일한 날짜에 필기시험을 치르는 합동 채용 방식을 하반기부터 도입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부 수험생들의 중복 합격으로 과도한 경쟁이 벌어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직률과 결시율이 높아 골머리를 앓던 공공기관들도 자발적 참여를 결정했다. 기존에는 기업은행, 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4개 정책금융과 부산·인천·여수광양 등 항만 4사가 합동채용을 진행했다. 하반기부터는 한국전력공사 등 38개 기관이 추가로 합류한다.

하반기부터 합동채용을 실시할 7개 분야는 사회간접자본(SOC·11개), 에너지(11개), 정책금융(10개), 보건의료(4개), 농림(3개), 환경(3개), 문화예술(4개) 등이다. 정부는 올해 합동 채용 확대 시행 첫해임을 감안, 그룹별로 시험일자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합동채용 분야별 참여 기관은 SOC에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코레일관광개발, 코레일유통, 한국철도시설공단, 교통안전공단, 도로교통공단, 부산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 인천항만공사 등이 포함됐다.

46개 공공기관 참여

에너지 분야는 한국전력공사, 한전KPS, 한국가스기술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중부발전 등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벤처투자, 한국자산관리공사,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중소기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은 정책금융 분야로 분류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등은 보건의료 분야, 농업기술실용화재단,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은 농림 분야로 참여한다.

그 외 환경 분야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 낙동강생물자원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등이 참여하고, 문화예술 분야에는 강원랜드,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관광공사, 한국체육산업개발 등이  있다.

이와 관련해 당장 시험을 치러야 하는 공시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기회를 빼앗긴 것 같다는 부정적인 시선과 합동 채용 방식이 정례화되면 훨씬 공평한 취업 경쟁이 될 것이라는 긍정이 교차한다.

3년째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하고 있다는 최모씨는 “과도한 경쟁을 막고, 사회적 기회비용을 줄인다는 정부의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체감 상 ‘떨어지면 안 된다’는 압박이 더욱 커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지는 응시 기회가 줄어들어 부담이 증가됐다는 것이다. 유예기간이 없어 아쉽다거나 눈치 지원 등이 걱정된다는 의견을 나타내는 공시생들도 상당수다.

우려와 기대감 공존

노량진 학원가에서 만난 한 공시생은 “시험이 한두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갑자기 채용 방식을 바꾸니 혼란스럽다”면서 “공시생들에게는 정말 집중해서 공부를 해야 하는 시기인데, 다음 채용부터 변경하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준비생은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렇게 되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보다 어떤 곳에 지원자가 몰릴지 어떤 곳이 경쟁률이 낮아 합격 가능성이 높을지 알아보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합동 채용 방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공시생들은 “일부 수험생의 중복 합격에 따른 타 응시자의 채용 기회 축소, 과도한 경쟁에 따른 사회적 비용 완화 등을 위한 것”이라는 정부의 설명과 비슷한 입장이다.

2년 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김모씨는 “그동안 일부 상위권 준비생들이 여러 곳에 합격한 뒤 한 곳을 선택하는 모습을 적지 않게 봤다”면서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단순히 기회가 줄어든 것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들여다보면 더 큰 폭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또 “합동 채용 방식으로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이직률과 합격 포기생들이 줄어 인력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면서 “다만 공공기관 채용이라 하더라도 정부가 개개인의 취업을 과도하게 통제한다는 불만도 나오는 것으로 안다. 이 부분은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공공기관 시험을 앞둔 박모씨도 “공공기관인 만큼 묻지마 식 지원 행태는 애초에 사라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단순 취업이 아니라, 공공의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소신 지원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공기관 합동 채용 시험은 오는 30일을 시작으로 10, 11월, 12월 2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치러진다. 올해 하반기 채용이 끝나면 현재 나오고 있는 우려와 기대 중 어떤 목소리가 맞았을지 가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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