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창환 기자] 오는 10월 29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에서 공연하는 <사의찬미>는 우리나라 중극장 뮤지컬 수준을 다시 한번 끌어올린 작품이다. 10년 가까이 혹은 그 이상 공연되는 몇몇 대표 창작 뮤지컬의 계보를 잇는 작품으로, 비극적 스토리텔링의 경우 전에 없는 완성도를 보인다.
 
<사의찬미>는 1920년대 일제 강점기에 불어온 예술과 사상, 그리고 스스로 부르주아임을 부끄러워하는 작가 김우진과 계급상승을 꿈꾸는 가수 윤심덕의 사랑을 다룬다. 암울한 시대 옆에 움튼 낭만을 그리는데, 대사에서 노래로 넘어가는 굴곡은 세련되며 전체 이야기 흐름은 매끄럽다. 긴장과 서스펜스 속에서 이어지는 이 굴곡과 흐름은 <사의찬미>의 강점이다. 계몽적이고도 영웅적인 뮤지컬이 지루한 팬들에게 <사의찬미>는 괜찮은 대안이다. <사의찬미>의 비극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지 않으며 비극인 척하다가 어느새 얼굴을 바꾸지 않는다.
 
뮤지컬은 무대 예술인 만큼 무대 위에서 모든 것을 보여야 하며 그것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런데 연극보다 신경 써야 할 요소가 더 많은 뮤지컬은 유기성의 달성이 쉽지만은 않다. <사의찬미>는 창의적이고 촘촘한 연결고리로 이를 해낸다. 대사와 노래가 하나로 일치하는 것, 그것이 전체 완성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인다.
 
뮤지컬 팬들이 대사에서 노래로 넘어가는 타이밍에 생각보다 관대한 것을 느낀 적이 있다. 대사 도중 갑자기 노래하는 것은 굴곡이 생기는 것인데, 이건 단순히 같은 내용을 이어 말한다고 해서 해소되는 게 아니다. 물론 노래를 듣기 위해 뮤지컬을 관람한다면 잠깐의 전환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짧은 굴곡은 배우의 탁월한 가창력 아래 금세 사라지곤 한다. 단지, 대사와 노래 이 두 가지가 매끄러운 작품을 좀 더 자주 만나길 바랄 뿐이다. 그 반복되는 전환이 자연스러운 뮤지컬은 나머지 요소 또한 자연스럽다.

<사의찬미>는 ‘복잡한 성질’을 지닌 것치고는 너무 획일적으로 주입된 대한민국 근대사에 일말의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누군가에게는 이번 작품 속 배경이 꽤 흥미롭고 새로울 것이다. <사의찬미> 대사는 고전적이고 진취적이다. 문학적으로도 대중적인 감각으로도 괜찮다. 인물의 비중 역시 김우진과 윤심덕 그리고 사내까지 균등하다. 모든 인물에 애정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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