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이전 정부 정책 뒤집기 최신판

갑작스런 추방 예고에 해당자 80여 만 명 기겁
의회가 트럼프 체면 살릴 절충안 내놓을지 주목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유년 시절 입국자에 대한 조처 유예(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DACA·다카)’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2년 의회의 반대를 피해 대통령 권한을 발동해 행정명령으로 도입한 제도다. 부모를 따라 미국에 불법 입국해 최소 5년을 살면서 학교에 다니거나 취업을 한 청년들을 ‘드리머(꿈꾸는 사람)'로 부르면서 이들에 대한 추방을 유예해 불법 체류 청년들의 신분 불안을 일부 해소해 준 것이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5일 다카 해당자 88만 명의 신분을 송두리째 흔드는 조처를 내놓았다. ‘다카 프로그램'을 폐지한다고 공식 발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 당시 “다카는 불법"이라며 폐지를 공약한 바 있고, 이번에 그것을 실행한 것이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도 이날 법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다카 프로그램은 위헌"이라며 “미국에 오려는 모든 사람을 허용할 순 없다. 다카 프로그램은 미국인의 일자리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6개월의 폐지 유예 기간에 의회가 후속 입법 조처를 해 달라"며 타협의 여지를 남겼다. 의회가 후속 입법을 통해 추방 대상 인원 규모를 줄이는 등 구제에 나설 가능성은 남아 있다.
트럼프가 다카 폐지를 밝히자 미국 전역은 들끓었다. 수도 워싱턴을 비롯해 뉴욕, 시카고, 피닉스, 신시내티, 디트로이트, 보스턴, 밀워키 등 미 전역의 대도시에서 각각 수백 명의 다카 프로그램 수혜자와 지지자, 인권단체 회원 등이 모여 반대 구호를 외치며 시가행진을 벌였다. 캘리포니아 등 민주당이 강세인 주에선 법적 대응 방침을 예고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시카고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젊은 사람들은 어떤 잘못도 없다"며 “우리가 사랑하는 국가에 기여해 온 이들을 추방하는 것은 잔인한 결정"이라고 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아메리칸 드림을 짓밟았다"고 했다. 실리콘 밸리의 주요 정보기술(IT)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다카 폐지 결정은 아메리칸 드림을 잔인하게 짓밟고, 그들을 처벌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여론조사 기관 모닝 컨설트가 8월 31일부터 9월 3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불법 체류 청년들을 즉각 추방해야 한다는 응답은 15%에 불과했다. 다카를 존속시키는 것이 옳은지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멀리 한국에서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마침 미국의 권위지 뉴욕타임스(NYT)가 재빨리 다카 폐지와 관련해 우파, 좌파, 중도파 인사들의 반응을 수집해 보도했다. 그것을 한번 들여다보자.
먼저 우파의 반응이다. 극우 성향의 뉴스 웹사이트 《브레이트바트》의 조엘 폴락 편집장은 트럼프가 의회에 책임을 지운 것을 잘했다고 본다. 다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현 의회가 어떤 것도 통과시킬 능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에서 용기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다카 유지를 원하는 사람들은 그 프로그램을 연장하려면 “공화당에서 몇 표만 가져오면 된다는 것을 안다.” 우파 블로그 ‘더 리서전트’를 운영하는 에릭 에릭슨은 “원칙적으로 나는 다카를 지지하지만, 입법 없이 대통령이 그것을 법제화할 권한이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카가 위헌이라고 본다. 그러면서도 그가 원칙적으로 다카를 지지한다는 것은 모순처럼 들린다. 그런데 자세히 들으면 그의 말이 조리가 있다. “헌법은 모든 다른 것을 무효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모든 다른 것에 그의 개인적 선호, 즉 다카 지지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보수매체 《내셔널리뷰》의 칼럼니스트 앤드류 매카시는 “트럼프는 취임 첫날 했어야 했던 일을 해야 한다. 그는 오바마 정부의 지침이 무효임을 선언해야 한다”고 말한다. 매카시는 트럼프가 “문제를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게 만들었다”며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의회가 타협안을 만들도록 내버려 두면서 대통령이 기소재량(起訴裁量)을 사용해 다카와 관련해 기소되는 것으로부터 젊은이들을 보호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쉽게 말해 행정부에서 추방 대상자들에게 자질에 따라 우선순위를 매겨 쓸 만한 젊은이를 법 위반으로부터 보호하자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좌파는 다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좌파 매체 슬레이트의 논객 마크 조지프 스턴은 “트럼프는 다카를 없앤 것 때문에 엄청난 공격을 받을 것이다. 그래도 싸다. 하지만 진실은 공화당 정치인들이 그에게 강요했다는 것이다. 공화당의 외국인 혐오는 트럼프보다 역사가 깊다. 그리고 그것은 트럼프보다 오래갈 것이다”고 말했다. 스턴은 다카 폐지가 트럼프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공화당에서 나온 방침이라고 지적했다. 《버즈피드》의 벤 스미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코너에 몰렸고 약화됐으며 통상적인 대통령 권한을 명백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세계에서 가장 힘센 자리의 권한을 행사하려 애쓰는 누군가를 위해 트럼프가 최악의 전략을 채택했다. 그는 인질들에게 사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우파 블로그 ‘테이크케어’의 논객 리 리트먼은 “다카 종식은 권력분립에 관한, 원칙에 입각한 기준이 아니다. 다카 취소는 미국이 이민자들에게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해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영합하거나, 이민자들을 절망적이고 어려운 상황에 몰아넣는 관리들의 욕망을 충족시킨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중도파의 견해다. 미국 최대 일간지 《유에스에이 투데이》의 논설위원들은 “올바른 접근은 그 프로그램을 그대로 두며, 그것이 효과가 있고 80만 명의 사람들이 유배당하거나 정치 체스판에서 졸(卒)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썼다. 이 신문은 ‘꿈꾸는 사람들’은 어떤 다른 이민자 집단들보다 미국 문화에 더 잘 동화됐다고 주장했다. 그런 사람들이 미국을 떠나는 것은 그들이 속한 공동체와 미국 경제에 나쁘다고 보았다. 여론조사 전문 웹사이트 ‘파이브서티에잇’의 안나 마리아 배리-제스터는 “여러 달 동안 일부 친(親)이민자 집단들은 다카 프로그램에 새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에 대해 경고해 왔다. 그러면서 그들은 적격성을 확인하기 위해 제출된 상세한 정보가 미래에 등록자나 그 가족들을 추방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말해 왔다”며 사람들이 다카 등록을 꺼림을 상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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