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청와대 1기 내각이 마무리되면서 관련 부처 산하 기관 수장들의 면면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 쌍두마차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변양균 전 참여정부 정책실장이 주목받고 있다. 취임 초기에는 ‘성장주도형’ 변양균 라인이 경제 핵심 자리에 임명되면서 기세를 잡는 모습이었지만 장하성 실장의 청와대 입성 이후에는 ‘소득 주도파’가 정책과 인사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 핵심 경제라인인 장하성-변양균 양강 구도 속 파워 게임 양상도 감지되고 있다. 새정부 경제라인의 막전막후를 알아봤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장하성 호남-경기고-고대인맥 금융권 사실상 ‘장악’
- 뒷말’ 무성 윤종규 KB금융 회장 연임..장실장 ‘입김’?

 
최근 장하성 사단으로 불리는 인사들이 문재인 정부 경제라인뿐만 아니라 금융권에 속속 들어오면서 경제계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

문 대통령 임기초만 해도 변양균 전 정책실장 라인이 청와대와 경제부처에 임명되면서 ‘성장주도형’(혁신개혁파) 경제정책 기조가 주도권을 잡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장하성 라인이 핵심 요직을 꿰차면서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형’(양극화해소파) 기조로 방향을 잡고 힘을 몰아주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와 내각 인선 과정에서 변 전 실장의 인맥은 눈에 띌 정도였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청와대의 반장식 일자리 수석과 이정도 총무비서관 등이 대표적인 ‘변양균 라인’으로 주목받았다. 이들은 참여 정부에서 변 전 실장과 함께 일한 경력이 배경이 돼 새정부 경제라인 ‘참여정부 시즌2’라는 지적을 받았다.
 
장.변 견제와 균형 원리 경제 라인 배치
 
김 부총리는 2005년 변 기획예산처 장관 시절 전략기획관을 역임했다. 당시 그는 참여정부의 중장기 복지정책인 ‘비전2030’을 만들었다. 경제기획원 출신인 반 수석은 참여정부 시절 국가균형발전위원장으로 변 전 실장과 호흡을 맞추는 등 인연이 깊다.
 
홍 국무조정실장은 변 전 실장이 청와대에 근무할 당시 정책보좌관으로 일했다. 이 비서관도 노무현 정부 시절 변양균 기획예산처 차관·장관의 비서로 일했다. 참여정부 임기말 변 전 실장이 ‘신정아 스캔들’로 곤욕을 치를 당시에도 끝까지 그와 함께할 정도로 막역하다.
 
하지만 ‘재벌개혁론자’이자 ‘소득주도파’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되면서 변 전 실장과 함께 청와대 경제라인의 양강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장하성 사단’으로는 홍장표 경제수석을 비롯해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최흥집 금감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대표적이다.
 
최 차관은 행시 30회 출신의 정통 관료로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중소기업비서관을 거쳐 중소기업청 차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발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출신인 장 실장(경영 74학번)이 고대 경영학과 직속 후배인 최 차관(79학번)을 적극 추천했다는 시각이 나왔다.
 
또한 고려대 무역학과를 나온 최종구 금융위원장 또한 장실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최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우리 정책실장님이 아주 강력하게 추천을 했는데, 콤비를 이뤄서 잘해 주기를 부탁 드린다”고 밝힐 정도다. 김상조 위원장은 장 실장과 참여연대 등에서 활동하며 재벌운동을 함께해 온 사이다. 역시 경제학자 출신인 홍장표 수석은 장 실장과 마찬가지로 ‘소득주도 성장론’의 주창자로 막역한 관계다.
 
무엇보다 눈여겨볼 인사가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다. 최 위원장은 청와대 내에서도 임명에 이견이 있었다. 하지만 장 실장이 금감원장으로 유력했던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 대신 최 위원장을 적극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경기고 1973년 졸업생인 최 위원장은 장 실장과는 1년 고교 선배다. 여권에서는 경제라인의 ‘변양균 라인’과 ‘장하성 라인’이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다는 평이지만 직위와 인적 자원 면에서 장 실장의 인맥이 압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두 그룹은 진보적인 색채를 띠고 있지만 추구하는 경제 핵심 가치가 다르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 방향에 따라 희비가 교차할 전망이다. 일단 ‘혁신개혁파’이자 ‘성장주도파’인 변양균 사단은 노동·토지·자본 등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결합을 방해하는 기득권적 요인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보는 그룹이다.
 
소득주도형 성장모델의 한계론에 방점을 찍고 있다. 반면 ‘소득주도파’이자 ‘양극화 해소파’는 성장의 과실을 다수의 국민에게 공정하게 배분해 사회 계층 간 경제력 격차를 해소하자는 그룹이다.
 
현재까지는 장하성 사단의 경제 가치가 ‘문재인 노믹스’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당청의 주류적 흐름을 대변하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원장을 비롯해 청와대 김수현 사회수석, 황덕순 고용노동비서관 등이 격차 해소와 불평등 완화 기조로 장 실장과 맞닿아 있다.
 
‘문재인 노믹스’ 장악 소득주도파 김동연 ‘왕따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제 라인에서 ‘변양균 사단’의 대표적인 인사인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역할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정부 초기에 내놓은 증세와 부동산 정책에 등에 있어 김 부총리는 뒤로 밀리는 모습이다. 실제로 세법 개정안 등 증세는 장 실장이 주도했다.
 
김 부총리는 증세에 대해 “명목세율 인상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수차례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당·청이 장 실장 손을 들어주면서 김 부총리는 “경위야 어쨌든 시장에 혼선을 줘 유감”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8.2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당시에도 김동연 부총리의 모습은 보기가 힘들었다. ‘현역 실세’ 장관으로 떠오른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여름 휴가 중 돌아와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강남 부동산 재벌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다음 날 나선 것은 김수현 사회수석이었다. 김 수석은 평소 조용한 성품과 달리 청와대에서 “강남 부동산 가격은 지극히 비정상”이라며 시장에 강력한 경고장을 보냈다. 정관계에서는 ‘김동연 왕따설’이 급속히 퍼지기도 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 경제기조에 판정승을 한 장하성 사단은 금융기관장 임명에도 입김을 미치고 있다는 게 업계내 정설이다. 지난 9월 7일에는 장 실장 라인인 최정구 금융위원장이 이동걸 전 금감위 부위원장을 KDB 산업은행 회장 자리에 앉혔다.
 
이 회장은 장 실장과 경기고 동문으로 2년 선배다. 아울러 장 실장의 경기고 선배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활동을 재개하면서 ‘경기고 인맥’이 금융권에 속속 발을 들여놓는 양상이다.
 
특히 김 전 회장은 이명박 정권 당시 ‘4대천왕’(김승유, 이팔성, 어윤대, 강만수)의 일원으로 금융권을 좌지우지한 바 있다. 그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와 장 실장과는 고교 및 대학 직속 선배다 현재 한국투자금융 고문을 맡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연임에도 장 실장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금융권에선 보내고 있다. KB금융은 최근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확대지배구조위원회를 꾸린 지 보름 만에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윤 회장을 사실상 연임하기로 확정했다. KB금융 회장 자리는 역대 정권에서 전리품처럼 여겨져 낙하산 인사의 단골 자리였다.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도 11월 임기를 앞둔 윤 회장이 연임을 노리는 것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들이 의구심을 보낸 이유다. 하지만 윤 회장은 본인이 적극적으로 임기만료 두 달 전부터 연임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였다. 이로 인해 노조와 갈등도 발생했다.
 
하지만 윤 회장은 ‘KB 금융 이사진’의 결정으로 단독 후보가 되면서 사실상 연임에 성공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업계에서는 ‘장하성 인맥이 사외인사로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후문이 돌았다.
 
KB 사외이사는 7인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중 이병남 전 LG경영 개발원 인화원 사장과 김유니스경희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가 장하성 인맥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는 장 실장이 2015년 고려대 교수 재직 시절 개인 주주 자격으로 추천한 인사다. 이 이사는 같은 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표로 있던 경제개혁연대가 기관투자자인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의 위임을 받아 추천한 인사였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윤 회장의 연임이 가능하게 된 데는 여권 내 친분이 있는 정치인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소문도 금융권에 횡행했다. 특히 여당 내 P 의원의 경우 윤 회장과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데다 고대를 나와 동문인 장 실장과 윤 회장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해 연임하는 데 측면 지원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또한 여당 핵심 당직에 있는 K 의원 역시 윤 회장과 같은 호남 출신으로 P 의원과 함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로써 윤 회장은 2008년 KB 금융지주 출범 이후 첫 연임 회장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특정 인맥이 편중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금융 공기업 기관장들에 대해 일괄 사표를 받은 뒤 대대적인 물갈이를 했었다. 대학 또는 교회를 통해 연결된 ‘금융권 4대 천왕’이 대표적이다. 특히 고려대 출신들이 요직을 꿰찼다.
 
4대 천왕 가운데 3명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교인 고려대 출신이었다. 실제로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회장,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은 MB정부 내내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했다. 이 가운데 비금융인 출신인 어 전 회장과 강 전 회장은 금융권에서 대표적으로 실패한 CEO로 남았다.
 
MB ‘4대천왕’, 朴, ‘서금회’, 文, ‘장하성 라인’?
 
박근혜 정부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인사들이 주목을 받으며 금융권을 장악했다. 홍기택 전 산은 회장, 이덕훈 전 수출입은행장,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 등이 대표적이다. 국책은행은 물론 민간 금융사까지 서강대 인맥들이 들어서면서 금융권에 서금회 라인을 구축하기도 했다. 홍 전 회장과 이 전 국민은행장 역시 실패한 인사로 꼽히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대통령의 모교인 경남고, 경희대 출신 인사들이 기용될 것이라는 말이 무성했다. 하지만 금융계 인사가 서서히 베일을 벗으면서 금융가에서는 ‘장하성 실장의 경기고-고려대 인맥이 실세’로 떠올랐다. 특정 학맥에 대한 관심은 새 정부에게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는 지적이다. ‘000 라인’, 특정 인맥 출신이 중용될 경우 역대 정부가 보여준 폐단을 반복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장 실장의 경제분야에서 영향력이 커질수록 문재인 정부 부담도 높아지는 만큼 변 전 실장의 영향력이 다시 높아질 기회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변 전 실장이 대통령과 동지적 관계로 맺어진 사인인 데다 정부 경제 기조가 언제 다시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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