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포털사이트는 ‘240번 버스’ 사건으로 도배됐다. 한 네티즌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240번 서울 시내버스에서 아이만 내리자 엄마가 문을 열어달라고 수차례 부탁했는데도 버스가 계속 운행했다”는 글을 올리면서다.
 
누리꾼들의 비난은 해당 버스 기사에게 쏟아졌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버스 기사를 고발한다’는 청원도 올라갔다.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로 드러났다. 폐쇄회로(CC)TV에 찍힌 장면이 공개되자 엉뚱한 피해자를 만들었다는 비판으로 들썩였다.
 
버스 기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던 누리꾼은 기존 글을 삭제하고 12일 밤 사과의 글을 올렸다. 버스 기사는 쏟아지는 관심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운전대를 놓고 휴가를 냈다.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글들로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현대판 마녀사냥’은 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번져나간다. 최대 피해자로는 가수 타블로가 꼽힌다. 데뷔 초부터 스탠퍼드 대학 석사 출신으로 주목받은 그는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하며 문제가 불거졌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확산되자 타블로는 졸업 서류를 증명해보였지만 사람들은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근거 없는 비난은 확산일로였다. 오히려 학력 의혹을 넘어 과거사, 가정사까지 들춰보며 고통을 가했다.
 
법정공방으로 번진 이 논란은 2년6개월이라는 긴 재판 끝에 법원으로부터 학력이 사실임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타블로의 친형은 이 일로 직장을 잃고, 투병 중이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이밖에도 ‘채선당 임산부 폭행사건’, ‘된장 국물녀’ 등 사실관계가 불확실한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신고된 사이버명예훼손·모욕 범죄는 1만5043건으로 전년(8800건) 대비 70% 가까이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1만4908건이 신고됐다.
 
김윤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SNS에 올리는 개인 글도 미디어 효과가 있는 시대다. 일반 시민도 ‘기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라며 “하지만 시민들은 언론을 통해 자기 글이 확산될 수 있다는 의식이 부족해 결과적으로 가짜 뉴스가 생산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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