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초 함께 통합신당 결의 … 당내 중도파 대거 참여로 힘받아차기대권 경쟁주자 정동영과의 암묵적 ‘1차전’서 승리 유력‘굿모닝시티 정대철 쇼크’로 민주당 내부 분위기는 여간 뒤숭숭한게 아니다. 특히 ‘정대철 쇼크’에 신주류 핵심의원 굿모닝 연루설까지 겹쳐 신당추진파들의 기세가 한풀 꺾인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신당파도 구당파도 아닌 중도파 의원들이 ‘분열없는 신당’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통합신당’을 추진할 것을 선언하고 나섰다. 따라서 민주당 신당논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양상이다. 이러한 ‘통합신당호’의 중심에는 추미애 의원이 자리잡고 있다. 그동안 노대통령은 물론 신주류 강경파들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보여왔던 추의원은 통합신당을 통한 ‘제3세력 결집’의 중심세력으로 부상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그동안 제 갈길을 못찾았던 추의원이 드디어 정치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며 “천(정배)-신(기남)-정(동영) 의원들과 왜 다른 길을 걸었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고 전했다.

정대철 대표의 굿모닝시티 뇌물수수에 따른 검찰소환 문제로 긴장이 한층 고조된 민주당은 신당창당을 둘러싼 종전의 대립양상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게다가 <동아일보>가 신주류 핵심인사들의 뇌물수수 의혹까지 실명 거론해 신당논의 자체가 어색한 분위기다. 민주당내에서는 “신당은 무슨 신당이냐. 갈라서지 말고 서로 힘을 합쳐야 할 것 아니냐”는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대신하듯 추미애 조순형 김근태 의원 등이 중심이 돼 ‘분열없는 통합신당’이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천-신-정’으로 대변되는 신주류 강경파 의원이나 박상천 의원등 구당파 세력이 아닌 민주당내 중도파 의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따라서 이들을 중심으로 한 당내 세력재편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당소속 의원 101명중 54명이 참여의사를 밝혔다는 것만 봐도, 향후 민주당 신당논의는 신주류 강경파나 정통모임이 아닌 이들 중도파 의원들이 중심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 대변인실 한 관계자는 “신-구 어느세력도 나서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며 “정대표 문제가 터지기 전부터 정대표를 중심으로 한 통합신당 논의는 계속돼 왔는데 정대표가 이런 지경에 처하다 보니 추미애 의원등이 나설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며 ‘추미애 중심의 통합신당론’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암시했다.

실제로 정대철 대표는 이번 파문이 있기 전만해도 ‘분당없는 통합신당’의 중심역할을 해왔다. 여기에는 추미애 의원과 조순형 의원, 김근태 의원이 의견을 함께 했다. 7월초 ‘평양면옥 5인 밀담’이 그 대표적인 예. 이번 굿모닝 파문이 터지기 전인 지난 7월초 정대표는 통합신당 논의를 하기 위해 추미애 조순형 김근태 이협 의원등과 신당동 소재 평양면옥에서 ‘분열없는 통합신당’을 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정대표를 비롯, 추의원등은 ‘분당반대, 신당불가피’라는 대전제에 합의를 보고, 신·구주류 조정기구를 만드는 것까지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통합신당이 구체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정대표가 ‘굿모닝시티 불똥’을 맞게 되자, 무게 중심은 자연스럽게 차기대권주자이기도 한 추의원에게 넘어갔다.지난 16일 중도성향의원 54명 서명은 바로 평양면옥의 ‘5자회담’이 계기가 됐던 것이었다. 그러나 정대표의 악재로 인해 그 중심이 추의원에게 옮겨졌고, 여기에는 신·구 어느쪽도 아닌 중도파 의원들의 지원도 뒤따랐다. 통합신당 추진 선언으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든 민주당 신당논의는 신·구당파의 ‘아전인수’식 해석과 함께 협상의 여지가 살아나고 있다.

구당파측의 ‘정통모임’이 조정기구에 참여하기로 했고, 신주류측 ‘열린개혁포럼’도 중도파의 선언을 환영하는 등 신당논의로 분열됐던 민주당에 근래에 보기 드문 협상의 기운이 싹트고 있다.이러한 ‘통합신당 프로젝트’는 당초 정대표의 의중이었다는 게 민주당내 일반적 견해. 그러나 정대철 중심의 통합신당은 사실상 물건너 가고 있다. 대신 추의원이 정대표의 바통을 이어받고 있는 분위기다.그동안 추의원은 노대통령을 비롯한 신주류 강경파 의원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더 나아가서는 ‘정의롭지 못한 행동’이라며 신주류 강경파 의원들에 대한 비판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들 신주류 강경파 의원들이 그동안 자신과 비슷한 정치노선을 걸어왔던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추의원의 비판은 이들과의 차별속에서 빛을 내기 시작했다. 특히 초기 신당논의와 관련, 강경파로 분류되는 정동영 의원과의 ‘결별’은 더욱 눈길을 모았다. 지난 대선때만 해도 정의원과 추의원은 노대통령의 양쪽 날개로 비유됐을 만큼 정치적 성향이 비슷했다. 지난 2000년 쇄신파동 때부터 두 의원은 거의 비숫한 길을 걸어 왔다. 따라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두 의원의 결별은 다음 대선때나 될 것”이라며 이들의 ‘정치적 우정’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정의원과 추의원은 신당문제와 관련, 각자 길을 걷기 시작했다.

두 의원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현신당정국은 각자의 정치생명에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주류 강경파로 분류된 정동영 의원이 주장하는 개혁세력 중심의 신당은 당안팎의 ‘악재’속에 차츰 시들어져 가고 있고, 이 틈을 타고 추미애 의원이 이끄는 통합신당이 탄력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핵심관계자는 “이렇게 된 상황이고 보니 정의원이 추의원에게 한 수 밀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의원측이 주장한 신당은 호남유권자의 반발을 사는 등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차라리 이럴 바엔 정의원도 처음부터 나서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주류 강경파측이 호남민심을 너무 얕잡아 본 게 문제다”며 “추의원은 자기의 지역구는 물론 호남 등 전국적 지지도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셈”이라고 전했다.공공연하게 차기대권 경쟁주자였던 정의원과 추의원간 암묵적으로 치러졌던 ‘1라운드’는 추의원의 승리가 유력해지고 있다. 또 추의원이 주축이 된 ‘통합신당호’가 무사히 ‘안착’한다면 최대수혜자는 추의원이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일반적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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