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문재인 정권 출범 초부터 ‘예열’돼 온 사정(司正) 드라이브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청와대에서 지난 9월 26일 개최된 첫 반부패정책협의회(반부패협)에는 5대 사정기관장(감사원·국세청·검찰·경찰·국가정보원)이 전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반부패’가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의 중심 키워드임을 분명히 했다. 머잖아 사상 유례없는 ‘사정 태풍’이 휘몰아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직 국회의원부터 광역·기초단체장까지 전방위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이미 검·경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인물들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어느 때보다도 매서울 ‘사정 한파’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광역·기초단체장 정조준, 사정 한파 몰아친다
- 뇌물·알선수뢰·알선수재·횡령·배임, 토착 비리 뿌리 뽑는다!


문재인 정권 출범 초부터 ‘예열’돼 온 사정(司正) 드라이브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청와대에서 지난 9월 26일 개최된 첫 반부패정책협의회(반부패협)에는 5대 사정기관장(감사원·국세청·검찰·경찰·국가정보원)이 전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반부패’가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의 중심 키워드임을 분명히 했다. 머잖아 사상 유례없는 ‘사정 태풍’이 휘몰아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직 국회의원부터 광역·기초단체장까지 전방위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이미 검·경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인물들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어느 때보다도 매서울 ‘사정 한파’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26일 청와대에서 주최한 제1차 반부패정책협의회(반부패협)는 그야말로 사정과 관련한 부처와 기관의 장(長)이 총출동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감사원장과 금융위원장, 국세청장, 행정안전부 장관, 검찰총장, 관세청장, 국무조정실장, 공정거래위원장, 법무부장관, 권익위원장, 국방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경찰청장, 인사혁신처장 등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윗물 맑아야 아랫물 맑다”,
“성역은 없다” 작심 비판


문 대통령은 회의를 시작하자마자 모두발언에서 ‘반부패’가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의 중심 키워드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수년간 우리는 청렴국가로 나아가기는커녕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윗물이 깨끗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부정부패 척결을 새 정부 모든 정책의 출발로 삼겠다”고 밝혔다.

반부패협을 상시적 컨트롤타워로 삼아 제도화되고 지속적인 부정부패 척결에 나서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성역 없는 전방위적인 사정 작업을 전개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렇듯 문 대통령이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사정(司正)’을 예고하자 이미 검·경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일부 광역·기초단체장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앓이를 하며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방한 글을 올린 혐의로 지난 8월 9일 불구속 기소됐다.

신 구청장은 대선 전이었던 지난 1월 29일부터 3월 13일까지 150여 명에서 500여 명이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에 ‘놈현(노무현)·문죄인(문재인)의 엄청난 비자금’, ‘문재인을 지지하면 대한민국이 망하고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다’라는 내용이 담긴 글을 83회에 걸쳐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 구청장은 자신의 횡령·배임 의혹과 관련된 증거 인멸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여선웅 강남구의회 의원은 “지난달 21일 강남구청에 근무하는 A과장이 신 구청장과 함께 전산센터 서버실에서 전산자료를 삭제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있다”고 지난 8월 28일 폭로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지방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강남구청 직원 A 과장을 구속했다.

‘비리의 온상’된 지방 정치
빼곡한 혐의 내용


증거인멸로 수사선상에 놓인 광역·기초단체장은 신 구청장뿐만이 아니다. 뇌물수수와 업무상 횡령 등 협의를 받는 한동수 경북 청송군수 역시 자신의 수사와 관련된 증거를 없애려 한 정황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한 군수는 지난 2월 공용 휴대전화 부품을 하드디스크 파쇄기로 파손해 내용을 지우고서 새 휴대전화기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한 군수는 2014년 1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사과유통공사 사장에게 명절 떡값, 해외여행 경비, 입택 축하비 등 명목으로 325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2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군의원들이 개인적으로 산 사과 값 5300만 원 상당을 군 예산으로 대신 내도록 했다.

여기에 한 군수는 A씨의 청탁을 받고 A씨의 아들이 군 장학생으로 선발되도록 도운 혐의도 받는다. 한 군수는 군 장학생 후보자 선발 자격을 2차례나 바꿔가며 A씨 아들이 장학금 217만 원을 받도록 도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A씨 아들은 대학 때 청송군 장학생으로 선발된 뒤 공무원으로 특별 채용됐다. 청송군은 A씨 아들이 다닌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은 사람을 공무원으로 특채하는 규정이 있다.

권민호 거제시장은 자신의 정적을 제거해 달라는 권 시장의 사주를 받았다는 조직폭력배 출신의 한 남성의 폭로로 사실 관계를 따지기 위해 검경의 수사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검찰은 권민호 거제시장에게 청탁을 해 유람선 사업권을 따게 해주겠다며 전직 거제시의원에게 로비자금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이 남성을 구속했으며, 조만간 장 씨가 받은 돈이 권 시장에게 흘러들어갔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경남도 내에선 차정섭 함양군수와 임창호 함양군수, 오영호 의령군수가 이미 군수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량을 구형받은 상태다. 차 군수는 2014년 6·4 지방선거에 당선된 뒤, 선거 때 빌린 자금을 갚으라는 독촉을 받고 이 모(71) 함안상의 회장에게 5천만 원, 함안지역 산업단지 개발업자 전모(54) 씨에게 2억 1천만 원을 받아 선거 빚을 갚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차 군수는 또 6·4 지방선거 때 선거캠프 종사자였던 안모(58) 씨에게 불법 선거자금 1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임 군수는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56월까지 함양군의회 국내·외 의정연수와 관련해 6회에 걸쳐 총 1천100만 원의 여행경비를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오 군수는 산지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형이 구형됐다.

오 군수는 2010년 45월부터 최근까지 자신 소유 농장 창고 2채를 기관 신고 없이 돼지 축사로 용도 변경한 혐의 등으로 지난 7월 불구속 기소됐다. 오 군수는 또 지난해 3월 배수로를 만든다며 농장 인근 산지를 훼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문 정부의 ‘태풍급 사정’ 예고에 마음 졸이는 것은 비단 지방 정치권의 얘기만이 아니다. 각종 비리로 수사 선상에 놓인 현역 국회의원들 역시 마음을 졸이기는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에선 2012~2013년 강원랜드 부정 채용 의혹과 관련해 권성동·염동열 의원이 검찰 수사망 안에 들어 있다. 신규채용자의 95%를 청탁으로 뽑았다는 강원랜드 특채 의혹에서 권성동 한국당 의원이 10여 명을 추천했다는 의혹에 이어, 염동열 한국당 의원도 80여 명을 청탁해 이중 20~30명을 채용시켰다는 의혹이 새로 제기됐다. 친박좌장 최경환 의원도 자신의 직원을 중소기업진흥공단에 특혜 채용시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한국당 소속 원유철 의원은 자신의 전 보좌관 권모씨가 원 의원 지역구의 한 사업가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정황이 검찰에 포착돼 수사 중이다. 지난 9월 6일에는 한국당 엄용수 의원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남 창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엄 의원은 자신의 보좌관 유모씨가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기업인이면서 당시 선거사무소 책임자였던 안모씨로부터 불법 선거자금 2억 원을 받는 데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완종 게이트로 1심 유죄, 2심 무죄 판결을 받은 홍준표 대표는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서울 북부지검은 우원식 원내대표의 보좌관 부친이 2012년 총선 당시 통합진보당 예비후보에게 출마 포기를 대가로 수천만 원을 건넨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같은 당 윤후덕 의원의 경우 자신의 보좌관이 2015년 말 지인에게 지역구 개발 사업 정보를 알려준 뒤 금품을 수수한 의혹이 경찰에 포착돼 수사를 받고 있다.

만약 사정 정국에서 여권 내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일부 의원들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여당은 문 정부의 사정 드라이브에 맞서 ‘신(新)적폐’와 ‘보복 수사’ 프레임을 걸고 있는 한국당의 불쏘시개가 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지난 9월 13일 홍준표 대표는 “검찰을 지금 코드 인사를 해서 우리 당 의원들 사정하려고 준비를 다해놨다”면서 “탄핵을 통해서 정권 잡은 사람들이 국민들에게 겸허하고, 겸손하게 나라 운영할 생각은 하지 않고, 분풀이하려고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보니까 마치 정권을 조폭같이 운영한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맹비난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어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여당 의원들과 마치 국무총리가 합세라도 하듯이 우리 당 대표와 역대 대통령의 과거사에 대해 들추면서 맞장구치는 모습을 보았다”면서 “마치 앞으로 사정정국이라도 전개할 듯이, 아니면 외교안보 분야 질의에서 그런 질의를 함으로써 야당 의원들에게 겁주기라도 하려는 듯이 어제 행태를 보였다”고 가세했다.

풀리지 않는 의혹 ‘엘시티 게이트’
특검 본격화 되나?


이처럼 중앙 정치권뿐만 아니라 지방 정치권에서도 각종 비리가 끝없이 터져 나오자 일각에서는 원내 4당이 특별검사 도입에 잠정 합의한 이후 6개월 가까이 진행이 중단됐던 ‘엘시티 특검’도 사정 정국을 맞아 도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9월 22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부산에 대한 정기 국정감사를 앞두고 엘시티 비리 의혹에 대한 서병수 시장의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서병수 부산시장도 측근 2명이 구속된 것은 송구하지만 자신은 엘시티 사건과 무관하다며 차라리 특검을 하자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특검이 본격화된다면 박근혜 정권 실세의 연루 의혹과 부산에 적을 둔 정치인들의 비리가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수사 초기부터 이름이 거론돼 온 부산 지역 A 의원과 현직 부산시 고위 관계자들도 다시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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