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에서 ‘자신을 험담했다’는 이유로 한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한 30대 피의자와 범행을 방조한 그의 여자친구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25일 이 사건에 대한 현장 검증이 진행됐다. 피의자 A(32)씨는 현장 검증에서 지난 19일 오전 1시경 피해자 B(22·여)씨를 차에 태워 청주시 옥산면의 한 둑길에서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살해한 모습을 재연했다.
 
A씨는 사건 당일 옥산면의 인적이 드문 둑길에서 B씨와 말다툼을 하다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B씨를 폭행하는 과정에서 옷을 벗으라고 한 뒤 살해, 유기했다. 피해자 B씨는 전 남편과 친구였던 A씨와 자주 연락하며 지냈던 사이였고, C씨는 B씨와 15년 넘게 같은 지역에 살면서 친하게 지낸 언니·동생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자신의 세 살배기 아이를 평소 A씨에게 자주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B씨가 지인들에게 “A씨가 내 아이를 돌보며 학대한다”고 험담했고, 이에 격분한 A씨는 B씨를 만나 말다툼을 벌이다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와 C시는 ‘우발적인 범행’을 주장한다. 하지만 경찰은 ‘계획적 범죄’였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우발적 범행에는 몇 가지 의문점이 있다.
 
사건 당시 피해자가 스스로 옷을 벗었다는 점, 범행과 도주 과정 등이 치밀하다는 점, 범행 장소가 인적이 드문 외진 장소라는 점 등이 그것이다.
 
A씨의 진술에 따르면 그는 주먹과 농사용 철제 말뚝 등으로 B씨를 무차별 폭행했다. A씨는 성범죄로 위장하기 위해 B씨에게 ‘옷을 벗으라’고 윽박질렀다. B씨는 의식을 잃어가던 중 스스로 옷을 벗었다고 A씨는 주장하고 있다.
 
의식을 잃어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옷을 벗을 수 있을까라는 점이 의문이다. 경찰 역시 이 부분에 의문점을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옷을 벗는다는 건 쉽게 납득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의문은 A씨의 범행 과정이 우발적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치밀하다는 점이다. A씨는 범행 직후 CCTV에 찍혔을지도 모를 자신의 승용차를 버리고 영업용 화물차(콜밴)를 불러 대전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또 다른 차를 빌려 여자친구 C씨(21)와 강원도 속초의 한 펜션으로 이동하는 등 경찰의 추적을 피하려했다.
 
또 성범죄 위장뿐 아니라 주변의 흙으로 혈흔을 지우고 달아난 데다, 주민 외에는 잘 알지 못하는 외진 곳을 찾아간 점도 계획적 범행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범행 현장에는 피의자 A씨의 여자친구 C씨도 함께 있었는데, 그는 15년 지기 언니 B씨가 폭행당해 숨지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C씨는 경찰에서 “남자친구가 무서워 말리지 못했다”고 진술했지만 C씨와 A씨가 사전에 모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도심에서 10㎞나 떨어진 하천으로 피해자를 데려가 범행을 저지른 점, 성폭행 사건으로 위장하려 한 정황상 계획성이 없었다고 보기 힘들다”며 “고의적인 범행인지를 가리기 위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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