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이 올해 마지막 대회인 2018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선수권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B조 1위를 기록해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홍성진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대표팀은 지난달 24일 태국 나콘빠톰 경기장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홈팀 태국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3-0으로 제압에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은 4경기 연속 세트스코어 3-0 승리를 거두며 조 1위를 차지했다. 한국과 태국은 B조 1, 2위를 차지하며 나란히 2018년 일본에서 열리는 본선 무대에 오른다.

앞서 여자배구대표팀은 북한, 이란, 베트남을 차례로 꺾으며 세계선수권대회 본선 티켓을 확보한 상태였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인 태국전을 두고 긴강감이 감돌았다. 한국은 지난해 리우 올림픽 예선부터 최근까지 3경기 연속 패배를 당했다.

더욱이 이날 경기는 태국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관중들로 가득 찬 경기장이라는 점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조 편성 때부터 이를 갈았던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경기초반 리시브 안정을 위해 박정아 대신 이재영을 먼저 투입해 태국과 접전을 벌이다가 세트 중반 김연경과 이재영의 과감한 공격을 앞세워 경기를 리드해 나갔다.

이에 태국은 낮고 빠른 서브로 한국 리시브를 흔들려 했지만 한국은 당황하지 않고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득점을 쌓았다.

2세트까지 태국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한국은 3세트에서 태국 기세에 밀려 조금 어렵게 출발했다. 하지만 이재영의 강서브와 위축됐던 김연경까지 살아냈고 김희진의 연속 서브득점까지 이어지면서 여유 있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홍 감독은 태국전이 끝난 뒤 “아시아선수권에서 태국에 패한 뒤 리시브와 서브 훈련을 강화했다. 덕분에 이번에 홈팀 태국을 이길 수 있었다. 사실 세터와 공격수들 간의 소통이 부족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열심히 훈련을 했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그는 “앞으로 세계선수권 본선을 위해 더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한다. 김연경도 신체적, 정신적으로 컨디션을 유지할 것이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의 핵심 멤버가 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국여자배구는 올해 해피엔딩을 작성했지만 이들이 처한 현실은 여전히 녹록치가 않다. 한국은 올해 총 4개 국제 대회를 출전했는데 매번 두텁지 않은 선수층이 발목을 잡았다.

김연경은 “앞으로 대표팀이 성장하려면 14명 엔트리는 물론 후보 선수들도 함께 훈련하는 시스템이 완성돼야 한다”며 “4주간 진행되는 그랑프리에서 똑같은 선수가 모두 출전하는 국가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여자대표팀은 상비군과 프로팀 2군 시스템이 없어 김연경을 비롯해 주전 선수들 모두 그랑프리와 아시아선수권을 치르며 녹초가 됐다. 이에 주전 선수들 ‘혹사’ 문제가 제기될 정도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잠재력 있는 젊은 선수들에게는 국제 대회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도 사라져 좀처럼 선수층을 넓히기도 쉽지 않다.

여기에 여러 차례 문제점으로 지적된 협회의 부실지원도 선수들을 힘들게 했다. 부족한 예산을 핑계로 대회 참가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배구대표팀 선수들은 서로를 향한 신뢰를 바탕으로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홍 감독은 “신구조화가 잘 이뤄졌다. 언니들이 잘 다독여주고 어린 선수들이 굉장히 잘해줬다”면서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더욱이 그는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이 구상한 대로 어느 정도 준비는 끝나가는 상태다. 밑그림이 거의 다 그려졌다”고 만족감을 드러내 올림픽 메달 가능성에도 기대감을 높였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