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민주당·한국당 PK, 민주당·국민의당 호남 ‘격돌’
- 바른정당·정의당 정체성을 어찌 내세울지 물음표


내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는 생활인들의 입장에선 아직 먼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여의도 정가에선 벌써부터 이를 대비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특히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들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6개 광역단체장을 지켜내지 못하면 대표직을 사퇴하겠다"며 일종의 배수진을 예고한 바 있다. 현재 자유한국당 소속의 광역단체장은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인천 등 6곳이다. 즉 홍 대표는 적어도 ‘본전 치기’는 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복잡한 셈법


또 홍준표 대표는 지난 11일엔 보수대통합론에 다시 불을 지펴 바른정당을 압박한 한편, 지난 대선 여야 공약이었던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 국민투표론에 반대하면서 “개헌은 지방선거 이후로 논의를 미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준표 대표의 행보에는 여러 가지 계산이 보인다. 먼저 ‘6군데’라는 지방선거의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한 것이 주목된다. 2014년에 실시된 제6회 지방선거의 경우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선 당시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이 9곳으로 새누리당의 8곳을 약간 앞섰다. 하지만 기초자치단체장과 광역·기초 의원 선거에선 새누리당이 앞서 실질적으로는 새누리당 계열 정당의 승리로 여겨졌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이 현재 국민의당으로 다시 갈라선 안철수 의원 세력이 민주당과 연합하여 지도권을 행사하던 통합 정당이었기에 기대에 못 미치는 선거 결과라는 해석이 많았다.

한국당 홍 대표가 말한 ‘6군데’라는 목표는 2014년 새누리당 당선자 8명 중 바른정당으로 건너간 두 명을 뺀 수치다. 산술적으론 ‘본전’이지만 한국당 지지율이 민주당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현재의 국면에선 상당히 높은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정가의 관계자들은 홍 대표가 적어도 지방선거까지는 본인의 지도력과 공천권을 강하게 해석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한다. 기득권을 던졌다기보다는 고육지책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홍 대표가 지방선거에 그렇게까지 강한 자신감을 가진 것은 아니라고 해석되는 또 하나의 정황증거가 개헌 연기론이다. 지난 대선에서 개헌의 방향이 구체적으로 합의된 바는 없지만 지방분권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흐름은 뚜렷하게 보였다.

이에 만일 국회 내 개헌특위의 합의에 따라 개헌안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18년 제7회 지방선거는 예전보다 훨씬 큰 ‘판돈’이 걸린 도박이 된다. 홍 대표가 개헌 논의 연기를 주장하는 것을 보면 권력 누수를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 제시와 별도로 이 승부에서 타격을 덜 입겠다는 계산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애초 집권 2년 차 선거에선 여당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 통설이기도 하다.

또한 자유한국당이 여전히 민주당과 양당제를 유지하던 시절의 기억을 버리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다. 바른정당에 대한 압박을 봐도 그러한데, 한국당이 바른정당을 흡수하고 세를 규합한다면 여전히 민주당에 버금가는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양당제에 더 유리한 현재의 정치제도를 바꾸고 싶은 생각이 덜 들 수밖에 없다. 개헌 연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PK와 전남, 그리고 울산
관전 포인트?


자유한국당의 계산을 보면 비록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서 무엇을 살펴봐야 할지 다소 가늠된다. 아마도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소위 ‘부울경’이라 불리는 PK지역을 두고 혈투를 벌일 것이다.

이른바 민주당의 ‘PK 상륙작전’이다. 현재 민주당의 주류인 친문 세력의 지역적 기반은 PK로 생각된다. 정권 초에는 PK지역에서 상당한 지지로 이에 화답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이참에 한국당의 영남 지역 패권을 쪼개어 적어도 경남지역은 수복해야 한다는 노림수를 지닐 만하다. 친문의 후계자로 점찍은 이들을 부산시장이나 경남지사 선거로 보내 키울 것이란 설도 여의도에 돈다.

다만 정권 초에 비해 이 지역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율이 타 지역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 걸린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합당 이후 이십 년 넘게 한국당 계열의 정당을 지지해 온 이들의 안보관이나 경제관이 민주당으로 훌쩍 넘어오기엔 사뭇 멀리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국민의당의 경우 현재의 존재감이 눈에 띄지 않더라도 호남 지역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여지가 있다. 사실 최근 여론조사만 본다면 호남 지역의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높아서 국민의당에 희망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2016년 총선에서 호남 지역의 국민의당 지지도 확고한 신뢰의 결과는 아니었다. 호남은 지난 2012년 대선 준비 국면부터 ‘선택지가 없는 선거’에 염증을 드러내 왔다. 한국당 계열 정당을 지지할 수 없는 호남 입장에서 양당제는 사실상 일당독재나 다름없었다.

최소한의 정치적 선택지를 보장받고 싶었던 그들의 정치적 욕망이 만들어낸 게 현재의 국민의당이라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만족도와 별개로 국민의당의 존속을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할 여지가 적지 않다.  최근 박지원 의원이 전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것은 바로 이 사실을 정확히 이해한 승부수로 생각된다. 

이렇게 정리할 때에 별다른 전략적 요충지를 세울 수 없는 곳이 바른정당과 정의당이다. 바른정당은 광역단체장이 2곳으로 산술적으로는 한국당의 1/3의 당세는 유지한 것으로 보이나 안 그래도 이재명 성남시장의 바람에 주춤하던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아들 문제로 더한 어려움에 처하면서 선거 전망을 세우기 어렵다.

지방선거 이전에 바른정당의 주축들이 독자정당 노선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가 나오는 시점이다. 정의당의 경우 민주당의 ‘PK 상륙 작전’에 맞춰 울산시장을 양보받는 것이 최선책이지만 지지율이 높은 민주당이 그런 협상에 응해줄지, 과거의 ‘야권연대’와는 다른 여당과의 선거연합을 어떤 대의로 정당화할지의 문제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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