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전남지사’ 뛰는 박지원 ‘빅픽처론’ 선거판 흔들기
- 국민의당 선거 계절에 혹한기 맞을 수도


국민의당에 대한 국민적 평가는 낙제점에 가깝다. 추석 직후 실시한 리얼미터 정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당 지지율은 5.3%로 한 자릿수에 정체돼 있다. 호남지역에서 국민의당 지지율 역시 17.7%로 민주당 지지율(65.3%)에 한참을 못 미친다.(리얼미터 정기조사, 10월 8,9일 실시.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47명 대상 ARS전화조사 95% 신뢰수준에서 ±3.0%p)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비례정당 득표율 26.7%로 민주당을 제치고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1년6개월여가 지난 지금의 당 지지율은 1/5 토막이 난 상황이다. 국민의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지 못하면 당이 공중분해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특히 호남의 성적표는 절대적이다.

박지원 ‘공격적 마케팅’
통할지 ‘미지수’


때문에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박지원 전 대표는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본인의 ‘전남지사 출마론’을 띄우며 ‘공격적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또한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부산시장 안철수 대표, 경기도지사 천정배 의원, 전북지사 정동영 의원 등 전국적 인지도를 갖춘 인물들이 선거판을 흔들어야 국민의당에 살 길이 열린다며 ‘빅 픽처’를 설파하고 있다.

일단 박 전 대표가 언급한 당사자들은 출마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반향은 있다. 전남도지사에 관심있는 주승용, 황주홍 의원 등 예비후보들의 경쟁심을 자극해 당내 선거 분위기를 ‘조기 점화’하고 있다.

광주시장으로 거론되는 박주선 국회부의장, 김동철 원내대표, 장병완 의원은 박 전대표의 ‘빅 픽처'에 기대어 움츠러든 기지개를 펼 것으로 보인다.

국감 직전에 나온 박 전 대표의 ‘전남지사 출마론’은 지방선거 이슈 제기를 통해 국감에서 소외될 수 있는 소수 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차기 대선주자급 후보 2~3명 영입” 발언과도 궤를 같이한다. 
 
과반이 넘는 대통령 지지도와 과반에 달하는 민주당 지지율이 유지되는 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두 당 모두 ‘선제 공격’을 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지난 5.9 대선 당시 호남의 지지를 얻어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집권 이후에도 호남 출신 초대 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배출하며 호남의 마음 사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 목표 역시 호남에서 민주당 출신 시장과 도지사를 한 석도 뺏기지 않는 것이 기본이 될 것이다. 현재 민주당 내 호남지역 광역단체장 후보군도 가시화되고 있다. 총리 임명으로 공석이 된 전남도지사를 제외하면 윤장현 광주시장과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재선 고지를 향해 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광주시장은 도전자들이 많아 별들의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현재까지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강기정 전 의원, 이형석 최고위원, 양향자 최고위원, 민형배 광산구청장, 최영호 남구청장 등이 예비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전남도지사는 이개호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지만 새롭게 도전하는 정치 신인들도 있을 것이라 좀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보수대통합론’에 발목이 잡혀 당분간은 지방선거에 집중하기 힘들어 보인다. 11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바른정당을 향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보수대통합’을 기치로 한 ‘당대당 통합’을 제시한 상태라 바른정당 내 인사들의 움직임을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이 두 당의 통합에 대한 국민 여론은 ‘반대' 의견이 62.9%로 매우 높게 나타나 실제 통합까지 가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지방선거를 가장 먼저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곳은 더불어민주당이다. 중앙당과 각 시도당별로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를 구성해 현직 인사들에 대한 공천 작업의 첫 단추를 끼웠다.

‘예선이 곧 본선’
민주당 후유증 클 전망


하지만 민주당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선이 곧 본선'이라는 낙관적 기대가 예비 후보들 사이에 팽배해  경쟁이 과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내에서 서로 아는 후보들이 경합을 벌여야 하니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국민의당 역시 박 전 대표가 제안한 호남 단체장 후보군들이 모두 현역 의원들이다보니 의원들 스스로가 정치적 진로 선택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보수대통합론과 진보대통합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면 이념적 지형 싸움에서 가장 큰 손실을 입는 것은 호남 지역에 기반을 둔 국민의당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 점 때문에 박 전 대표가 '큰인물 출마론'이란 배수의 진을 먼저 치고 나온 것일 수 있다.

아울러 뿌리가 같은 민주당과의 통합론에 대해서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며 속내를 드러낸 것 역시 국민의당이 처한 어려움을 보여준다.

더구나 박 전 대표의 ‘큰 인물 출마론'은 안철수 대표가 이미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언급한  ‘새인물 영입론'과 상반된 내용이라 또 다른 당내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이래저래 국민의당은 선거의 혹한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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