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재협상 없다’는 입장 번복, 김 본부장 카드 꺼내들며 ‘국익’ 강조
-2007 한미FTA를 이끈 주인공이지만 엇갈린 평가에 협상팀 우려도 제기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뉴시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문재인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곳곳에서 여·야 정치권의 첨예한 대립이 예고되는 가운데 재협상에 돌입한 한국미국자유무역협정(한미FTA)을 놓고 김현종 산업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미국 발 통상 압력이 거세지면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첫 시험대가 되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
 
한미 양국은 지난 4일 워싱턴 D.C.에서 한미 FTA 2차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열고 한미 FTA 개정 절차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당초 정부는 ‘재협상은 없다’며 배수진을 치고 협상에 임했지만 폐기 카드를 꺼내든 트럼트 미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에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결국 일단 개정 협상을 시작하되 우리 측 이익을 최대한 지키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한발 물러난 셈이다.

이에 따라 김 본부장이 어떤 전략 카드를 내세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원장 등과 비공개 회동을 통해 FTA재협상 내용을 설명하면서 “미국 측에 ‘한국이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갖고 오면 우리도 어찌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김 본부장은 “미 협상단에 맞서 한국협상단도 한미FTA 협상이 파기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벼랑 끝 전술’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는 기본 입장을 내놨다.

곤란해진 정부·여당…
거세진 야당 공세

하지만 한미FTA 개정 문제가 현실화되면서 정부와 여당은 안팎으로 곤경에 처했다. 특히 야당 측은 공세 수위를 높이며 “6년 전에는 불평등 조약이라더니 지금은 어떤 생각인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교체”등을 주장하며 대통령의 사과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단지 미국 측 요구에 개정 절차 추진에 합의한 것에 불과하다며 “FTA 개정, 통상 압박이 연이어 제기되는 만큼 정치 공세로 시간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가 핵심이 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한미 FTA 개정 문제는 당분간 진통이 예상된다.

우선 정부의 대응에 따라 야당의 강한 반발이 예상돼 협상안을 제대로 마련하기 전부터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통상은 치밀한 전략을 짠 뒤 협상해야 하는 문제라 상세하게 공개하긴 어렵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에 야당의 질의서에 상당수 답변서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으며 야당의 공분을 산 상황이다. 또 국정감사에서 김 본부장이 신통치 않은 답변을 내놓을 경우 야당의 거센 항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야당의 파고를 넘어설지 관심사로 떠올랐다.

폐기도 불사…
국익과 이익균형 최우선

이런 상황에서 김 본부장은 강한 어조를 통해 미국 측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 8월 취임식에서 “수동적이고 수세적인 골키퍼 정신은 당장 버려야 한다. 상대방이 제기하는 사안에 대해서만 수세적, 방어적 자세로 통상 업무를 해 나간다면 구한말 때처럼 미래가 없다”며 통상 관료들의 정신무장을 주문했다.

특히 김 본부장의 이 같은 발언은 조직 내부 단독뿐만 아니라 협상 상대방을 의식한 계산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더욱이 그는 취임 전인 지난해 11월 언론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측에 한미FTA를 재협상할 의사가 없으니 폐기하라고 강경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과의 타협 여지를 검토하면서 반대급부로 받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김 본부장은 지난해 한미 FTA 개정과 관련해 “반대급부로 고농축 우라늄 재처리, 3000t급 핵잠수함 건조, 미 연방준비제도와의 통화스와프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챙길 것은 챙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얼마 전까지 훈수를 두던 입장에서 이젠 미국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당사자가 된 만큼 그간 드러냈던 입장을 고수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간의 입장을 가지고 미국 측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의 ‘초강경’ 압박에 마땅한 협상카드가 없다는 것도 약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지난달 27일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FTA 폐기 위협을 효과적으로 봉쇄할 방안을 모색하면서 개정 협상에도 면밀히 대비하겠다”면서도 “어느 한쪽이 상대방에게 폐기를 통보하면 180일 후 자동 폐기된다. 다만 그 시점에서 누가 승자가 되고 패자가 될지는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이다. (미국 쪽에서)FTA 폐기 이야기가 나왔을 때 협상가 입장에서는 벼랑 끝까지 한번 가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폐기란 말은 거북하다. 폐기가 안 되는 쪽으로 가기 위해 협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차분하게 굳건하게 대응하겠다. 미국의 FTA 폐기 압박과 개정요구에도 국익 극대화 및 이익균형 원칙을 지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양측의 협상은 안갯속이고 2007년 한미 FTA 체결 당시에도 양측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처럼 포장됐으나 실제는 미국에게 상당 부분을 내준 결과라는 평가가 일부에서 나오면서 김 본부장이 다시 이끄는 협상팀에 대해 물음표도 여전한 것은 그가 풀어야 할 숙제다.

10년 만에 복귀…
한미FTA 체결 주인공

한편 김 본부장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FTA 가정교사’로 불릴 정도로 참여정부 시절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아 우리나라 통상을 책임진 경험 있는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우리나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로드맵을 만든 장본인으로서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부활한 통상교섭본부장에 임명돼 10년 만에 공직에 복귀했다.

일각에서는 그를 두고 국제통상 현안 관련 지식이 해박하고 협상 과정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만큼 이력도 화려하다.

김병연 전 노르웨이 대사의 아들로 교육 과정 대부분을 미국에서 마쳤다. 1985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통상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본부장은 월가의 로펌 변호사, 홍익대 무역학과 교수, 동양인 최초 및 최연소 세계무역기수(WTO) 수석법률 자문관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이후 1995년 외무부 통상고문 변호사로 뽑힌 뒤 1988년 통상교섭본부 통상전문관을 역임했고 세계무역기구로 옮겨 법률국 수석 고문 변호사 등을 지냈다.

특히 그는 대통령 인수위 시절 통상 현안을 보고하다가 노무현 대통령의 눈에 들어 2003년 5월 통상교섭본부 2인자인 통상교섭조정관(1급)으로 발탁됐다. 당시 그는 “대한민국을 동북아 중심국가로 만드는 전략으로서 FTA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004년 불과 45세 나이로 통상교섭본장에 오른 그는 2006년 2월 3일 미 의회에서 한미FTA 협상 출범을 선언한 뒤 2007년 7월 최종 합의문 서명까지 협상을 이끌었다.

이후 그는 유엔 대사(2007~2008), 삼성전자 해외법무담당사장(2009~2011)을 거쳐 2015년부터 한국외국어대 LT(랭귀지&트레이드) 학부 교수로 일했다.

지난해 2월 4·13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돼 인천 계양갑에서 출마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탈락해 고배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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