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잡으려다 소음 유발하고 ‘나홀로 돌진’하는 대구시?

<뉴시스>
‘군·민간 공항 통합 이전’ 놓고 갈등 최고조
地選 앞두고 ‘권영진·유승민 vs 이재만’ 공방격화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대구 도심의 민간 공항(국제공항)과 군 공항(K2 공군기지)을 동시 이전하는 ‘통합신공항’ 문제를 놓고 대구경북 내 민심이 충돌하고 있다. 통합 이전을 추진하는 대구시 등과 군 공항만 이전해야 한다는 시민단체 간 공방이 치열하다. 이전 부지를 둘러싸고도 지역 민심이 쪼개지는 양상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력 정치인 간에도 이 사안에 관해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통합신공항은 대구시 동구에 위치한 국제공항과 이에 인접한 군 공항을 함께 경북 지역으로 통합 이전한다는 대구 지역 내 최대 현안사업이다. 사업비 7조 2465억을 투입해 기존 대구국제공항의 2.3배 규모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대구공항에서는 활주로 2개를 군과 민간이 함께 사용하고 있다. 그간 수시로 이착륙을 반복하는 전투기와 항공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소음 문제로 오랜 기간 고통을 호소해 왔다. 또 고도 제한에 따른 재산권 행사 문제와도 얽혀 있어 공항 이전 사업은 대구 지역 내 뜨거운 감자였다. 이에 정치권도 선거철만 되면 이 문제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통합신공항은 지난해 영남권(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무산되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와 권영진 대구시장의 수용으로 지난해 7월부터 본격 추진됐다. 박근혜 정부는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를 두고 각축전을 벌였던 영남권 신공항을 백지화하고, 그 대안으로 김해 신국제공항 확장과 대구 통합신공항을 각각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영남권에만 대규모 공항을 동시 추진한다는 계획이어서 당시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중복 사업’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런 가운데 추진 방침이 확정되자 대구 지역에서는 통합 이전을 주장하는 측과 군 공항만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서로 충돌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지난해 말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대선 정국이 한창이던 지난 2월 국방부는 예비이전 후보지로 경북 군위군 우보면 단독지역과 경북 의성군 비안면·군위군 소보면 공동지역 등 2곳을 발표했다. 이후 지역 주민들 간에도 갈등이 번지는 양상이다.
 
아울러 내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합 이전을 해야한다는 입장인 권영진 대구시장·유승민 바른정당(대구 동구을)의원과 대구시의 일방적 추진을 비판하는 이재만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간의 설전도 치열하게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재만, “대구시 일방 추진 안 돼”
vs 권영진, “재선 실패해도 끝까지”

 
통합 이전을 놓고 지난달 말 대구 지역에서는 하루 간격으로 찬반 토론회와 발대식이 열리는 등 찬반 대립이 극명하게 노출됐다.
 
통합신공항을 주장하는 대구시민추진단은 지난달 27일 발대식을 갖고 여론몰이에 나섰다. 발대식에 참석한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경북의 힘으로 통합이전을 얻어낸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법에 따라 절차를 추진하면 된다”며 “합의이전을 반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내년 선거에서 재선을 하지 못하더라도 통합신공항을 끝까지 추진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의원은 “군 공항만 이전하면 받을 곳도 없다”며 분리 이전 주장은 비현실적이라고 일축했다. 시민추진단은 “정부가 지역사회 합의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여론이 분산되면 공항 이전 추진력이 약해질 수 있다”면서 “600만 대구경북민이 뭉쳐야 한다”며 단합을 강조했다.
 
반면, 대구YMCA와 대구참여연대 등 32개 시민단체들은 하루 앞선 26일 ‘대구공항 활성화를 위한 시민토론회’를 열고 기존 대구 공항을 존치하고 군 공항만 이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합 이전을 반대하는 측은 대구시의 일방적인 시정 운영을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진훈 수성구청장은 대구시가 지난해 김해공항 확장안이 발표되자 아무런 여론수렴도 없이 갈팡질팡 하다가 통합 이전을 받아들였다고 비판했다. 이 청장은 시민들에게 중차대한 영향을 주거나 지자체의 재정적 부담이 우려될 경우 주민투표를 해야 하지만 대구시는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재만 한국당 최고위원도 통화에서 권 시장을 겨냥해 “두 가지 방식에 대한 장단점이 무엇이며 대구의 진정한 이익을 위해 꼼꼼하게 시민들이 따져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대구시가 정확한 정보 제공하고 공론화하는 작업이 중요한데, 지금처럼 대구시가 일방적으로 이전 추진하는 형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대구 동구청장 시절 군 공항 이전 문제를 처음 추진한 이 최고위원은 “개인적으로는 군 공항만 이전하고 민간 공항은 규모를 확대해 대구공항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다만, 공항은 매우 중요한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모든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 이후 여론 수렴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통합신공항 예비이전 후보지 중 한 곳인 군위 소보·의성 비안의 공동유치추진위원회는 “통합신공항 유치와 관련해 의성군민들은 공정한 경쟁을 원한다”면서 대구시가 다른 경쟁 지역인 군위 우보를 지나치게 편들고 있다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이들은 “대구시장의 군위 우보 편들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대구시장이 보여준 일련의 군위 우보 편들기 작태는 ‘과연 저 분이 진심으로 통합신공항 이전을 원하는지,대구·경북 상생발전을 원하는지’ 참으로 궁금하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군 공항만 이전’ 여론 과반수
대구시, “일방 추진 아냐…충분히 수렴”

 
대구 지역 민심은 통합 이전보다는 군 공항만 이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영남일보의 의뢰를 받아 지난 8~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군 공항만 이전’ 응답이 전체 53.1%로 나타났다. ‘민간공항‧군 공항 모두 이전’ 응답은 21.2%에 그쳤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 같은 단순 질문 조사는 실현 가능성과 전혀 상관없는 설문조사”라고 평가절하하면서, 실효성 있는 ‘정책적’ 설문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어 대구시는 여론 수렴을 충분히 하고 있기 때문에 일방적 추진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각 지역별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 홍보하고 있으며, 시군별로 시장이 직접 주민들을 만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군위 우보 지역 편만 든다’는 지적에는 “대구시 입장만 얘기한다면 대구에서 가까운 곳이라서”라고 이 관계자는 답했다. 이르면 이달 말이나 11월 최종 부지 한 곳이 선정될 예정인 가운데 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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