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용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북한의 개성공단 가동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도 개성공단 가동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국감에서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북한의 개성공단 가동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도, 북한이 개성공단 인근에 최근 완공한 수력발전소를 이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개성공단 재가동 의혹은 지난 3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당시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은 중국의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개성공단 내 의류공장들을 가동해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피해 기업들 “지리멸렬한 상태에서 살고 있다”
“정치인들과 접촉은 늘 하지만 원론적인 얘기뿐” 

 
개성공단 가동 사실에 공단 폐쇄로 피해를 입은 기업인들은 망연자실했다. 피해보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북한의 공단 재가동은 이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기 때문이다. 결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는 통일부에 방북 승인을 요청했다. 공단 내 시설들에 대한 실소유주인 입주기업인들이 직접 가동 진위를 확인하고 시설물 유지 관리·보존대책 마련을 하기 위해서다. 일요서울은 13일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개성공단이 재가동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를 접한 소감은?
▲ 그야말로 참담하다. 일부 언론에서는 ‘재가동’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재가동이 아니다. 그건 불법·임의 무단 가동이다. 재가동은 중단된 상태에서 남북이 화해하고 협력 해서 남측 기업도 올라가고 그쪽(북측) 근로자도 나와서 기계를 돌리고 생산을 하는 게 진정한 재가동이다. 불법무단으로 (공단을) 돌리는 걸 재가동이라고 표현하는 건 적절치 않다.
 
- 지난 12일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통일부에 방북 신청을 했다. 이유는?
▲ 우리가 지난해 박근혜정부에 방북 신청을 세 번 했다. 방북 신청을 해도 수용될 거라는 생각은 안 했지만 염원하는 마음에서 방북 신청을 했다. 그런데 전부 다 허용되지 않았다. 새 정부 들어 새로운 희망을 갖고 방북신청을 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통일부와 협의했었다. (하지만) 통일부는 적절한 때가 아닌 것 같다는 논리로 자꾸 미뤘다. 우리도 (방북 신청이 성사)되게 하는 게 의미가 있지 신청만 하는 건 의미가 없지 않나. 타이밍을 보던 차에 여러 가지 악재가 터졌다. 그러던 중 무단 가동으로 인해 먼저 기업들이 요청을 해오면 통일부에서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뭐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기 때문에 비대위 열고 ‘방북 신청하자, 실현 여부에 관계없이’ ‘우리의 의지를 강력히 표현하자’ 하는 의지에서 방북을 신청하게 됐다.
 
- 지난해 개성공단 폐쇄 이후 기업인들의 피해금액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해당 기업인들은 어떻게 살고 있나?
▲ 1년 8개월 동안 정말 지리멸렬한 상태에서 살고 있다. 폐쇄되고 나서 동남아, 지방으로 이전한 기업이 20여개 정도 되고 문 열어 놓고 개점 휴업 상태인 기업이 10개 정도다. 나머지 국내 해외 등에 생산기반이 있던 기업들은 매출이 30% 정도 떨어진 상황이다. 개점 휴업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5개월 전에 한 바퀴 돌았는데 폐업을 하고 싶어도 폐업을 못한다. 폐업을 하면 그동안 대출받았던 것 전부 다 상환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그리고 동남아를 갈까 고려하고 있던 기업들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정부는 개성공단 재개방, 확대 등을 공약했기 때문에 그래도 희망이 있겠구나 그래서 좀 기다려 보겠다 하는 기업이 일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5개월 전보다 상당히 더 악화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 피해보상 대책과 관련해 문재인정부와 대화를 한 적이 있나?
▲했다. 우리들로서는 시설물을 봐야 실마리를 풀 수 있다. 그래서 방북신청을 위해 서너 차례 접촉 했다. 통일부 입장에서는 그동안 6·15공동행사, 민간 차원의 방북신청 등을 하지 않았나. 하지만 북에서 전부 불허 했다. 우리까지 북에서 수용하지 않으면 상당히 정치적인 부담이 될 거라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부담스러우니까 자리를 요청했다. (당시)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올라가야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사실) 방북과 관련해서는 정부는 그동안 자제를 요청했었다.
 
- 지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우리는 절대로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야말로 법에 근거도 없는 ‘최순실 작품이다’라는 얘기까지 있지 않았나. NSC에 논의도 되지 않고 있다가 그냥 하루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바뀌어 폐쇄 했다. ‘통치권 차원의 행위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통치권이라는 게 법적 근거를 갖고 있지만 민주 국가에서 개인의 사업권도 중요하다고 본다. 폐쇄는 전혀 올바른 생각이 아니다.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 폐쇄 전까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항상 사업중단에 따른 불안감을 안고 사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행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원래 시범단지에 기업이 20개 미만으로 갔다. 지난 정부에서 남북경협의 시금석을 놓겠다고 해서 개성공단, 금강산, 도로·철도 연결사업 등 정권 차원에서 경협사업을 했다. 당시에도 여러 가지 우려 때문에 자발적으로 가겠다는 회사는 얼마 없었다. 기업들이 가서 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 보였고 여건 자체가 나쁘지 않았다. 위험성은 있었어도. 그래서 희망이 있다는 내용이 전달이 됐고 1차 2차 해서 124개 기업이 들어갔다.
리스크에 대해 정부가 보호막이나 제도장치를 충분히 마련해 줘서 이런 상황이 와도 보호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는데 만든 정부나 보수 정부나 새로운 정부나 이런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정권 차원에서 재개한다 하지만 그렇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 개성공단 재가동 및 피해보상을 위해서는 정치권과 정부가 함께 움직여야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고 싶은 말은?
▲ 새 정부는 우리가 정권 잡으면 그런 적폐를 해소하고 기업 보상도 제대로 하고 재가동을 위한 것들을 당론 차원에서 결정했다는 등의 이야기를 많이 하고 들었다. 하지만 정권 바뀌었는데 5개월 동안 아무런 발표 내지는 행보가 없다. 정치인들과 접촉은 늘 하지만 원론적인 얘기뿐이다. 정부에서는 본인들이 독박 안 쓰려고 하는 것 같고. 정부나 국회나 나름대로 협력은 한다고 하지만 기업들에 가시화된 것은 없다.
 
- 만약 개성공단 폐쇄가 풀려 공단이 재가동된다면 다시 사업을 시작할 의향이 있나? 다른 기업인들 생각은?
▲5개월 전에는 기업들 93% 정도가 그런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5개월이 지났고 희망이 절벽으로 바뀌고 있다. 대통령 의지만 갖고 되는 것도 아니지 않나. 국제 정치 속에서 UN제재에 가로막혀 있다. 옛날에는 개성공단이 UN제재 범위의 틀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자가당착적으로 주변국들의 (북한) 제재를 이끌어 내기 위해 미리 선결적 제재를 했다. 그런 논리로 (개성공단)을 스스로 유엔제재 속으로 집어 넣었다. 북미 간 대타협 산물로 UN제재가 빠지고 그러면 가능하겠지만 지금은 캄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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